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러버덕이 되어선 안 돼

불황엔 러버덕이 되어선 안 돼

  • 철강
  • 승인 2022.11.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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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손유진 기자 yjs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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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유유히 떠 있는 오리. 바쁘지 않은 모습이지만 수면 아래서는 발 놀림이 분주하다. 멀리서 보이는 여유와는 달리 실제로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철강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고요한 시황에서 무얼 할지 몰라 석촌호수 러버덕(Rubber Duck)처럼 발길질조차 멈춘 업체가 있는가하면 여전히 부지런하게 뭔가를 준비하는 업체도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모 업체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으로 복구에 여념이 없고 어떤 업체는 강성 노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 업체별로 시황은 안좋고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발길질의 강도와 방향은 저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제조 오리들은 재고를 조절하고 수출을 확대하면서 나름 살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유통 오리들은 없는 먹잇감을 찾으면서 뺑뺑이만 여러 바퀴 돌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국내 수입 수요가 침체된 상황에서 수입 오리들은 체력은 고갈된 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한 수입 유통업체는 상대적으로 영업 업무가 줄어든 때를 활용해 그동안 미뤄왔던 기존 고객사 업데이트는 물론 신규 고객 창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수입업체는 스테인리스와 타이타늄 원소재 공급 등 새로운 취급 제품 서비스를 불철주야 알아보고 있다. 해당 업체 임직원들은 당장 가시적 효과가 나지는 않겠지만 향후 먹거리를 생각하면서 언젠가는 성과를 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자칫 사기가 저하되기 쉬운 불황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물속에서의 오리발의 움직임은 가지각색이다. 부지런히 발놀림을 하지 않고 물에만 떠있는 러버덕들이 걱정이다. 곧 혹한기가 찾아와 멈추는 날엔 물속에 갇혀버려 굶어죽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악한 발길질의 대가는 반드시 보상이 따라올 것이다. 그래서 고요한 시황에서 더 부지런한 호황을 준비하는 업체들의 발 놀림이 위대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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