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기술·제품 국산화로 수입 의존 낮춰

철강업계, 기술·제품 국산화로 수입 의존 낮춰

  • 종합
  • 승인 2022.03.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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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재철 기자 parkjc@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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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반도체용 희귀가스 ‘네온’ 생산 설비 및 기술 국산화

현대제철, 수소전기차 핵심 기술 국산화 나서

세아창원특수강, 제품 국산화로 일본 및 유럽산 대체

철강업계가 해외 수입에 의존해왔던 제품과 기술의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국 제조업 성장세 둔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주요 제품 및 기술의 국산화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먼저 포스코는 국내 최초로 반도체용 희귀가스 네온(Ne)의 생산 설비 및 기술을 국산화하고 성공적으로 첫 제품을 출하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네온(Ne), 제논(Xe), 크립톤(Kr) 등 희귀가스의 수요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0년 약 1,600억 원 규모였던 국내 희귀가스 시장이 2023년에는 약 2,800억 원 규모로 확대되는 등 연평균 2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는 희귀가스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중 네온은 공기 중에 0.00182% 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희귀가스로,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사용되는 엑시머 레이저 가스의 원재료 중 하나다. 과거 무역 분쟁 등에 따른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을 겪으며 국산화 시도가 이뤄졌지만, 외국 기술에 의존한 개발에 그쳤고 이 역시도 생산이 중단돼 현재 수요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전문기업인 TEMC와 협력하여 2019년 말부터 약 2년에 걸쳐 네온 생산의 완전 국산화를 추진해왔다. 제철 공정용 가스 생산에 사용 중인 대형 공기분리장치를 활용해 광양제철소 산소공장과 TEMC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의 네온 생산 설비를 자체 개발했다. 또한 이를 통해 추출한 네온을 TEMC가 독자 기술로 정제한 후 완제품인 엑시머 레이저 가스까지 생산하는 전 공정 국산화를 완성했다.

이번에 준공한 설비는 고순도 네온 기준 연간 약 22,000Nm3(노멀 입방미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수요의 16%가량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시운전을 통해 제품 품질 평가를 마무리했으며, 올해 설비를 준공하고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가게 됐다.

포스코 유병옥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과(왼쪽에서 네 번째) 이진수 광양제철소장(왼쪽에서 세 번째), 유원양 TEMC 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1월 12일 광양제철소 산소공장에서 개최된 '네온 생산 설비 준공 및 출하식'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국내 용접재료 제조사 현대종합금속과 협력해 용접재료의 전량 국산화에 성공했다. 용접재료는 높은 인성과 효율성 문제로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왔으나 현대제철은 이번 한국가스공사 품질인증시험에서 전량 국산 용접재료를 적용해 인증에 통과했다. 현대제철의 용접재료 국산화로 수입재 대비 약 30% 이상 비용 절감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향후 LNG프로젝트 참여시 장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은 LNG저장탱크용 극저온 철강재 '9%니켈강'이 한국가스공사의 품질인증시험을 통과시켰다. 현대제철은 두께 6~45mm, 최대폭 4.5m 9%니켈강 제품의 품질인증을 획득했다고 31일 밝혔다. 9%니켈강은 조선용, 육상 플랜트용 저장탱크 등 LNG연료 저장시설의 안전성을 위해 사용되는 초고성능 후판제품이다. 극저온 환경(영하 196도)에서도 충격에 대한 내성이 뛰어나며 용접 성능 또한 우수하다.

이번에 인증받은 제품 너비 4.5m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9%니켈강의 두께와 폭 등 사이즈 확대가 요구되고 있어 중요성이 대두된다. 현대제철은 이번 9%니켈강 품질인증을 통해 한국가스공사의 당진 LNG생산기지 건설사업 자재 공급사 자격을 획득해 LNG저장탱크 제작에 필요한 철강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세아그룹의 계열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은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손잡고 항공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 항공기용 소재는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와 내구성, 내열성을 가져야 한다. 까다로운 품질 기준 탓에 대부분 수입산 고급소재를 이용해왔다. 특히 날개나 동체는 경량화를 위해 고강도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다. 초대형 단조설비를 사용해 일체형으로 제조돼야만 항공기 성능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설비와 소재를 모두 보유한 해외 업체들로부터의 수입에 전량 의존해 왔다.

KAI와 세아창원특수강은 소재 국산화를 위한 노력 끝에 수입산 대비 원가가 싸고 품질경쟁력을 갖춘 국내 최초 민간항공기용 금속소재 개발 초읽기에 들어갔다. 세아항공방산소재의 고급알루미늄 소재와 세아창원특수강의 대형단조설비 가공기술을 결합켜 얻은 쾌거다.

동국제강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오던 클래드 후판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클래드(Clad)는 서로 다른 금속을 결합해 각 금속의 장점만을 취하는 접합 기술이다. 동국제강은 후판에 스테인리스를 얇게 붙인 클래드 후판으로 강도와 내식성을 함께 충족토록 했다. 스테인리스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후판 대비 원가경쟁력도 높였다.

상업화에 앞서 클래드 후판을 활용한 실물 압력용기(Demo vessel)를 직접 제작하고 강도와 압력 등의 정밀 평가 과정을 거쳤다. 클래드 후판은 주로 화학이나 정유산업에서 기체와 액체를 보관하고 이동할 때 쓰이는 고강도·내부식성의 압력용기 및 라인파이프 제작에 쓰인다. 국내 수요는 연평균 2만 톤 수준이다. 그동안 공급 가능한 철강사가 없어 대부분 미국산과 일본산에 의존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포함한 철강 제품의 국산화로 원가절감을 비롯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래드 후판 제품. 사진 제공=동국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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