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約束)이 깨지면 신뢰도 깨진다

약속(約束)이 깨지면 신뢰도 깨진다

  • 컬럼(기고)
  • 승인 2019.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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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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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미디어 디자인센터장

약속(約束)은 신뢰가 우선이다. 약속이 깨지면 신뢰도 깨진다. 이 때문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 약속은 지켜져야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우리 주위를 들러보면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깨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인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선거 전에는 수많은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하고 당선 후에는 변심을 물 마시듯 한다. 이런 정치인들은 퇴출해야 함에도 때만 되면 카멜레온의 모습으로 또다시 출마의 변을 늘어놓는다.

고사(故史)에는 미련하게 약속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한 이야기가 나온다. 장자 ‘도척 편’에 나오는 노(魯)나라 미생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는 평소 신의가 두터운 사람으로 약속한 것은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반드시 지켰다. 한편으론 그의 행동을 보며 후세 사람들은 융통성 없는 어리석은 행동으로도 회자 된다. 

하루는 미생이 사랑하는 여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가 약속 시간에 다리 밑으로 갔지만, 여인은 약속한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올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 그녀를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개울물이 점점 불어 올라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릎을 적시고 허리, 가슴, 목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그는 그곳을 떠나지 않고 여인을 기다리다 결국 불어나는 물에 익사하고 만다. 

훗날 고사(故史)에는 미생의 이러한 행동을 미생지신(尾生之信)으로 정의했다. 그의 행동을 명목(名目)에만 달라붙어 죽음을 가벼이 여겼다는 비판도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의를 지킨 사람으로 신하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약속을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현세에 던지는 교훈은 크다. 다소 우직해 보이지만 약속을 지키고자 목숨까지 내놓은 그의 행동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에 부닥친 철강 회사가 있었다. 통 큰 투자가 회사 발전을 견인하기는커녕 자본잠식의 원인이 되었다. 회사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매물로 시장에 나온다. 인수 주체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소문에 불과했고 철강과 관련 없는 회사가 인수하기에 이른다. 나름 M&A에서 이름을 날렸던 회사이기에 업계에서는 정상화가 시간문제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룹을 지휘하는 최고 경영자가 정상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직접 해외로 나가 세일즈 경영을 본격화하는 등 흑자경영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대대적인 투자도 천명했다. 이 소식은 그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상심이 컸던 직원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소문에 의하면 임단협이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고용보장 문제라면 실망감이 크다. 애초 회사를 인수하며 기존 직원들의 3년 고용보장을 약속한 것으로 안다. 이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한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졌던 것은 직원들도 일말의 책임은 있다. 하지만 부도덕한 경영진의 문제가 더 컸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의 고용보장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우선되지 않으면 선장이 아무리 노련하고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배는 순항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국내외 M&A 실패 사례를 숱하게 보아왔다. 물론 다양한 실패 원인이 있었지만 노사 불화도 한 원인이 됐다. 회사는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업계는 새롭게 출발하는 회사가 순항하기를 바라고 있다. 동업자로서 간곡한 바람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볼썽사나운 모습보다는 화합의 모습으로 비치기를 더 바란다. 

노(魯)나라 미생은 목숨을 잃으면서도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하물며 많은 업체를 거느린 그룹이라면 고용보장 약속은 꼭 지킬 것으로 믿는다. 한편으로는 업계의 이러한 걱정이 기우(杞憂)기를 바라며 화합의 모습으로 영원한 발전을 기대한다.


※ K회사 측 입장 : 3년 고용 보장은 약속할 것이며, 현재 임단협은 노조 측 선거문제로 중단된 상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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