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산 넘어 산을 만난 철강 산업

황병성 칼럼 - 산 넘어 산을 만난 철강 산업

  • 철강
  • 승인 2025.03.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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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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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에 ‘관세대응 119’ 통합창구가 개설됐다.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 기업의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지난달부터 운영 중인 ‘미국 관세 헬프데스크’를 비롯해 다음 달 중 ‘철강 거점 무역관’도 지정할 예정이다.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된 물품을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출함으로써 덤핑방지관세를 회피하는 ‘우회덤핑’ 에도 철퇴를 가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업계가 얼마나 긴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지를 말해준다. 한편으로는 실망스럽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난 후에야 나온 늑장 대응이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과 비철금속 대책이 그렇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관세 부과는 예고 됐었다. 하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현실화되니까 급히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산자부장관의 방미도 소용이 없었다. 3월부터 예정됐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그대로 부과됐기 때문이다. 그 여파는 당장 수출에서 나타났다. 타 산업은 잘 나가는데 철강 수출만 나 홀로 내리막길이다. 철강 수출은 관세가 적용되기 전인 지난달  4.4% 감소했었다. 관세가 부과된 이달 들어 열흘도 되지 않아 10.7%나 감소했다. 설마 했었던 우리 업계에 비상이 걸린 이유다. 

우리 철강과 비철금속은 내수가 큰 한계이다. 거대한 수요처를 보유한 중국과 대비된다. 그래서 수출은 우리가 먹고살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 이 생존의 길에 장애물로 등장한 것이 미국 관세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저가 공세로 타격을 입은 우리 업계 수출이 더 큰 악재를 만난 것은 불운하다. 여기에 유럽연합(EU)도 다음 달부터 철강 수입을 최대 1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역시 200일간 한시적으로 12%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는 고난의 연속이다.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상한선인 쿼터제가 해제됐다. 이것을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일리가 있다. 미국은 우리보다 중국산 철강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산 철강을 대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 것이다. 중국의 감산 발표도 고무적이다. 이것이 이행될지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글로벌 상황을 고려하면 감산은 중국의 최후 선택이다. 이 시장을 우리가 파고들어야 한다. 업계의 발 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미국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확대를 예고했다. 강관 등의 제품이 수혜가 될 수 있다. 특히 국내 강관사들이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구축한 것이 큰 이점이다. 관세 부과 이후 미국 내 철강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철강재 가격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 오히려 쿼터제로 제한을 받았던 것보다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에 귀가 쏠린다. 이 모든 것이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한 우리 업계의 일방적 희망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지푸라기도 잡아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이고 상수가 됐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미국의 여러 조치가 예측 불가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민관이 한 팀으로 차분하게 대응해야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받는 것은 물 건너갔다. 미국은 다음 달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일괄 부과한다. 우리만 예외일 수 없다. 기업들은 정부가 마련한 다양한 지원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시장 변화에 유연한 대응이 중요해졌다. 정부도 기업에 대한 지원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존폐가 걸린 문제다. 나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기회에 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할 일도 많다. 1차 제품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 격차 고부가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최대 경쟁 상대인 중국과 일본을 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도 이번 대책을 마련하면서 “철강 산업의 위기에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철강 산업의 미래 청사진을 담은 ‘고도화 방안’을 올해 안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부를 믿고 따르는 길 밖에 없다. 

철강은 공급 과잉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관세가 최대 문제로 부상했다. 이에 철강업체들이 일제히 수출전략을 손보고 있다. 특히 미국향 수출이 신경이 쓰인다. 미국 철강사들도 쉽게 생산할 수 있는 범용제품 수출은 안 된다.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 제품 수출을 늘려야 한다. 선택과 집중만이 생존을 보장받는다. 정부가 안방 문을 잠그는 데 적극적인 것도 위안이다. 더는 관세 부과에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지금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으니 걱정을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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