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밥그릇 빼앗기는 끝내야 한다

황병성 칼럼 - 밥그릇 빼앗기는 끝내야 한다

  • 철강
  • 승인 2022.08.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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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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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짧은 시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성장 이면에는 심각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는 아직도 다 해결하지 못했다. 특히 소수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고착화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기업, 가계, 계층 간의 양극화 문제는 여기에서 잉태하고 낳았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다.

상도의(商道義)는 옛날에도 중요시 여겼다. 대상(大商)은 돈을 벌고자 물불을 가리지 않았지만 작은 구멍가게 손님은 넘보지 않았다. 비록 사재기 등 정당하지 못한 상행위를 일삼을지라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다. 소규모 가게를 넘본다는 것은 마치 아이의 코 묻은 돈을 빼앗는 것과 같이 생각했다. 이 같은 대상의 양심은 현대에 와서 무참히 무너졌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주범이다. 이익을 위해 골목상권까지 탐냈다. 아귀와 같은 탐욕은 끝이 없어 작은 문방구까지 넘봤을 정도다.   

이러한 대기업의 횡포에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탐욕을 포기하지 않은 기업은 거대한 공룡이 됐다. 대기업에 당한 수많은 작은 업체들은 문을 닫는 비극을 맞았다. 이 같은 상황은 복합적인 문제를 낳았다. 세대, 계층, 도시와 농촌, 지역 등 사회 각 영역의 불균형과 양극화가 그 산물이다. 이에 국가가 나섰다. 1981년 4월 1일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하면서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에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밥그릇 빼앗기’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 업계는 어떠한가. 철근 가공업은 그동안 중소업체들이 영위하는 사업이었다. 건설현장의 쓰임새에 맞춰 철근을 구부리거나 자르는 등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해서  맞춤형 제품으로 납품한다. 인건비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납품단가는 터무니없이 낮아 항상 불만이었다. 이에 건설업계를 상대로 현실화를 위한 싸움으로 마음과 몸 고생이 심했다. 그 아픈 마음은 낫기는커녕 도지기를 반복했다. 누군가가 그들 아픈 마음을 위로해야 했지만 오히려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 발생했다. 대형 철강사들이 이들의 밥그릇에 수저를 얹은 것이다.

대형 철강사는 “철강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고객 중심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졌다. 협력업체의 편의를 위해 가공업을 하고 있다”라고 강변했다. 고객 편의 향상은 기업이 추구하는 최고 가치는 맞다. 이러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특히 대형 철강사의 철근 가공 시장 진출로 혼탁한 물이 더 흐려졌다. 납품 가격이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소업체들은 운송비를 고려하면 남는 것이 없어졌다. 이에 “공장을 쉬게 할 수 없어 할 수없이 가동한다”라는 한 경영인의 절규에 피가 맺혔다. 

중소업체가 주를 이루는 방화문 업계도 시끄럽다. 한 대형 철강사가 진출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미 설비 완공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렇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 방화문 시장 진출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만약 방화문 제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차질이 생긴다. 3년간 관련 사업 진입 자제, 확장 자제, 사업 축소, 사업 이양 등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던지 대기업이 계획한 이상 사업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큰 목재 건물을 지으려면 혼자 힘으로 절대 지을 수 없다. 튼튼한 나무 기둥이 있어야 하고, 훌륭한 목수도 있어야 한다. 집을 짓는 동안 날씨도 좋아야 하고 일꾼들의 협조하는 마음도 중요하다. 혼자로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설사 혼자의 힘으로 지었다고 해도 그 집이 튼튼할 리 만무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가져야 할 자세도 이와 같다. 중소기업은 경쟁 상대가 아니다. 같이 집을 짓고 미래를 설계하는 상생(相生)의 관계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성장시킬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리를 가졌다고 여겨야 한다. 중소업체를 인수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기존에 하고 있는 사업에 진출해 밥그릇을 탐내는 것은 한참 잘못된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기술 향상과 성장을 위한 투자와 이를 통해 개발된 우수한 상품의 판매를 통한 이익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협력 관계이어야 한다.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맛있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아이의 떡이라면 절대 탐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어른의 도리다. 대기업도 이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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