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 안전 강화 대응 점검

(창간기획)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 안전 강화 대응 점검

  • 철강
  • 승인 2022.06.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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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기자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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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업종 인식 벗어나자"…안전 강화 전방위 투자 확대



안전사고 예방 총력…완전 무사고 달성 어려운 환경
처벌 대신 예방 중심으로 관련 법 개정 필요성 부각

철강과 비철금속 산업은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국내 산업계가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포진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노후된 시설과 여전한 안전 불감증 등으로 인해 항상 현장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각 기업마다 제조현장 안전에 대해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4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법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예방 중심이 아닌 처벌 중심으로 강행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동안 한쪽에 치우친 여론에 의해 이뤄진 입법으로 법안의 주요 내용이 기업과 기업인을 처벌하는 데만 집중되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제조현장에서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철강 및 비철금속 제조업체들의 불만도 궤를 같이 한다. 정부의 관련 예산을 1조원 넘게 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적발 및 처벌 위주의 정책과 예방사업의 비효율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처벌 중심이 아닌 예방 중심으로 시스템 개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안전사고는 항상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제조업 현장의 상황을 감안하면 기업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다. 더군다나 법을 100% 준수한다고 해서 중대재해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대상인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와 기준을 놓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 활동, 안전시설 설치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이다.

원청과 하청 사이에서의 문제, 노동자의 수칙 준수 여부, 안전 수칙 적용 대상 등 각종 사안을 두고 노동부의 정확한 해석을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법 시행을 앞두고 참고할 만한 사항이 없어 답답했다. 앞으로 관련 사례가 꾸준히 나와봐야 윤곽이 나올 것 같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관련법에 따른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했다는 사항을 근거로 남기는 것 외에 따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당연히 사고는 없어야 하지만 혹시라도 시범 케이스로 걸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대기업은 이를 준비할 시간과 자금이 충분하지만, 일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부담이다”면서 “만일 중대재해법으로 사업주의 처벌이 확실시 된다면 문을 닫아야 하는 곳이 수두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기업들이 안전경영에 대해 한층 보완하고 개선해야 하는 당위성은 분명하다. 지금으로선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확립하여 세부 매뉴얼을 만들어 철저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최신 기술 도입에도 신경써야만 한다. 돌발사고에 대비한 비상대응 훈련 등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등한시 했던 현장안전에 대해 투자를 늘리고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것에 기업인들도 전부 동의한다.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혹은 ‘나 하나쯤이야’와 같은 안일한 태도는 기업주와 노동자 모두 바꾸어야 한다. 그러면서 기업 자율에 책임을 둔 규제방식으로의 전환과 함께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예방 중심의 정책, 민관 협력 등을 활발히 추진해 산업재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 현실성 있는 대안 마련에 정책 보조 맞춰야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2일에 이정식 장관 주재로 주요 철강사 대표이사 및 한국철강협회가 참석하는 철강산업 안전보건리더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사망사고 위험이 높은 철강업의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 확보 의무 등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당부하기 위한 자리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스틸,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등 6개 철강사 대표이사와 한국철강협회가 참석했다.

이정식 장관이 철강은 이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규제로 인식하기 보다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진정성을 평가하는 잣대로 보는 사고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5월 27일 기준 산재 사망사고는 전년 대비 8% 감소했으나 제조업에서만 사망사고가 6.8% 증가했다. 철강업에서도 지난해 12명 노동자가 사망했고 올해도 5월까지 5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올해 철강업 사망사고 5건은 모두 설비 설치·수리(3건), 자재 인양·운반작업(2건)에서 발생했다. 이는 관리감독자가 없는 상태에서 작업계획서 수립, 정비작업 전 설비 작동 중지 등의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 장관은 “기존 방식을 고집해서는 절대 사망사고를 줄일 수 없으며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경영체계에 안전의식을 내재화해 경영과 안전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기업 DNA를 바꾸어야 한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자율적 사고 예방체계를 구축·이행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안전경영에 대한 투자 확대와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밝히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지나친 프로세스 규제가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각 협회와 주요 기업들은 안전에 대한 투자와 제조현장 근무환경 개선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5월 26일 한국전기안전공사와 철강산업 전기안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철강 제조에 필수적인 전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 안전 강화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업무 협약은 ‘철강산업 현장에서의 전기 위해 요소 제거 등 전기재해 및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전기안전관리 상생관계 구축’ 이라는 목적 아래 ▲안전컨설팅을 기반으로 한 재해 예방 ▲사고조사?원인분석 등 기술 지원 ▲안전교육 제공 ▲공동 연구개발 협력 ▲ESG 경영 실천 및 양기관의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을 내용으로 체결됐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주요 철강업체들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철강산업 안전대응 협의회’를 신설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동부제철, 세아베스틸 등 국내 대표 철강업체들은 안전관련 대응조직을 사장 직속으로 격상하고 예산도 대폭 확대하면서, 사고예방 측면에서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전 직원 대상 안전교육 강화, 작업장 안전관리요원 배치 확대, 현장 위험성 평가제도 강화, 불완전한 현장 신고제 운영 등 안전관리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안전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업계는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동 대응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특히 중대재해의 90% 이상이 비일상 작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철강업체들은 해당 협의회에서 다양한 작업사례 분석과 안전대응 논의가 집중적으로 할 예정이다.  

■ 주요 기업마다 안전경영 강도 높여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지난 5월 9일 포항 청송대에서 외부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안전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내 최고의 안전 전문가들에게 주기적으로 안전 관련 자문을 받아 포스코에 적합한 안전활동을 내실화하기 위함이다.

