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상당수 경인지역으로 이전...불경기에 일감 줄어 문 닫는 업체도 많아
서울의 대표적인 공업지역인 문래동이 점차 텅 빈 유령도시가 되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문래동에는 많은 철강 및 비철금속 가공업체와 유통업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3~4년간 상당수 업체들이 경인지역 등으로 이전한데다 경기 침체로 일감이 없어 휴업 중이거나 회사 문을 닫은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문래동에서 철근 절단과 가공을 하는 한 업체 사장은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긴 하지만 이 지역 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은 일감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금 문을 열고 있는 업체들은 그나마 일감이 있는 업체들인데 그마저도 언제 끊길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금속 가공업체들 뿐이 아니라 열처리, 도금, 주물 등 뿌리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열처리업체나 도금업체들의 경우 업종 특성 때문에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지만 문래동의 열처리업체와 도금업체들은 일감 부족으로 휴업 중인 업체가 많았다.
우성금속열처리 관계자는 “열처리공장이야 원래 24시간 가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감이 없어서 오늘은 그냥 물건만 수령하려고 나왔다”며 “이 지역 업체들 상당수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군데군데 회사 문을 열고 작업 중인 업체들도 눈에 띄기는 했지만 대부분 직원이 2~3명인 영세기업이나 사장 혼자 운영하는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문래동에서 20여년간 사업을 해 왔다는 한 주물업체 관계자는 “문래동 지역 제조업체 중 상당수는 이미 시화공단 등 경인지역으로 이주했다. 남은 업체들도 대부분 몇 년 안에 경인지역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까 사업을 포기하려는 사람들도 상당수”라며 “한 때는 문래동이 전국 철강 소비의 70%를 차지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지역의 제조업 자체가 쇠퇴하는 상황”이라며 씁쓸해 했다.
점차 유령도시처럼 되어가는 문래동은 쇠락하는 서울 제조업의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서울을 빠져나가는 인구가 대폭 증가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당시에는 과도한 집값을 견디지 못해 서울을 떠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문래동 공업지역을 취재한 결과 제조업의 쇠퇴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서울 엑소더스’의 중요한 원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