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인사(人事)가 만사(萬事)가 되려면…
황병성 칼럼 - 인사(人事)가 만사(萬事)가 되려면…
  • 황병성
  • 승인 2021.11.22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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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가 올해 장가도 가고 돈 쓸 일이 많아졌을 텐데 과장으로 진급시키는 것을 강 부장은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사장이 넌지시 묻는다. 

이 물음에 강 부장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사장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일하는 능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성격이 밝고 상사에 대한 예절도 깍듯한 친구이니 승진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한다. 

불과 30여 년 전 한 직장의 풍경이다. 개인 능력보다 사람 됨됨이를 중요시하던 시대에 흔한 모습이었다. 능력이 아닌 감성(感性)이 우선시 되던 아날로그 시대 직장 생활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렇게 김 대리는 능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과장으로 승진하고 세월이 흐른 후 임원에까지 오른다. 그가 승승장구 한 데는 든든한 줄 대기도 한몫했다. 학연, 지연, 혈연 등이 큰 도우미 역할을 했다. 그래서 출세하려면 군대에서만 줄을 잘 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온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했다. 국가는 물론이고 회사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인사로 큰 낭패를 보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인사를 하려면 인물 평가가 중요하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디지털시대가 도래한 지금은 감성으로 인물을 평가하던 과거와 다르다. 각종 객관적인 수치가 기준이 되고 평가 방법도 다양하다. 그 기저에는 항상 업무 능력이 자리한다. 과거 능력이 조금 떨어져도 인간 됨됨이를 보고 승진시키던 때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 방법이 회사 경쟁력을 향상하는 원동력이 됨은 물론이다. 대기업 사례를 보면 이것이 잘 입증된다. 국내 S전자는 인사제도 공정성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고자 인사체계에 손을 본다고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동료평가 도입이다. 일반적인 인사평가는 주로 상급자가 주도한다. 이 평가에는 ‘상사 마음대로’ 이뤄지는 문제가 있었다. 동료평가는 이러한 하향식 평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MZ세대 목소리를 담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인사제도 도입 취지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업무 만족도를 향상하는 데 있다. 어느새 주축이 된 MZ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제도이기도 하다. 이 회사가 세계적 기업이 된 것은 이러한 세심함에 있었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헤아려 과감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우리 업계가 본받아야 할 사항이다. 파격적인 인사제도 도입은 신규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파격적인 인사 실행은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우리 업계도 인사 시즌이 돌아온다. 공정한 인사가 우선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인사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직도 30년 전 인사시스템을 유지하는 업체들이 많다. 특별히 문제가 없는 한 일 잘하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하지만 아무리 일을 잘해도 속된 말로 상사에 ‘찍힌’ 사람은 승진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능력과 자질에 따라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 원칙인 데도 말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정한 기준과 절차를 수립하고 운영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인사를 한다면 결코 잘된 인사라고 할 수 없다. S전자의 파격적 인사제도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 발상이 놀랍다. 이것을 접하며 우리 업계도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가 존재하고, 하물며 보은 인사도 있다. 당장 벗어버려야 할 더러운 옷과 같은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것은 절대 진리이다. 그것을 거슬러서는 회사의 발전은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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