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한전을 수술대에 올려라
황병성 칼럼 - 한전을 수술대에 올려라
  • 황병성
  • 승인 2022.06.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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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숨넘어가는 상황이다. 물가에 초당적 대응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0일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주요 생필품과 에너지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물가는 1년 전보다 9.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최고치다. 도시가스가 11.0% 올랐고 수도료는 3.5%, 지역 난방비는 2.4% 상승했다. 고물가는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국민들의 살림을 더 쪼들리게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한국전력(이하 한전) 전기요금 인상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이미 5%대 중반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료는 전 정부에서 넘어온 채무 유산이나 다름없다. 원전 포기와 한전의 방만한 경영을 수술하지 않은 원인이 크다. 그 태만했던 관리가 결국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생겼다. 호미로 막아도 될 일을 가래로 막게 됐으니 국민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동안 전기료를 인상하려면 한전의 고임금과 방만한 경영부터 수술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전기료를 올리겠다고 할 때마다 이 같은 지적이 쏟아졌지만 정부나 한전은 귀를 굳게 닫았다. 이러한 실책이 있음에도 전기료를 인상하려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과오로 인한 손실을 전기료 인상으로 메우려는 염치없는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다. 민간 기업이라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뒤따랐을 것이다. 그런데 한전은 무슨 노력을 했는가?

한전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매년 평균 1,544명의 정규직을 뽑았다. 2018년 1,780명, 2019년엔 1,772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이런 채용 확대는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는 시기에도 있었다. 지난해는 5조8,601억 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냈다. 올해는 손실 규모가 3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도 채용인원은 줄지 않았다. 적자 공기업이 무슨 배짱인가. 민간 기업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공공기관 채용 확대로 일자리 성과를 내려 했던 전 정부의 잘못이 크다. 

더 늦기 전에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의 개혁이 필요하다. 현 정부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박진 교수는 “지난 정부가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인력 운용이 방만해진 게 사실”이라며 “이미 뽑은 인력을 줄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기능을 조정하고, 해당 인력을 새로운 자리에 배치하는 등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지적이다. 수술해야 할 곳을 방치하면 더는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지금이 적기다.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형평성을 놓고 따진다면 다를 수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기업 종사자들이 더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방만한 경영으로 발생한 문제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은 더욱 황당하다. 이 때문에  전기료 인상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뻔뻔한 태도가 못마땅한 것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다. 전기료 인상의 최대 원인은 원전을 포기한 데서 기인한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원전을 포기한 대가를 지금 우리는 톡톡히 치르고 있다. 현 정부는 탈 원전 폐기에 방점을 찍었다.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공기업이 과하게 방만 경영되고 있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윤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라고 보고하며 개혁 작업에 돌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새 정부의 공기업 개혁이 ‘사후 약방문’처럼 됐지만 죽은 사람도 살리는 대책이 되어야 한다. 호화 청사를 팔고 고액 연봉을 반납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의 잘못이 더는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와서는 안 되는 개혁이어야 한다. 전기료 문제가 반면교사(反面敎師)이다. 한전을 제일 먼저 수술대에 올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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