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원로에게 듣는다) 동국산업 정문호 전 부회장

(신년기획-원로에게 듣는다) 동국산업 정문호 전 부회장

  • 철강
  • 승인 2016.0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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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곽종헌 jhkwa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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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에서 길을 찾자

  금년은 그 어느 해보다 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금년 화두를 ‘위기경영’으로 내걸고 불필요한 비용을 축소하고 몸집 줄이기 등 위기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동국산업 정문호 전 부회장
이제 과거의 방법으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금 우리경제와 기업들은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 경제의 둔화, 저유가의 후폭풍으로 인해 금년도 세계 경제 전망이 그 어느 해보다 불안하게 느껴지고 있다.

  큰 시장과 풍부한 자원을 앞세워 턱 밑까지 따라온 중국 그리고 엔저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경제는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이라는 내우외환의 상황이다.

  한때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양적인 고도성장과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보여준 철강, 조선, 석유 화학 등이 취약한 기업생태계, 제조업 고급화 지연으로 중국 및 일본과 주력 산업에서 경쟁해야한다. 그리고 침체된 세계 경제와 정보통신 ICT 혁명으로 인한 패러다임 전환 등으로 사면초과의 상황이다.
특히 우리의 주력산업인 철강의 타격이 크다.

  2015년 10월 지난 100년 동안 유럽의 철강 산업을 이끌어오던 영국의 레드카 제철소가 문을 닫았다. 근로자 1,700명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세이프 가드 조치 등을 강구할 때 영국은 업계의 경고를 무시하였기 때문이다. 값싼 중국산 물량공세로 비슷한 위기에 몰린 국내 철강업계에 주는 교훈이 크다.

  중국 철강 생산은 2000년 이후 연평균 15.4%씩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철강수출은 전년보다 0.2% 줄어든 반면 중국의 수출은 28% 급증했다. 경제 협력개발기구 OECD 에 따르면 2013년 세계 철강수요는 16억 4,800만 톤이었지만 명목설비는 5억 1,600만 톤이나 많은 21억 6,400만 톤이었다.

  세계의 철강 시장이었던 중국이 거꾸로 물량을 밀어내면서 저가수출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여 국내철강업체들도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중국은 일본의 조강생산량과 필적하는 연간 1억 톤보다 많은 양을 내보내고 있다. 중국의 수요 감소가 미치는 영향은 중국을 넘어서 세계철강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세계가 철강공급과잉을 몸살을 앓고 있다.

  위기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기업 스스로 생존을 위한 극한 처방을 쓰고 있다. 업종의 구조조정을 비롯한 인력 조정과 자산매각에 나서고 있다.

  국가산업 지형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과거의 성장 엔진이 일제히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과거의 노동, 자본 등 요소투입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지식과 서비스를 연결해야 하고 경제, 산업,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가 총체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야하는 시대이다. 정보통신기술 ICT 로 우리경제를 일신하고 산업화 과정에서 놓쳤던 가치를 살려 각 분야에서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주력산업은 후진국의 추격과 선진국 제조업의 부활이라는 환경 속에서 수출부진, 생산성 저하, 영업실적 악화, 투자활동 위축등과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생산공학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천정운 매사추세츠 공대 MIT 석좌교수가 한국기업에 주는 제언이다. “모든 살아있는 조직은 죽거나 성장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런 혁신주기를 놓치고 남들이 하는 것만 따라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존의 성과 연구에 안주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실패하면 결국 도태로 이어진다” 고 하였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그동안 한국이 주도하던 제품분야의 위기를 거론하며 “혁신을 따라가는 ‘빠른 추종자 Fast follower 전략’ 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혁신을 주도하고 선점하는 ‘퍼스트 무버 First mover’ 만이 앞으로 살아 남는다” 고 하였다.

  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해 경쟁력을 갖추고 선진사회로 가려면 과거 서구의 산업화 과정을 압축하면서 여러 과정을 생략하고 급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부분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의 위기 대처모습은 아직도 산업화를 이룬 ‘성공의 덫 Success trap’ 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과거의 성공 패러다임을 우리 사회전체가 털어 내리고 성공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적인 경영석학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실천하는 경영자’를 통해 기업가정신의 최고 실천국은 의심할 바 없이 한국이라고 하였다.

  한국은 일제식민지, 한국전쟁으로 초토화된 나라를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게 한 것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기업가 정신’ 의 실천덕분이라고 하였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 절망적이지 않다. 우리 기업들이 부정적인 심리에서 벗어나 과잉 두려움을 극복해 내고 생각과 각오를 다시 해야 한다. 경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기하면 의미가 없다.
중년의 위기에 빠진 우리경제를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기업가 정신’ 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하여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012년 발행된 ‘메가 체인지 2050’에서 한국이 2050년 미국, 일본, 독일 등 모든 선진국을 제치고 최고의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경제가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내우외환을 돌파하는 용기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전략과 해법은 모두 다 알고 있다. 주저하는 소극적 전략으로는 내리막길을 피하기 어렵다. 확실한 전략과 단호한 행동이 필요하다.  역사는 용기를 갖고 행동하는 사람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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