8월 초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을 시작으로 또 다시 촉발된 세계 경제 불안이 유럽 국가들의 부도설 등 2차 세계 금융위기로 확산되는 등 세계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세계경제의 위기에 더욱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9월 26일 1년 1개월 만에 국민경제대책회의를 비상경제대책회의로 바꾸는 등 비상 체제로 전환했으며 정부도 외환보유액을 점검하는 등 사실상 위기 상황 극복에 본격적으로 발 벗고 나섰다.
국내 철강시장도 당초 9월 이후 시황 회복 기대감이 사라진 지 오래며 최근에는 더욱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환율이 급등하게 되면 철강재 유통가격 역시 올라야 정상이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유통가격의 약세가 계속되는 이상 현상까지 나타난 바 있다. 워낙 위축된 경제 분위기가 수요산업의 생산 활동마저 덜미를 잡으면서 수요 감소라는 수급 요인이 원가 요인을 압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극도의 부정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실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게 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너도 나도 경제 위기다, 불경기다 호들갑을 떨게 되면 소비, 생산, 투자 등 경제 활동 전반을 마비시키게 되고 이것이 또 다시 마이너스 효과를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정상적인 가격 움직임을 찾아가는 품목들이 늘어나고 있음은 상당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철강재 시장은 지난 5월 이후 가격 조정 시기가 지연됨에 따라 수입재 등 재고 폭증으로 수요가들이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적지 않은 파행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재고 조정과 국제 가격의 회복을 바탕으로 다시 정상적인 패턴으로 돌아가려는 시점에서 발생한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가 철강 시장 정상화의 덜미를 잡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부문의 위축이 실물에 파급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시장 전반의 체력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위기감 조성과 너무 앞선 위축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경제적 공감과 협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이끌어나갈 리더십이 요구된다. 또한 원칙을 지키고 정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만 살겠다는 극단의 대응은 공멸을 가져올 가능성이 다분하다.
같은 관점에서 철강과 수요업계도 더욱 생산과 판매 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고 정상적인 거래 행위를 지속할 때 위기 극복을 위한 체력이 비축되고 그 체력을 바탕으로 정상화 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