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기적을 일군 135일의 드라마

황병성 칼럼 - 기적을 일군 135일의 드라마

  • 철강
  • 승인 2023.03.06 06:05
  • 댓글 1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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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는 누군가에게 잊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픈 기억일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찬란한 영광이어서 계속 곱씹고 싶어 한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일 수도 있다. 이처럼 과거는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영원히 기억하고 싶고,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가 상처투성이라면 다시 돌이키기 싶지 않고 생각하기도 싫을 것이다. 우리 업계는 지난해 가을 갑자기 닥친 태풍 때문에 큰 아픔을 겪었다. 자연의 힘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허망함이 컸고 상처도 깊었다. 

심각한 피해를 남기고 영남권을 할퀴고 지나간 태풍의 이름은 ‘힌남노’였다. 이 태풍은 기후관측 사상 아열대성 해양이 아닌 북위 25도선 이북 바다에서 발생한 첫 번째 슈퍼태풍이었다. 일본 남쪽 해상에서 태풍으로 발달해 대만과 중국 방향으로 서진하다 오키나와에서 방향을 틀어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포항시의 냉천 범람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가동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였다. 자사 직원들은 물론 많은 국민은 이 사태를 보며 걱정을 놓을 수 없었다. 

이 냉천 범람을 두고 정치권은 국감장에서 잘잘못을 따지며 설왕설래(說往說來)했다. 수습책은 뒷전이고 책임만 따져 묻는 말잔치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수해 복구를 진두지휘해야 할 당사자들이 국감장에 끌려와 수모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들은 수해복구 현장에 있어야 하는데 걱정하며 과연 포스코가 정상적으로 복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가동 중단은 국민들은 물론이고 세계가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세계적 기업이 멈춰 섰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포스코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과거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저력은 수해 복구 현장에서 잘 나타났다. 직원들의 애사심은 어려움 속에서 더욱 빛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흙탕물에 잠겼던 설비를 닦고 조이며 정상화에 매진했다. 휴일을 반납하며 자신들의 일터를 되찾고자 쏟아붓는 열정에 하늘도 감복했다. 차츰 하나씩 정상화하며 2월 10일 드디어 ‘포항제철소 정상가동 기념 감사의 장’ 행사를 열며 수해 복구 마무리를 알렸다. 기적의 여정은 135일이었다.

포스코인들은 수해 복구를 눈물과 감동의 과정이었다고 역설한다.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여정이 만만치 않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복구 과정이 더욱 감동적인 것은 헌신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웃 기관들의 도움이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그들은 내 일 처럼 나서서 도왔다. 포스코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최정우 회장이 포항시·해병대 1사단·경북소방본부·가공센터 사장단 협의회에 감사의 마음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하는 모습은 흐뭇했다. 

포항시민들과 포스코는 반세기동안 동고동락했다. 포항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포항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경북 제1의 도시가 됐다. 포스코를 살리려는 시민들의 눈물겨운 지원도 빛났다. 복구 현장을 찾아 생수, 간식, 도시락, 빵 등을 전달하며 정상화를 기원했다. 이에 포스코는 “보내주신 소중한 도움을 잊지 않고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위해 포스코가 앞장설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처럼 135일 기적의 여정은 각본 없는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힌남노가 공식 태풍 명칭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한다. 태풍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감안해 우리 기상청이 세계기상기구에 요청한 것이다. 이름조차 기억하고 싶지 않은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이렇듯 태풍으로 잃은 것이 많았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는 것은 천만 다행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보면 도움을 아끼지 않는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심성을 보았고, 일터의 소중함을 깨우쳐준 포스코 구성원들의 열정을 보았다. 이 모습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지난해 가을 기억에서 곱씹어도 될 귀중한 이야기다. 시련은 축복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을 넘고 나면 땅이 더욱 단단하게 굳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지금 그 전철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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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23-03-06 14:55:04
시련은 축복. 잘 이겨냄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