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Demand Push가 Cost Pull에 우선

<초점>Demand Push가 Cost Pull에 우선

  • 철강
  • 승인 2008.08.29 20:01
  • 댓글 0
기자명 정하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스크랩가 하락, 건설사 철근가 인하 강력 요구
/제강사, 재고 부족 등 수급 반영 일단 ‘고수’ 
/공급·수요측 입장차 커…가격 조정은 수급이 최우선
 


  하늘 모르고 치솟기만하던 철스크랩 가격이 7월 말을 고비로 하락 반전하자, 철근 가격 조정에 대한 공급자와 수요가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수요가인 건설사들은 그동안 원가 상승을 이유로 올렸던 철근 가격을 이제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고, 공급자인 전기로 제강사들은 현재 생산자(공장) 재고가 적정 수준인 30만톤에 크게 못미치는 5~6만톤에 불과한 등 공급이 절대 부족한데 가격을 내리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건설사와 제강사들의 가격 조정에 대한 상반된 입장은 근원적으로 과연 가격조정의 중요 요인이 ‘원가’냐 ‘수급’이냐는 점으로 모아진다. 그렇다면 통상적으로 가격조정의 궁극적이자 가장 중요한 요인(Factor)은 '수급'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철근 가격 조정의 무게는 제강사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Cost Push(비용 상승에 의한 가격 인상) 요인이 반전됐다고 해서 Demand Push(수요초과에 의한 가격 상승) 요인이 그대로 인데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Demand Push가 Cost Pull에 우선한다")


<제강사, 수급 상황 반영 일단 가격 '고수'>

  모 전기로 제강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철근 가격이 계속 인상된 것은 절대적인 공급부족이 계속됐기 때문이지 단순히 철스크랩 등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하는 차원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그동안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개방으로 수입 철근 등과 완전경쟁 체제에 놓여진 상황에서 시장 여건(수급 상황)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가격 인상 조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근 등 제품의 가격 결정은 수급이 가장 중요한 요인(Factor)인데 상반기 내내 철근 재고가 적정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등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철근 가격 인상이 가능했고, 그 결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 분을 반영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상반기 중 철근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수급요인 때문이었음은 중국산 수입 가격 움직임에서 입증되고 있다. 국내 시장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가격은 국내산과 비슷한 추이를 보였으며 때로는 국산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도 발생했는데 이는 품질 열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우세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임에 틀림없다. 
  철강재 중에서도 철근은 국내 생산업체들 간의 경쟁 뿐만 아니라 중국산 등 수입제품의 시장진입으로 완전경쟁 체제에 진입했기 때문에 더욱 수급에 의한 가격 결정 요인이 확대된 것도 사실이다.
 

<철스크랩 가격 하락, 건설사 인하 강력 요구>


  그러나 건설사들은 올 상반기 수차례의 가격 인상 시, 제강사들이 철스크랩 등 원부자재 구매비용 상승을 주된 이유로 내세웠다며, 이제 철스크랩 가격이 내려갔으니 제품 가격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의 경영상황도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철근 가격을 인하 조정하는 것이 상생의 원칙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가을 성수기가 다가왔음에도 철근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주장이며 현재의 재고 부족은 생산자들의 비수기 설비보수 등이 큰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 따라서 정상적인 생산이 계속된다면 수급 상황은 완전히 역전될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도 가격 인하 조정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가격 결정은 ‘수급’ 최우선, 원가도 고려>
- 제강사별 동일 가격 조정은 ‘비합리적’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내내 가격 인상 시, 제강사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내세웠던 것이 상황이 바뀌자 자승자박(自繩自縛) 격으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결정이 원가에 의한 인위적 조정으로 이루어져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가격 결정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기초이자, 큰 장점으로 수요와 공급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한 자연스런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가에 의한 가격 조정은 전기로 제강사의 이윤을 일정하게 보장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며 이는 시장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을 깨는 일로 경쟁에 의한 품질 제고, 서비스 개선 등 모든 자본주의의 장점을 무산시키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철근 가격의 경우 기초 소재로서 어느 정도 원가가 반영되어 소비자도 보호해야 하고 국내 생산자의 공급 지속성도 보장받아야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특히 철근의 기초 소재·산업재라는 특성상 여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자재 구매비용 감소에 의한 제품가격 인하 요인을 적극 반영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완전한 수급 논리로 가격이 결정될 경우 상황에 따라 건설사나 제강사 모두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등 어느 일방의 몰락을 가져와 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치명적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한편 이런 사실들을 감안할 때, 가격조정 시 원부자재 구매비용에 따라 생산자별 가격은 차별화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철스크랩의 경우 국산과 수입산의 가격 차이가 극명함에도 불구하고 수입산 사용 비중이 높은 제강사나 100% 국산 스크랩을 사용하는 제강사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도 부적합할 뿐더러, 공정거래법 상으로도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