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철강상생협력펀드는 가뭄에 단비였다

황병성 칼럼 -철강상생협력펀드는 가뭄에 단비였다

  • 철강
  • 승인 2021.02.0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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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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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이 지났다. 봄을 시샘하듯 아직 칼바람이 제법 매섭다. 저만치 설 명절도 다가왔다. 예년처럼 마음이 설레지 않는 것은 코로나19 광풍이 원인이다. 고향을 찾아 형제자매끼리 오순도순 즐거운 명절을 보내는 것도 물 건너 갔다. 소수 인원만 허락하기에 아무래도 즐거움이 반감 될 것이다. 그래도 명절이니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상여금을 챙겨야 하고 선물도 마련해야 한다. 사업이 잘될 때는 몰랐지만 불경기에는 죽을 맛일 것이다.

사업이 잘 안 될 때는 자금 융통이 가장 큰 문제다. 평소에는 돈을 쓰라고 애원하던 은행의 문턱도 갑자기 높아진다. 직원들 급여 날은 광속으로 다가온다. 돌아서면 봉급 주는 날이라는 어느 경영자의 하소연이 이해가 간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은 더할 것이다. 그래서 급전을 빌리게 되고 채무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대부업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돈을 빌려 쓰고 패가망신하는 것을 주위에서 종종 본다. 사업체도 망하고 가정도 파탄에 이르게 하는 악덕 대부업체는 없어져야 하지만 단속을 피해 버젓이 존재하니 문제다.  

서울시 불법대부피해상담센터에 접수되는 상담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센터가 설립된 2016년 184건이었던 신고 건수 가 2019년 394건, 지난해 376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신고하지 않은 것까지 고려하면 피해자는 더 많이 있을 것이다. 30만 원을 빌려주고 2,085%의 이자를 떼 갔을 정도로 수법도 악랄하다. 경제가 나빠질수록 이들의 검은 손은  생활 속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 것이다. 우리 업계도 이러한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가의 자금 지원 혜택이 더 많은 업체들에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

우리 업계는 이러한 점에서 진정 상생(相生)의 모범이다. 철강상생협력펀드가 좋은 예이다. 이 펀드는 명칭만 들어도 절실함으로 다가온다. 동종 업체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그것도 차가운 철(鐵)을 취급하는 우리 업계가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자부심이 크다. 자금 조성은 업계 큰 형님 격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앞장섰다. 포스코가 714억 원, 현대제철이 286억 원을 출원해 총 1천억 원이 조성됐다. 돈 내기를 꺼리는 우리 업계의 특성을 과감히 깨어버린 획기적인 일이었다.

혜택도 골고루 돌아갔다. 펀드 조성 6개월 만에 158개 업체에 대출을 완료했다. 이들에게는 이 자금이 가뭄에 단비와 같았을 것이다. 실제로 한 업체 대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저금리로 신속하게 대출해 주어 운전 및 고용안전 자금으로 활용했다”면서 “창립한 지 6년밖에 안 된 작은 업체임에도 세심한 배려를 해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05% 이자로 업체의 부담도 덜어주었다.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펀드 조성 6개월 만에 전부 소진됐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업계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매출이 급감하며 자금경색이 심화됐을 것이다. 급전을 빌리고자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고리대금 대부업체 유혹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두 회사가 펀드를 조성해줘 코로나19 극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정국에 자사도 어렵지만, 중소업체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은 두 회사야말로 상생의 모범으로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   

예로부터 우리는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DNA가 있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이러한 풍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연말·연초에 우리 업계가 내놓는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을 봐도 그렇다. 자신들도 넉넉하지 않은 데도 십시일반 모금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철강상생협력펀드도 이러한 맥락이다. 봄 문턱에 들어선 지금 몸은 춥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상생의 훈풍 때문이다. 비록 돌부리에 넘어지고 가시밭길을 걷는 요즘이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참고 견디다 보면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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