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노포 주인장 리더십을 배워야

황병성 칼럼 - 노포 주인장 리더십을 배워야

  • 철강
  • 승인 2022.04.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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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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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우리 일상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화를 거듭한다. 이처럼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훈훈한 인심이 넘쳐난다. 대대로 이어오는 변함없는 맛에 단골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경기가 좋거나 나빠도 흔들림 없이 본분을 다하는 곳이다. 노포의 진가는 여기에 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도권에는 식당이 30만여 개나 영업 중이다. 세계에서 식당이 제일 많지만, 그만큼 망하는 식당도 많다. 수명이 짧기로 유명한 우리나라에서 수십 년 세월을 버틴 식당이 노포이다. 현대사의 고단함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 식당들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이 가게들은 이윤이 우선이 아니다. 고객과 신뢰가 우선이다. 언제든 찾아가도 반겨주는 편안함이 있다. 백열등 밑에서 대포 잔을 기울이며 부르던 구성진 노랫가락이 정겨웠다. 술주정을 아량으로 받는 주인장의 미소가 흐뭇했다.

노포가 오랜 세월을 버텨온 힘은 리더(주인장)의 역할이 컸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장 리더십은 기업도 본받을 만하다. 이들은 잘 나갈 때도 항상 어려울 때를 대비했다. 그 첫 번째가 변하지 않는 맛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이 고객을 사로잡은 비결이었다. 기업으로 치자면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경청’의 자세가 중요했다. 고객과 자주 소통하며 그들 입에 맞는 음식 개발에 열정을 쏟았다. 이것이 수십 년이 흘러도 무너지지 않는 원동력이었다. 노포의 명성은 여기에서 나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시대를 앞서가는 철학과 탁월한 통찰력으로 전 세계 수많은 비즈니스맨의 조언자였던 피터 드러커가 말했다. “경영자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마련하고, 생산적인 미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고객과 만남을 통한 끊임없는 소통이 경영의 최우선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것은 노포 주인장 리더십과 다르지 않다. 우리 기업들이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것도 경영자들이 이러한 기준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결코 쉽지 않은 것이기에 실천도 어렵다. 

중식 요리대가 이연복 씨는 대중 스타다. 텔레비전을 통해 얼굴과 이름이 널리 알려져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이 음식점 폐점을 두고 뒷말이 많다. 응원의 말도 있지만 부정적이 말이 더 많다. 코로나 전 모임을 했었는데 누구도 다시 오자는 사람이 없었다. 죽어라 노력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요리 프로그램에 한번 나와 인기 끌더니 여기 저기 프로그램에 얼굴 내미는 데 경영이 잘 되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다. 소비자는 유명 요리사의 음식을 먹고 싶어 가지 이름보고 가는 것이 아니다. 방송보다 본업에 더 충실해 주길 바란다. 이 지적들은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라는 말이 생각나게 한다. 리더가 수시로 자리를 비운 식당의 결말은 폐점이었다. 

피터 드러커는 ‘무엇이 기업을 위하는 것인가’라고 묻는 것이 리더들의 덕목 중 하나로 꼽았다. 비록 허름한 노포지만 주인장들은 가게를 위해 온 정성을 쏟는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함이다. 재료가 좋으니 음식 맛이 좋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손님들을 위한 것이고, 가게가 번창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다. 기업이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경영자들이 본받아야 할 사항임이 분명하다. 노포에서 펼쳐지는 주인장의 리더십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자존심을 떠나 마땅히 본받아야만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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