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 달라!

황병성 칼럼 -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 달라!

  • 철강
  • 승인 2022.08.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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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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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주 52시간근무제의 오류가 크게 보인다. 저녁이 있는 삶과 경제적 어려움 사이에서 근로자들은 울고 웃는다. 이 제도가 50인 미만 기업에 확대 시행한 지 1년 여가 지났다.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불협화음이 심상찮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타격이 크다. 줄어든 근로시간으로 수익이 감소한 것이 큰 문제다. “저녁이 있는 삶을 찾다가 굶어 죽게 생겼다”라는 푸념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이유다. 

한 중소기업 근로자는 “저녁이 있는 삶은 대기업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이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사치다”라고 일갈한다. 박봉의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든 것에 불만이 많다. 제도 시행 전에는 연장근무 등을 통해 그나마 적은 임금을 보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에는 이것이 어려워졌다. 급기야 가정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적자를 면하려는 근로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보기에도 딱하기 그지없다.   

결국 ‘투잡’ 이 추세가 됐다. 줄어든 잔업 수당을 채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온 가족이 동원해 돈을 벌어야 하는 기막힌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가시간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었다. 삶의 질이 좋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근로자에 해당하는 얘기다. 이에 대기업 근로자를 보며 느끼는 위화감은 더욱 커졌다. 이처럼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두드러지는 것이 이 제도의 부작용이다.

그 피해가 오롯이 근로자들 몫이 된 것이 억울하다. 한 조사가 이것을 입증한다. 중소기업 근로자 절반 이상이 “주 52시간제 도입 후 삶의 질이 나빠졌다”라고 답변했다. 반면 “좋아졌다”라고 한 답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빠진 이유를 임금 감소로 인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을 들었다. 인간에게 먹고사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것을 국가가 막고 훼방 놓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닌 궁핍한 삶으로 몰고 가는 이 제도에 대해 개편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가정경제에 타격을 주다 못해 사업 영위에도 걸림돌이 되는 것이 이 제도다.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에는 너무 가혹하다.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설비 자동화가 현명한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자금이 없으니 낭패다. 자금 사정이 넉넉한 중소업체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이 문제다. 형평성을 따져도 맞지 않는다. 업종 특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현실에 맞게 손질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 법이든 제도든 잘못이 있으면 고쳐서 쓰는 것이 법치주의 국가이다.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권한은 어디에도 없다. 이에 원칙에 입각해 손본다면 불만을 가질 근로자와 업체는 없을 것이다. 특히 이 제도로 말미암아 노동의 양극화가 더 고착화되면 사회적 합일에도 흠집이 생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근로자는 모두 평등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것이 이 제도의 최대 흠결이다.

정부가 이 제도의 유연화를 위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고용노동부가 제도 개선을 위해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발족했다. 주 52시간제 운영방법 및 이행 수단을 현실에 맞게 손질하는 것이 발족 취지라고 한다. 연구회는 앞으로 4개월간 운영한 후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기대하는 바가 크다. 노동시장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다. 위원회는 책임과 사명감으로 좋은 방안을 도출해야 절망에 빠진 근로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민노총의 반대 목소리도 크게 들린다. 그들의 주장도 일리 있지만 귀족노동자를 대변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거대 노동단체의 눈치를 봐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 현장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더 중요하다. 그들의 요구가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당연히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것이 옳다. 그래야 모두가 만족하는 올바른 노동개혁이 될 수 있다. 저녁이 있는 삶도 빵을 해결한 후에야 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이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 해결의 열쇠를 국가가 쥐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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