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패러다임 시프트 본격 시작”

“철강산업 패러다임 시프트 본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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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1.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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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기자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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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_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 고철(高哲)연구소 소장

“생존 위한 고정비 유연성 확보 중요”
“저탄소 비용의 소비자 전가 가능성 문제 부각”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의 수출 경제를 든든히 뒷받침한 것은 철강산업이다. 최근 철강산업은 기후위기 시대에서 가장 비용 부담이 큰 산업군으로 꼽힌다. 재생에너지 사용, 탄소배출권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만큼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 탄소중립 이슈 외에도 각국의 무역규제 장벽, 국내외 공급망 이슈 등은 국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25년 신년을 맞아 ESG네트워크의 김경식 대표를 만나 철강산업의 위기와 이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高哲)연구소장은 현대제철 기획실장(전무)에서 퇴임 후 ESG 경영과 탄소중립 관련 연구를 하고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여러 매체에 전문가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콜롬비아대학 비즈니스 스쿨 워크샵에 초청받았고(2023년), 저서 <착한 자본의 탄생>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기후경제학도서 10권에 선정됐다(2024년).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의 당진제철소 추진 스토리를 담은 <김경식의 홍보 오디세이>를 출간했다.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에너지공단·한국환경공단 ESG경영위원,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Q. 철강은 산업 현대화를 견인한 핵심 소재 산업이고, 앞으로도 사회를 발전시킬 중요한 소재가 될 것인데, 기존의 생산 방식과 환경 문제, 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2024년 철강산업 시장을 정리해볼 때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가장 큰 이슈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본격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패러다임 시프트로 보는 이유는 철강산업 환경 전체가 변했다는 점이다. 중국산 위협은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 납기에서도 소비자 선호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수요 감소도 경향적 감소가 아니라 계단식으로 떨어졌다. 봉형강 가동률은 50% 수준이다. 수요가 회복 되어도 수입산이 가져갈 것이다.
노동시장도 변곡점에 왔다. 현대제철, 동국제강에서 시작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확산은 시간의 문제다. 탄소중립 대응도 이제 본격화되었다. 한마디로 기존의 토지·노동·자본이라는 생산·공급자 중심의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 등장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되었다.

Q. 2025년의 산업 환경도 무척이나 불안정하고, 위험성이 높다고 진단되고 있다. 산업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무엇이고, 국내 산업계가 무엇을 가장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고민해야 할까?

A. 생존을 위한 고정비 유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처럼 정부가 해줄 게 없다. 설령 후판, 열연강판, H형강 덤핑 제소가 되더라도 시간을 좀 가질 뿐이다. WTO 활용은 근본적 대안이 못 된다. 
생존 게임에서 중요한 게 고정비 유연성인데 자산 매각도 어려울 것이고 경제 위축으로 노동시장 경직성은 더 강화 될 것이다. 최근 석유화학산업 위기에 대해 정부의 신호는 각자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철강도 예외가 안 될 것이다.

Q. 기후변화와 환경 이슈는 글로벌 철강산업이 당면한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아르셀로미탈이 유럽에서의 탈탄소 투자를 유보한다고 밝혔고, 유럽 철강사들의 경영 위기가 심각하다는 진단도 나오면서 탈탄소 투자도 늦어질 수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탄소중립 로드맵 실행에 있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A. 탄소중립 로드맵 실행의 관건은 증가되는 저탄소 비용의 소비자 전가 가능성이다. 앞서가던 유럽 철강사들의 탈탄소 투자가 최근에 지지부진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돈이 안 되고 당분간 될 것 같지도 않다 보니, 즉 소비자 가격에 반영이 어렵다 보니 열기가 식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술개발 집중도도 떨어뜨리고 있다.
국내 철강사의 경우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탄소중립 로드맵이 시민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장 2030년 목표가 2018년 대비 12%(포스코 10%+알파) 감축인데 쉽지가 않다. 유럽처럼 증가된 원가의 판매가격 전가가 어렵고, 딱히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먼저 비용을 감수할 필요성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연대한 시민단체의 활동은 점점 더 치밀해지고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철강회사들은 피하지 말고 데이터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은 감축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뚜렷한 탄소감축 추세’를 보여주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 없으면 어느 순간 닥치는 위기에 대응을 못할 것이다.

Q. 철강산업을 경제 안보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려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제조업 기반의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도 같은 관점에서 철강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제언하실 내용이 있나?

A. 철강산업이 경제 안보에 중요한 산업인 것은 맞는데, 문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공급과잉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2019년 말 코로나19 위기로 정부가 ‘기업 안정화 지원방안’ 발표시 7대 기간산업에 철강, 정유, 석유화학은 빠졌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2010년 초부터 철강, 정유, 석유화학은 경제 안보상 필요한 규모를 넘어섰다고 보고 있었다. 
이제 철강업계는 이러한 시각을 냉정히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정부 지원을 건의해야 한다. 이미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위기 지원에서 이런 시각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 산업용 전기요금만 집중적으로 올린 것도 정부의 철강, 정유, 석유화학산업을 보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Q.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우리 산업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가? 대내외 환경 악화를 걱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 한데, 오히려 득이 되는 것은 없을까?

A. 2016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트위트에 대문자로 “철강이 없다면 국가가 없다(IF YOU DON’T HAVE STEEL, YOU DON’T HAVE A COUNTRY)” 고 강조했다. 2017년 6월 뉴욕에서 개최한 WSD 포럼에서 실제로 직접 경험한 일이 있다. 미국 철강회사 한 CEO가 PPT 자료를 만들어서 “중국산 빌릿을 한국에서 철근으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니, 미국 안보를 위해 이러한 간접 수출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현대제철 직원이 현장에서 바로 항의를 하고 사과 답변을 받은 적이 있다. 이때 느낀 점은 트럼프가 아니라 미국 철강회사들의 정부에 대한 로비력이었다.
한국의 전기요금을 가지고 상계관세 시비를 거는 것도 미국 철강회사들의 로비가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보다 품목별 미국 철강회사들과 직접 교류를 하는 것도 대응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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