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특집) 철과 같은 마음으로(마지막 회) - 당신에게 이운형

(추모 특집) 철과 같은 마음으로(마지막 회) - 당신에게 이운형

  • 철강
  • 승인 2020.04.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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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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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한 영면 소식에 황망한 마음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 철강금속신문 배정운 회장 -

“눈앞의 이익보다 길게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었다.”
-前이구택 포스코 회장 -

“정문 경비원에게도 여러 근황을 묻던 인자한 회장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 세아씨엠 김후동 사원 -

■ 철강업계의 진정한 신사
“지금이라도 온화한 얼굴에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올 것 같은데 당신의 허망한 영면(永面) 소식에 황망(慌忙)한 마음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철강업계에 몸담은 40여 년의 세월 동안 이루어 놓은 업적이 많기에 떠난 빈자리가 너무도 커 보여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느낍니다.”

당시 본지 배정운 회장(발행인)은 지면을 통해 이 같은 슬픈 심정의 조사를 실었다. 이운형 회장은 철강금속신문 창간에 누구보다 관심을 보였고 물심양면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았기에 비보를 접한 발행인의 슬픔은 컸다. 철강업계의 진정한 신사라고 그를 높이 평가하던 발행인은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안타깝고 슬픈 심정을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그룹을 책임지는 경영자로, 문화 후원자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너무 빠른 세상과 이별 소식이 아직 믿기지 않습니다. 더구나 외국 출장 중에 접한 비보(悲報)라 당신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 못 해 죄스러운 마음이 큽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인연은 영원히 잊지 않고 가슴에 간직하겠습니다.” 

발행인은 이렇게 조사를 마무리하며 이제 세상의 무거운 짐은 모두 내려놓고 편안한 영면(永面)에 들기를 바란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철지회를 이끌어오면서 선배들을 공손히 모시던 모습과 철강업계 선배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공경의 모습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고 생전의 추억을 회고했다. 

세아베스틸 전 이승휘 대표는 “누구라도 3분만 함께 있어 보면 깊은 배려와 신사도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사람이 회장님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고,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보내주신 분이다. 부드러우면서도 필요할 때는 강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는 리더의 모습,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그들과 적극적이고 집요하게 의사소통을 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고인의 친구 이윤무 씨는 “그리운 운형아! 널 생각하면 잔잔한 미소를 띤 네가 온유한 얼굴로 성큼 내 옆에 와 있구나. 보고 싶다. 친구야! 테니스를 즐겨 치던 모습, 같이 골프를 치며 보냈던 시간, 큰 기업을 이끌어가던 늠름한 모습,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보던 손길, 유난히 술을 못하던 모습까지 그립기만 하다. 저 높은 하늘에서 꼭 다시 만나기를 빌어본다.”고 애틋한 마음을 나타냈다.    

전 박관용 국회의장은 “당신은 정말 멋진 신사였소. 성실하고, 온화하고, 합리적인 기업가였소.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탓하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을 만큼 참된 인격자였소. 오랜 세월 동고동락해온 모임의 막내였던 당신을 먼저 보내야 하는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다녀올게요.’ 하던 그 목소리가 마지막이 될 줄이야. 당신이 남긴 선하고 착한 발자취는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 있소. 다시 만날 때까지….”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창업주께서 기틀을 만드셨겠지만, 오늘의 세아를 만든 것은 사실상 이운형 회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덕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근면했다. 타인의 이야기를 정말 열심히 듣고 새겼다. 비즈니스 면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신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겼다. 눈앞의 이익보다 길게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고려제강 홍영철 회장은 “언제나 부드러운 모습이지만 세아베스틸 인수 과정을 지켜보면서 배짱과 강단이 상당한 모습에 놀랐다. 초기의 어려움도 대화와 설득, 기다림으로 결국 극복해냈다. 옆에서 걱정하면 ‘힘들지만 어떻게 잘하면 해결되지 않겠어?’ 하는 정도였다. 담담함에서 오히려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윤 창출만을 생각하지 않고 긴 안목으로 진득하게 달려가는 사람이었다.”고 생전의 모습을 회고했다. 

TCC스틸 손봉락 회장은 “많은 가르침을 준 따뜻한 선배였다.”고 기억하며 “이운형 회장의 인품은 그를 아는 모두가 존경했다고 믿는다. 철강업을 하고 큰 기업 회장을 하면서 그렇게 따뜻하고 온화한 마음을 나누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누구에게나 한결같이 잘 대해주신 인생의 좋은 선배였다.”고 회고했다.  

■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세아홀딩스 안미경 사원은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뵈면, ‘퇴근하나 봐요.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날씨가 상당히 추워요.’라며 밝은 웃음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던 회장님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정동교회에서 마지막이나마 회장님 가시는 길을 배웅하게 되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세아씨엠 김후동 사원은 “12월, 살을 에는 추위에도 군산 판재 공장을 방문해 구석구석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격려하셨다. 정문 경비원에게도 여러 근황을 묻던 인자한 회장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장 높은 곳에 계셨지만, 항상 낮은 자세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실천하신 회장님의 정신을 깊이 새길 것이다.”고 말했다.

세아제강 설인수 사원은 “팀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회장님을 만났다. 회장님은 조용히 우리 테이블의 계산서를 들고 가시더니 대신 계산을 치러주셨다. ‘많이 먹어요.’ 하며 웃으시던 회장님이 많이 보고 싶다.”고 했다. 

각박한 세상 가치 있는 삶을 만들기 위한 이운형 회장의 생전 노력은 세상을 아름답게 싹 틔우는 씨앗이 되었다. 희생과 봉사, 배려가 무엇인지 몸소 가르쳐준 생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면서 필자는 존경스러운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왔다. 아쉬운 것은 합리적인 조언자이고, 중재자였던 그를 더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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