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나라 수출 효자 상품인 자동차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는 미국에 현지 생산공장 확대를 통해 대미 수출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GM은 당장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 다시 한국 철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은 708억 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700달러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6836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 반도체(1,419억 달러, 20.8%)에 이어 2위 수출 품목이다. 지난해 225억 달러 수출을 기록한 자동차 부품까지 합하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에 이른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이에 대응해 현대제철도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고 하지만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자동차 관세에 예외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연간 170만 대를 북미에서 판매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 등에서 수출한 차량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개별 협상 여지를 남겨놨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할 수도, 혹은 좀더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한국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GM이나 르노는 상황이 다르다. 완성차 혹은 KD 수출에 고율의 관세가 붙게 되면 한국 공장은 기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GM의 지난해 판매는 49만9,559대였는데 이 중 83.8%에 달하는 41만8,782대가 미국에서 팔렸다.
고율의 관세가 미국 수출을 제한할 요인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북미 수출량을 국내로 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 GM 차량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아온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이미 지난 2019년 군산공장 문을 닫았던 한국GM이 아예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국 지리그룹의 북미 수출용 전기차 ‘폴스타4’ 위탁 생산을 앞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특히 중국에 대해 고강도 규제를 하고 있어서 중국 지리그룹이 34%의 지분을 갖고 있는 르노코리아가 추가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출국인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는 반도체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경제 유발 효과가 크고 산업 간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타격은 국민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공급망 사슬은 수 많은 부품 업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상당 수가 철강 및 비철금속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철강 및 알루미늄에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것 못지 않게 자동차 수입관세 또한 국내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자동차와 연계되어 있는 수 많은 철강·비철금속 기업들의 존폐가 달려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다음달 중에 하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고 적벽에 불어온 동남풍이 절실해지고 있다. 그 바람을 읽어낸 제갈공명의 혜안과 이를 승리로 이끌어낸 주유의 전략과 전술이 지금 우리 경제와 산업계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