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중소기업이 준비할 시간 필요”

“중대재해처벌법, 중소기업이 준비할 시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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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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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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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경총 공동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준비 실태조사’ 결과 발표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와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은 50인 이상 기업 314개사를 대상으로 공동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준비 및 애로사항 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10월 7일 발표했다.

산재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 등을 강력히 형사처벌(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 27일 시행 예정이며, 50인 미만 기업은 2024년 1월 27일 시행 예정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행령에 규정된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법 시행일까지 준수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전체 응답 기업의 66.5%, 5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은 77.3%가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의무내용이 불명확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경영책임자의 의무내용 중 준수하기 가장 어려운 규정에 대해서는 ‘인력, 시설 및 장비의 구비,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41.7%)과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의무 이행사항 점검 및 개선’(40.8%)을 지적했다.

이러한 응답은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필요한 예산의 수준과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의무이행의 어려움이 조사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소기업은 열악한 인력과 재정여건으로 인해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 규정을 가장 준수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 시 예상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의무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경영자 부담 가중’(61.5%), ‘종사자 과실로 재해가 발생해도 처벌 가능’(52.2%), ‘형벌수준이 과도하여 처벌 불안감 심각’(43.3%) 순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예방의 의무와 과도한 책임(1년 이상 징역)을 경영자에게만 묻고, 종사자 과실로 발생한 재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중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 전체기업의 74.2%(대기업 80.0%, 중소기업 74.7%)가 ‘고의·중과실이 없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 처벌 면책규정 마련’이라고 답변했으며, 이어 대기업은 ‘경영책임자 의무 및 원청의 책임범위 구체화’(52.3%)를, 중소기업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 완화’(37.3%)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대기업은 하청기업의 사고 발생 시 매우 엄한 처벌을 받게 됨에도 법상 원청의 책임범위가 불분명하고, 중소기업은 대부분의 사업주가 오너이기에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소기업은 대부분 오너가 직접 경영하기 때문에 처벌에 따른 경영 중단에 대한 두려움이 대단히 큰 상황”이라며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정부의 적극적인 컨설팅 및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촉박한 시행일정을 감안해 중소기업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수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법률의 불명확성이 해소되지 못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의무준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사결과에서 나타났듯이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도 문제지만 고의·중과실이 없는 사고까지 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면책규정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법 개정(보완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총은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에 대한 사업장의 이해를 돕고자 정부 관계자를 초청해 온·오프라인 병행 설명회를 10월 8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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