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원자재 철스크랩, 출혈 경쟁 조심

저탄소 원자재 철스크랩, 출혈 경쟁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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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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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기자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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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스크랩 가격이 13년래 최고 수준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탈탄소를 위한 고로사들의 스크랩 사용 비율 확대가 기폭제로 작용했으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세계 각국의 스크랩 수출 제한 정책 또한 구매 경쟁을 가속화했다. 

철스크랩 가격 변동이 가장 심했던 시기는 2008년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톤당 67만원까지 폭등했던 가격은 반년 만에 16만원까지 떨어졌다. 그 후 계절적 요인과 시장 상황에 따라 소폭 변화를 겪었으나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일정한 가격을 유지했다.

그러던 철스크랩 가격은 2021년 큰 변화를 겪었다. 올해 가격 변동 폭은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다. 2020년 6월 톤당 28만원이던 스크랩 가격은 10월 56만8,000원까지 상승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대로라면 조만간 60만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양대 고로사를 중심으로 철스크랩 소비량이 급증했다. 시대적 이슈가 된 탄소 배출량 저감 때문이다. 고로에 들어가는 철스크랩의 장입 비율을 상향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올해 6월 포스코는 철스크랩 사용 비율을 15% 수준에서 18~19%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월까지 구매량은 9만~10만톤 수준을 유지했으나 5월부터 18만~20만톤으로 확대했다. 이러한 확대 기조는 생철, 중량류를 비롯해 경량류까지 이어졌다.

포스코는 급기야 7월 22일 IR을 통해 철스크랩 장입 비율을 기존 15%에서 2025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철스크랩 사용을 늘리기 위한 제강 설비를 도입하는 등 전기로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업체의 물량 확대로, 철스크랩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도 10월 당진제철소 파업 종료와 보수 종료로 철스크랩 소비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더욱 적극적인 철스크랩 구매로 전환했다. 대형모선 입항, HBI 대량 구매 등으로 안정된 수급량을 확보한 포스코도 최근 등급에 따라 구매 가격을 톤당 1만~1만5,000원가량 올리며 적극적인 구매에 나섰다.

대표적 탄소 배출 산업인 철강업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시장 가격 왜곡과 출혈 경쟁을 야기할 수 있는 수급 정책은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판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치는 자연스레 철스크랩 업계의 고질병 중 하나인 물량 잠김 등의 공급량 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물량 확보 경쟁으로 가격 상승이 커질수록 대형 업체의 가격을 따라가기 위한 중견 및 중소 업체들의 가랑이도 아플 수밖에 없다. 

철스크랩은 제조재가 아닌 발생재다.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은 85% 정도로 국제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철스크랩 장입 비율을 늘리며 저탄소 사회 실현에 앞장서는 과정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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