안전자문위원회는 사내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안전환경본부를 중심으로, △안전문화·시스템 △안전제도 △안전기술 분야의 외부 자문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격월 정기회의를 통해 포스코의 안전 수준을 진단하고, 이를 향상할 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통해 포스코의 안전제도, 시스템, 기술 등을 강건화할 수 있도록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김지용 포스코 안전환경본부장은 “포스코는 생산·품질에 앞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안전문화 구축에 힘쓰고 있다. 국내 최고의 안전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제철소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올해부터 새롭게 ‘안전학교’를 실시했다. 교육 대상은 제철소 설비 개선, 투자, 정비 등을 담당하는 설비부문 직원 1,598명이다. 설비부문 직원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현장 작업을 설계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이번 교육 프로그램의 주 목적이다. 이를 위해 실제 작업 투입 직전 전문가와 현장에서 작업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회의인 TBM(Tool Box Meeting)의 올바른 수행 방법과 JSA(Job Safety Analysis, 작업안전분석) 방법 등을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설비부문 각 부서의 안전파트장이 강사로 나서 관련 법규 등 이론부터 TBM 역할극 실습, JSA 작성 및 평가 실습까지 밀착 교육해 직원들이 안전 문화를 체화할 수 있도록 한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안전조직 개편 및 투자 확대의 일환으로 대표 직속으로 안전총괄조직을 신설해 ESG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조직은 회사 전체의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총괄하며 당진 외에 인천과 포항 등에 위치한 회사의 각 공장에도 안전보건팀을 갖춰 재해예방에 나서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안전보건환경센터를 통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나, 지역적 한계가 발생하는 등 전사적인 안전보건 총괄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여 총괄조직 신설을 통해 전사 안전보건 담당 업무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안전시설물 추가 설치, 작업환경 개선 등 다각적인 안전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유사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시설물 보강에 나섰으며, 협착 위험설비 안전난간대, 방호울, 안전문 설치를 진행했다. 고소작업 안전데크 및 통로를 설치해 추락을 방지하고, 위험설비 보호커버 설치도 설치하는 한편 모든 설비에 안전장치를 도입해 우발적인 사고를 막는 ILS(Isolation Locking System) 시스템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G스틸은 최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스마트 안전기술’ 개발 업무협약(MOU)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체결하고 컬러강판 제조공정 등에 특화된 지능형 안전 CCTV 솔루션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 양측은 자동화된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산업재해 예방 솔루션을 마련할 계획이다. AI가 카메라를 통해 축적된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 작업자의 움직임을 예측하면 정확도 높은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개발되는 시스템은 이르면 연내 KG스틸 당진·인천공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KG스틸과 RIST는 이번 프로젝트를 완료한 이후에도 스마트솔루션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철금속 제조업체인 고려아연은 지난해 7월 5일에 안전경영을 제1원칙으로 하는 경영가치의 근본적인 전환을 선언하면서 ‘중대재해 제로를 위한 경영시스템 개선방안’을 수립해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안전경영체제로의 경영 패러다임 전환 △스마트 안전시스템 도입 △참여·협동형 현장중심 안전문화 강화 △협력사 위험관리체계 구축 등 회사의 경영체계를 안전환경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안전관리예산에 더해 약 3,500억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조직적으로 안전경영을 책임 있게 총괄할 지속가능경영본부를 신설했으며, 기존 노사안전협의회를 외부 전문가와 노조를 포함한 내부 구성원이 참여하는 개방형 안전혁신위원회로 확대 구성하여 안전보건관리 시스템 및 행동양식 등 안전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지속적인 혁신 방안을 강구 중이다. 위원회는 안전관리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인사위원회 상벌사항 안건 회부에 대한 의견도 제시할 수 있는 외부 감사기능까지 부여해 실효성을 높였다. 

지난 4월에는 ’KZ 이음’으로 명명한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어 본격 가동했다. 이 플랫폼은 △안전관리 △인사관리 △복리후생 △노동조합 △출입관리 △공지사항 등의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안전관리 카테고리에 ’안전신문고’와 ’Incident Report’를 구성했다. 이는 제련소 내 임직원들이 안전수칙 위반부터 공정, 설비, 작업 상 위험, 불안 요인에 대하여 언제든지 실명 또는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무결재 신고 시스템이다.
 
또한 협력사의 위험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위험의 내재화 및 원천적 제거와 함께 협력사의 안전관리인증 시스템 취득 지원을 위한 안전도우미 신설 및 다양한 안전관리 지원 정책을 도입하여 고려아연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관리시스템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사업장 내 위험 요소를 없애고 위험한 노후 설비를 개선하는 등 안전 환경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안전 관리 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LS그룹은 특히 안전·환경·윤리를 그룹 경영의 근간으로 삼고, 혹시 모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 차원의 ‘기본 지키기’ 활동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LS니꼬동제련은 지난해 말 아시아 최초로 ‘카퍼마크(Copper Mark)’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카퍼마크’는 동광석 채굴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과 안전 및 인권을 보호하고 지역 상생, 윤리 경영 등의 기준을 준수한 기업에 수여하는 ‘동산업계의 ESG 인증시스템’으로 꼽힌다. 

신동업체인 풍산도 사업장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풍산은 전 사업장에서 TPM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울산사업장에서 지게차의 사각지대를 차단하고 위험상황 경고 알람을 위해 어라운드뷰(around view) 시스템을 갖췄다. 이 시스템은 지게차 전·후·좌·우에 4대의 카메라를 설치하여 전방위 360″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지게차 작업 및 이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철저하게 예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요 공장마다 지난 2월부터 매월 노사합동 안전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노사 관계자 10여 명이 참여해 현장을 순회하며 사원들에게 안전활동을 당부하고 격려하는 활동이다. 이 캠페인은 사업장 무재해 달성을 위해 노사 간 안전실천 다짐과 사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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