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찌꺼기가 귀중한 자원으로’… 현대제철·건설업계 머리 맞댔다

‘철 찌꺼기가 귀중한 자원으로’… 현대제철·건설업계 머리 맞댔다

  • 종합
  • 승인 2023.0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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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손유진 기자 yjs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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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그콘크리트委와 저탄소 건설재료화 기술 심포지엄 개최 
시멘트 대채제·도로 적용 등…탄소중립 실무협력 추진
여러차례 언급된 '제강슬래그'…"기술개발 부족한 상황"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콘크리트학회 산하 슬래그콘크리트위원회와 공동으로 ‘제철 부산물 활용 저탄소 건설재료화 기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철강금속신문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콘크리트학회 산하 슬래그콘크리트위원회와 공동으로 ‘제철 부산물 활용 저탄소 건설재료화 기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철강금속신문


현대제철(대표 안동일)과 한국콘크리트학회 산하 슬래그콘크리트위원회가 슬래그를 활용한 친환경 건설재료 개발과 경영 혁신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콘크리트학회 산하 슬래그콘크리트위원회와 공동으로 ‘제철 부산물 활용 저탄소 건설재료화 기술 심포지엄’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제철 부산물 재활용에 대한 기술 현황을 소개하고 기업들이 재활용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건설사 관계자를 비롯해 주요 학술기관과 단체 등 200여 명의 현장 참석자와 더불어 많은 인원이 참여해 자원순환에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현대제철 김형진 공정연구센터장은 환영사를 통해 “건설용 골재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는 반면, 천연 골재는 점점 고갈되고 있다”며 “제철 부산물을 건설재료로 재활용하는 것은 자원순환과 탄소중립 경영을 위한 필수 요소로서 지속 가능한 사회 구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는 현대제철을 비롯해 한국세라믹기술원, 포스코건설, 도로교통연구원, 공주대학교, 현대건설 등 6개 기관이 각각 슬래그 재활용 확대를 위한 기술 현황 등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는 ‘제철소 슬래그 발생 현황 및 재활용 이슈’, ‘비탄산염 원료 제조 및 석회석 5Wt.% 이상 대체 시멘트 기술 개발’, 탄소중립 기반 산업 부산물 기술 개발 및 건설 분야 적용 사례 기반 업싸이클링 검토‘, 환원 슬래그 활용 속경성 시멘트개발’ 등 7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제철소를 운영하는 현대제철은 국내 슬래그 발생 및 재활용 현황과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 기술에 따른 슬래그 변화 예측에 대해 발표했으며, 건설사는 슬래그를 재활용한 시멘트 대체 기술을 비롯해 실제 적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철 부산물 활용 저탄소 건설재료화 기술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는 현대제철 이상형 팀장. 사진=철강금속신문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철 부산물 활용 저탄소 건설재료화 기술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는 현대제철 이상형 팀장. 사진=철강금속신문

현대제철 이상형 팀장은 '제철소 슬래그 발생 현황 및 재활용 이슈'를 소개했다. 그는 제철소 슬래그 발생 현황에 대해 "큰 틀에서 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두 메이저 회사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으며 생산은 일정한 수준으로 슬래그 발생률에 급격한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며 "당사에서 발생되는 제철 부산물은 연간 910만톤 정도로 그 중 수재 슬래그가 362만톤, 괴재 슬래그 44만톤, 전로 제강 슬래그 162만톤, 전기로 제강 슬래그 30만톤, 분진 42만톤, 슬러지 94만톤, 기타 176만톤 수준이다"고 밝혔다.

