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철강업계 최근 움직임의 이면(裏面)

일본 철강업계 최근 움직임의 이면(裏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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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2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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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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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철강업계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 보면 현실감이나 합리성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지난 14일 코트라 후쿠오카 무역관은 시장정보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한국산 철강재 반덤핑 제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엔고, 태국 홍수,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수요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겪는 일본 철강사들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자의 주원인으로 엔고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꼽았다.

  하지만, 한국산 철강재의 수입 증가 역시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철강업계에서 한국산 수입 철강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반덤핑 제소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본 철강업계는 철강재 수입 증가, 특히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 일본은 엄연히 존재하는 비관세 장벽, 특히 그들의 독특한 유통경로 때문에 수입이 거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한중일 3국의 공급과잉이 심해지면서 한국산 등을 중심으로 수입이 급격히 증가해 왔다.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수요가들이 내수 고가 정책에 반발해 좀 더 낮은 가격의 수입 철강재 구매를 늘리기 시작했고, 그 주 대상이 품질을 제대로 갖춘 한국산 철강재다.

  한국산 철강재는 건자재용은 물론 조선용에 이어 최근에는 최고급 제품인 자동차용 강판까지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닛산 자동차에 이어 얼마 전에는 일본의 상징인 도요타자동차에까지 한국산 철강재가 납품된 것은 거의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한국산 철강재 반덤핑 거론은 현실적으로 적반하장(賊反荷杖)과 같은 일이다. 상호 수출량이나 수출가격 등을 고려한다면, 실현성은 그야말로 제로(0)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오히려 1천만톤을 넘나드는 대일본산 수입으로 인해 한국에서 반덤핑 가능성이 수시로 제기돼 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일본철강업계의 이상한 움직임은, 지난해 8월부터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의 H형강 KS 개정 요청이다.

  일본 측은 자신들의 JIS H형강이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우수한 제품이므로 KS에 이를 추가해주거나, 아니면 수요가와 제조자 사이에 합의된 규격을 KS로 인정해달라는 예외규정의 삽입을 요청했다. 이는 그야말로 KS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일로 어떻게 보면 내정간섭과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 정부는 절차상, 또 합법성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무리하고 극도로 편향적인 그들의 요구는 결코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이러한 사실들로부터 우리는 한·중·일 3국 간에 진행되고 있는 철강 무역전쟁의 심각성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또 그만큼 일본 철강사들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쉽사리 유추해 볼 수 있는 일이다.

  중국의 엄청난 양과 질적 성장에 우리 역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철강업계의 몸부림 이면을, 강건너 불구경 하듯 결코 남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국내 철강사들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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