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재편 속 현대제철의 고민
즉각 대응보다 본질적 개선…현대제철의 장기 전략
현대제철이 유통향 열간압연강판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가운데 회사는 단기적 가격 대응보다 장기적 관점의 시장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특히 현대제철은 수입대응재 중심의 유통시장 재편과 자사 제품의 시장 점유율 하락 속에서도 정공법에 기반한 구조적 개선과 장기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포스코의 열연강판 가격 인상 발표에 발맞춰 4월 유통향 열연 공급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인상 폭은 포스코와 동일한 톤당 3만 원 수준이다. 시점은 4월 출하분부터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 유통시장 재편 속 현대제철의 고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4월 열연강판 가격 방침 결정을 앞두고 고심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반덤핑 조사개시와 예비판정을 앞두고 시장 정상화를 위해 가격 인상을 미리 확정하고 고객사에 통보했어야 한다”라며 “다만 가격 방침 발표를 앞두고 시황과 고려해야 할 부분이 생기며, 결정이 미뤄졌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국내 유통시장이 수입대응재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을 언급하며, 선제적인 가격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국내 열연강판 시장은 정품과 수입대응재, 수입산으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수입산 저가 공세가 심화하자 포스코가 GS강종(수입대응재) 공급을 재개한 가운데 현대제철은 정품만 취급하는 상황이다.
수입대응재의 내수 시장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현대제철의 시장 점유율도 급격히 하락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제철은 과거 유통시장에서 60%를 웃도는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30%대로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현대제철의 입장에서는 수입대응재 가격을 따라갈 수 없고 정품 가격을 고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내부적으로는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입대응재 개발 및 공급에 대한 의견이 있었지만, 현대제철은 정품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수입대응재만 거래되는 후판 시장의 전례를 우려해 표준강종인 정품 중심의 공급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 즉각 대응보다 본질적 개선…현대제철의 장기 전략
중국산 후판에 대한 무역위원회의 반덤핑 예비판정에서 고율의 덤핑률이 산정되며 시장에 규제 효과가 나타나는 가운데, 열연강판 역시 유사한 결과를 낼 것이란 기대 속에 예비판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철강업계는 최근 후판의 사례와 함께 포스코가 4월 유통향 열연강판 가격 인상을 결정한 만큼, 현대제철도 가격 인상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현대제철은 과거의 가격 결정 방식과 달리 충분한 고민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열연강판 반덤핑 예비판정을 앞두고, 수입산 유입 동향과 유통시장에서 수입대응재가 다시 정품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선도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기보다는, 시장의 움직임을 충분히 확인한 뒤 가격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유통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공법을 고집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장기적 대응인 반덤핑 제소와 KS 표준강종 활성화 추진 등 본질적인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저가 수입재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으로 시장 점유율 확보를 우선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올해 초 SPHC 강종을 시작으로 JIS(일본공업규격) 강종의 KS(한국산업규격) 전환을 진행 중이며, SS400·SM490 등 KS 대비 열위한 성능의 JS 강종을 올해까지 KS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