이 팀장에 따르면 제철소 슬래그는 고로 슬래그와 제강 슬래그로 구분 지을 수 있다. 특히 고로로부터 배출된 용융슬래그를 고압 살수해 생성된 수재 고로 슬래그의 경우에는 시멘트의 주원료로 크게 활용되고 있는 추세다. 또 괴재의 경우에는 일반 시멘트 대비 동등 이상의 강도 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염해 저항성 등 내구성이 우수해 해양 콘크리트와 고성능 콘크리트 혼합재로 재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고로 슬래그의 경우 대부분 시멘트 혼화제와 콘트리트용 골재 등으로 적용되고 있는 추세로 재활용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제강 슬래그의 경우 팽창과 분화 특성으로 요구 품질 수준이 낮은 성토와 도로용 골재로의 활용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새만금 제강 슬래그에 대한 침출수 및 야외 노출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가 지적됐다며 이에 환경부는 슬래그 법규 강화의 일환으로 환경표지인증을 취득한 슬래그 제품의 사용을 촉구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이 팀장은 "철강업계로 보면 슬래그 재활용 이슈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것"이라며 "알칼리성 노출을 최소화하려면 숙성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추가 보관 공간은 물론 사후관리 인원 인건비, 분석 비용, 고pH 유출수 등 슬래그 처리 비용도 증가해 제철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외 슬래그 기술 개발 현황에서는 포스코가 제강 슬래그 골재 활용해 인공 어초를 적용하는 기술에 성공했다. 또 고로 슬래그를 58%(자극제 2%)까지 사용해 시멘트 대체재로 사용할 수 있는 'PosMent' 다양한 건설현장에 적용 중이다. 고로 슬래그의 수재 미립분을 활용한 규산질 비료, 미네랄울의 주요 원료인 규산칼슘계 광석을 슬래그로 대체 사용하는 등 기술 개발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층간 소음 저감용 중량 몰탈의 성능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이 몰탈 기술은 고비중 슬래그를 적용한 것으로 LH조관 현대건설 아파트 바닥구조 차단 성능에서 1등급 인정서를 취득한 상태다. 제강 슬래그로 개발된 아스콘 사용 확대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슬래그의 고비중, 내부 마찰각 우수성, 미끄럼 저항성 등 특성에 착안해 아스콘용 골재를 개발했다. 이 골재는 현대제철의 사내 도로와 인천광역시,당진시, 아산시 등의 차도에서 현장 다수 검증을 완료했다. 

아울러 고로 슬래그 미분말 및 제철 분진을 활용한 2차 제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2차 제품에는 옹벽블록과 콘크리트 수로관 등이 있으며 양생 후의 품질 기준을 만족한 상태다. 현재는 10톤 규모의 연속생산평가를 통해 시멘트 대체제 생산·보관·이송 전과정을 검증하고 있다. 

한국세라믹기술연구원 추용식 박사는 "시멘트 1톤을 제조할 때 약 830kg의 탄소가 배출되며 이중 클링커 제조공정 비중이 약 80~90%를 점유하고 있다"며 "시멘트 탄소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약 3900만톤 수준이며 이는 국내 총 발생량의 5.5% 수준이다"고 말했다.

시멘트 산업의 탄소감축 방안으로는 △석회석 대체용 비탄산염 원료 사용 △가연성 순환자원의 연료 재활용 △생산공정 효율향상 및 친환경 열원사용 △혼합재 함량 증대 및 신규 혼합재 개발 △탄소 활용 및 저장 등을 제시했다. 

추 박사는 "시멘트 제조에서 나타나는 탄소 발생 원인인 석회석을 대체하기 위해 비탄산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산업 부산물과 생활 폐기물 등의 사용을 검토해야한다"며 "대표적인 산업부산물로는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와 폐콘크리트가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슬래그 발생량은 연간 1천만톤 규모이며, 이 중 일관제철소 발생분은 연간 6백만톤, 고로 괴재 슬래그 발생량은 1백만톤 수준이다. 국내 폐콘크리트 시장 발생량은 연간 5천만톤, 폐콘크리트 미분말 발생량은 약 20% 수준인 1천만톤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비탄산염 원료 사용 시 석회석 및 유연탄 연료 사용량 절감을 줄일 수 있어 탄소 배출 저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철강슬래그의 화학성분 및 분쇄성을 평가 결과도 보고했다. 실험 결과 전처리 후 생석회(CaO) 성분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KR슬래그, 고로 괴재슬래그, 전로슬래그 순서로 이 성분을 다량 함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전로 슬래그에서는 시험 원료 중 가장 많은 철질(Fe2O3)성분이 검출되어 석회석 대체율 기대값은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로슬래그의 대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철질 제거 방안 도출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추 박사의 설명이다.

