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무명(無名)의 반란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황병성 칼럼 - 무명(無名)의 반란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 철강
  • 승인 2020.12.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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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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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無名)의 반란은 참 흥미롭다. 이것은 스포츠에서 자주 접한다. 유명 선수에 익숙해진 팬들은 무명 선수의 반란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여기서 반란이란 긍정적인 측면에서 일으키는 신선한 바람을 의미한다. 한국 여성 골프선수 김아림이 최근 생애 처음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하며 ‘메이저 퀸’에 올랐다. 무려 11억원의 상금이 그녀 손에 들어왔다. 세계랭킹 70위의 대(大)반란이었다. 

디 오픈이나 US오픈 등 오픈(open)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회는 말 그대로 열린 대회다. 지역 예선 등을 통해 문호를 활짝 열어두고, 누구든 참가해 실력을 겨루자는 뜻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지역 예선이 열리지 못했다. 주최 측은 평소 세계랭킹 50위까지 주던 출전권을 75위까지 확대했다. 김아림은 70위였다. 행운도 그녀의 편이었다. 최종일 5타차에서 역전한 것은 골프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골프 애호가들은 장타자 김아림이 쓰는 드라이버는 무슨 재질일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실 골프 초창기 드라이버는 감나무를 깎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숙련공이 일일이 손으로 깎아서 만들었으니 비싼 것은 당연했다. 나무로 만들었기에 수명이  짧은 것이 흠이었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고자 금속 헤드가 발명됐다. 재질은 스테인리스였다. 감나무 재질보다 수명은 길었지만,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너무 무거웠던 것이다.

가벼운 헤드를 갈망하는 애호가들을 위해 골프채를 만드는 회사들은 연구를 거듭했다. 가볍고 강도가 높은 금속으로 소재 변화가 불가피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탄생한 것이 타이타늄 합금이다. 이 합금은 알루미늄에 소량의 타이타늄을 넣어 강도를 높였다. 무게도 가벼워졌다. 무게가 가벼우니 헤드가 더욱 커지면서 공은 더 멀리 나갔고 OB 위험도 낮췄다. 수요가들의 요구에 따라 소재가 변화하는 추세를 골프채를 통해 확인한다. 

철강 금속을 취급하는 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 예가 캔의 소재 변화이다. 원래 대부분 캔은 석도강판을 소재로 만들었다. 덕분에 석도강판을 생산하는 업체는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그 재미가 영원할 것 같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알루미늄이라는 경쟁 소재가 등장하며 석도강판을 사용하던 캔 생산업체들의 소재 대체 바람이 불었다. 이제는 한 업체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수요가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고 안주한 것이 원인이었다.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요가들이 녹이 슬지 않는 알루미늄 소재를 더 선호한 것이다. 철강은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소재라고 방심한 것이 문제였다. 그러는 사이 여기저기서 타 소재 반란이 시작됐다. 철보다 4분의 1이나 가볍고, 강도는 10배 강하고, 7배 탄성을 갖는 소재가 탄생했다. 탄소섬유의 대(大)반란이 그것이다. 4차 산업을 선도할 미래 핵심 소재가 되기 위한 부푼 꿈도 꾸고 있다.

이 밖에도 철에 버금가는 고강도 플라스틱 개발 등 철을 위협하는 소재들의 반란이 심상찮다. 그동안 철강업계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소재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나름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 아직 배가 고프다는 얘기다. 경쟁 소재의 출현은 나쁘지 않다.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빌리티 시대에는 요구되는 것이 많다. 초경량 고강도 차체 및 소재 개발 등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골프를 치다 보면 동반자들이 최고로 많이 하는 말이 “오늘 왜 이렇게 안 맞지”이다. 안 맞는 이유가 있다. 연습 부족이거나 실력이 모자라서이다. 노력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좋은 점수를 낼 수 없는 것이 골프다. 철강업체도 마찬가지다. 타 소재와 경쟁에서 이기려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김아림 선수 아이언을 후원하는 미즈노의 피팅 담당 팀장은 US여자오픈 출전을 앞두고 그녀의 클럽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3개월 만에 클럽 페이스가 닳아있더라는 것이다. 무명의 반란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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