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한국사위 래리 호건의 서한
황병성 칼럼 - 한국사위 래리 호건의 서한
  • 황병성
  • 승인 2022.05.0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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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배도 이런 뒷배는 없을 것이다. 이른바 ‘한국 사위’로 유명한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그의 부인 유미 호건 여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래리 호건은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미국 정가에서 그의 입김이 비교적 강하다. 특히 한국에 우호적인 것은 우리로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있다. 유미 호건 여사의 내조 때문인가? 그가 바이든 행정부에 한국과 철강 232조 재협상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철강협상에 진전을 기대할 만한 소식이다. 그는 이 서한에서 “한국 등 또 다른 핵심 동맹과 유사한 협상을 지연하지 않기를 촉구 한다”라고 전했다. 서두에는 유럽(EU)과 일본의 관세 완화 합의에 갈채를 보낸다고 운을 떼었다. 이 의미는 두 나라에는 관세를 완화해 주고 한국을 비롯한 다른 우방국은 왜 재협상을 하지 않느냐는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동맹과 협력하는 프레임워크 창출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을 콕 집었다. 

미국은 현재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규제로 철강재가 턱없이 부족해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이에 수요가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트럼프의 정책이 보기 좋게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려다 자기나라 수요가들이 다 죽게 생겼다.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으로 비판받는 이유다. 이처럼 트럼프가 강행한 법은 수요가들에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호건 주지사가 급히 나선 이유다.

그는 서한에서 새로운 협상을 강조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한국산 철강에 의존하는 수요가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초래할 것임을 경고했다. EU와 일본처럼 한국 등 다른 동맹들과도 새로운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쿼터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던 한국 정부는 미국에 재협상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응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호건 주지사가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실제로 메릴랜드 주(州) 철강 수요가들의 불만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서한에 큰 영향력을 행사 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부인 유미 호건 여사(1959년생)는 전남 나주의 양계장 집 막내딸로 태어났다. 1978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결혼해 남편과 미국으로 이민 갔다. 미국에서 딸 셋을 낳았지만 1990년 이혼한다. 독신주의자였던 래리 호건을 처음 만난 건 2000년 자신의 미술 전시회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사귀다  2004년 결혼 한다. 래리 호건의 정치적 야심은 결혼 10년 뒤 2014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다. 주위에서 이 선거는 100%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깜짝 승리로 정치무대에 데뷔한다. 유미 여사의 헌신적인 선거 운동 노력이 컸다.  

이에 따라 유미 여사는 메릴랜드 역사는 물론이고 미국 역사상 첫 한국계 영부인이 됐다.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주지사 임기 시작 5개월 만에 래리가 림프종이라는 암에 걸린다. 그의 집무실은 병원 입원실이 됐다. 다행히 약물치료와 부인의 미술 치료 덕에 1년 만에 완쾌한다. 이후 그는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나타내며 ‘한국 사위’라는 애칭을 얻는다. 한국 정부도 팬데믹이 발생하자 진단키트를 보내면서 그의 관심에 화답했다. 공화당 내에서 그의 정치적 입지는 굳건하다. 이에 그의 최근 메시지는 한·미 철강 협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유를 비롯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액이 역대 최고였음에도 수입액이 이를 넘어서며 2개월째 무역 적자다. 다행히 철강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다. 각국의 보호무역이 갈수록 강화되기 때문이다. 거친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래리 호건 주지사처럼 우군을 많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의 든든한 뒷배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그의 메시지 또한 난관에 봉착한 한·미 철강협상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공은 바이든 행정부로 넘어갔다. 우리나라와 호건 주자사가 다 만족할 수 있는 협상의 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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