성분 실험에 이어 원료별 소성성 지수(시약 사용)실험에 대한 의견도 공개했다. 그는 시멘트 소성에는 유연탄을 얼마나 적게 쓰느냐는 것이 관건인데 전로 슬래그 활용도는 1% 수준으로 전처리 후에도 철질 함량이 과도하게 높아 석회석 대체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고로 괴재 슬래그와 KR 슬래그는 기존 군 대비 적은 에너지로 클링커를 소성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또 최근 건설업계가 이전보다 높아진 레미콘 등 원재료 가격을 부담하고 있는 가운데 대체 고정 모듈러스 배합비와 소성성 지수에 만족하는 연구가 시멘트 산업 현장 니즈에 부합할 수 있어야한다고 제언했다. 

포스코건설 R&D센터 인프라연구그룹 이창홍 리더는 "국토교통부가 최근 제로에너지 의무대상 확대와 탄소중립도시 종합계획 등을 마련하고 환경부가 탄소 차액 계약제도(CCfD) 등으로 민간의 혁신적 감축 기술 유도에 나서는 등 탄소 중립에 대한 정부의 노력들이 가시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또 지난해 12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가운데 향후 순환골재 및 재활용제품 의무사용제도가 건설분야사례 기반 업사이클링으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리더는 미래 건설산업은 시멘트, 콘크리트 대체 소재의 발굴 및 융복합이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멘트 사업은 스마트 그린 콘크리트를 통해 탄소 저감과 고기능성 기술을 접목한 콘크리트 기술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시멘트 대체재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고로 슬래그와 플라이애시는 기술 개발 임계치 도달과 시장 공급 조절 안정화로 2025년 이후 하향세를 전망했다. 그러나 제철 슬래그 중 유일한 대량화 미개발 영역인 제강슬래그와 화공산업 부산물 개발은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다양한 분야에서 제강슬래그를 활용한 친환경 콘크리트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국내의 경우 RIST와 한국포조텍 등이 초기 접근해있으며, 제강 슬래그 활용 및 시멘트 클링커 및 인공어초 등의 연구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시멘트 혼화재 및 건설재료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 2014년부터 폐로니켈슬래그 혼화재, 정유 부산물 혼화재를 연구해오고 있다. 연관 제품으로는 시멘트 혼화재, 육해상 고화재,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제품, 말뚝, 매트 기초 등이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제강슬래그 활용 도로포장 및 SOC 국책과제를 한경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GR인증원 등과 공동 기획 중이다. 

그는 "친환경 건설재료 개발을 위해 요소 연구가 아닌 사업육성, 기술, 민관산학의 통섭형의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수립해야한다"며 "빠른 정착을 위해서라도 해당 사업은 중장기 비지니스로 접근해야하며 소재 원천 기술 연구, 상품별/구조물별 연구, 현장 실적용 및 상생 협업의 비지니스와 함께 국가 지침 및 법령 출시까지 전략적 인 연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주제 발표 이후에는 한국교통대학교 이건철 교수가 좌장을 맡아 제철 부산물의 재활용 다각화 및 탄소중립 효과 재고 등에 대한 종합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현대제철은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제철 부산물들을 활용한 저탄소 건설 재료와 원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향후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현대제철은 지난해 커피 찌꺼기·소 배설물·폐수 침전물 등을 가치 있는 자원으로 만드는 연구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회사는 생활 쓰레기였던 커피박을 통해 축사 악취 민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해 대표적인 자원순환기업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져나간 경험이 있다. 또 우분(소의 배설물)로 고로 연료를 대체하는 친환경 기술을 내놓는데 성공하면서 우분의 수거에 대한 문제와 경제성 등으로 지연됐던 상용화 가치를 인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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