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뛴 가스비.. 부품사들은 '비명소리'

2배 뛴 가스비.. 부품사들은 '비명소리'

  • 비철금속
  • 승인 2023.03.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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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준우 기자 jw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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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도매 가격, 2020년10월 대비 올 3월 3배 올라
용해 과정 필수인 다이캐스팅 산업은 가스 사용 줄일 수 없어
2차 벤더 A사, 올해 자사 가스+전기 지출액 2020년比 26억↑
A사, "이대로라면 생산해도 올해 적자로 돌아설 것"
가스 공급 업체도 '대책없다'.. 상위 업체 지원으로도 해결 어려워

"이대로 가다간 올해 적자 전환될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폭등한 에너지 비용에 자동차 부품 업계가 한계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소리가 곳곳에 나오고 있다. 올해도 자동차 시장이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부품사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 여름 이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 비용이 크게 뛰자 부품 업체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불과 반년 만에 가스 요금이 2배가 뛰어버리면서 미처 대비할 겨를도 없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도매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 2020년10월 MJ 당 9원대까지 내려간 산업용 천연가스 도매 가격은 10월을 기점으로 점차 상승하며 지난해 12월 MJ당 32~33원 대까지 올랐다.

올해 3월 기준 가스 도매가격은 MJ 당 28~29원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대다수의 제조사들이 지역 도시가스 업체들을 통해 가스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도매가격에 추가적인 공급 비용이 붙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공시 가격보다 더 크다.

6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2차 부품 벤더사인 A사는 2022년 가스 요금으로 지출된 비용이 2020년 대비 83%나 늘었다고 전했다. 

 

A사는 2020년 연간 가스 요금이 5억8천만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한 천연가스 가격으로 지난해 가스 요금으로 지출된 비용이 11억2천만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2022년 가스 사용량이 2020년에 비해 5%가량 증가했음에도 비용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A사는 자체 예측을 통해 가스 요금이 현재와 같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경우 연간 가스 요금 지출액이 2020년 대비 10억 원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해당 예측은 오직 생산에서 로(爐)를 가동하는 데 사용되는 가스 사용량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기타 회사 운영에 필요한 가스 비용을 추가할 경우 부담이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전기 요금은 가스 요금보다 지출폭이 더 크다. 지난해 A사는 전기 요금이 2020년 대비 9% 상승했다고 밝혔다. A사는 "2020년 대비 지난해 전기 요금이 9% 인상되면서 6억 원 이상의 금액을 더 납부했다"라며 올해 전기 단가가 인상돼 kWh 당 가격을 153원으로 잡을 경우, 올해는 2020년보다 16억 원이나 더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A사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A사의 2021년 영업 이익은 26억 원이었다. A사가 생산에 사용한 에너지양이 2021년과 2022년 거의 동일했고, 올해도 5% 이하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실상 올해부터 이익이 남지 않거나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이캐스팅 부품사의 마진률은 매출 대비 2~3%대로 알려져 있다. A사는 가스 및 전기 비용 증가분만으로도 올해 영업이익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가스비 문제는 비단 A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알루미늄 잉곳 등을 녹여 금형에 붓는 과정은 다이캐스팅 공정의 핵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가스를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금속 원료를 녹여야하기 때문에 가스 사용량을 줄이기도 불가능하다.

A사 핵심 관계자는 "비단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부품사들이 같은 상황이다"라며 에너지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A사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A사는 지역 도시가스 회사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국가스공사에 문의하라"거나 "현재 산업용 가스비에 대한 지원 정책이 없다"였다. 

A사 관계자는 "가스비 인상에 대한 관심이 가정용에 쏠리다보니 산업용 가스 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라며 산업용 가스 요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높은 비용에 무너지게 된다면, 자동차 부품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A사는 현재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1차 벤더사에 대해 '인상 가스 요금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으니 제품 단가에 반영해달라'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다만, 해당 벤더사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1차 벤더사가 완성차 업계를 통해 일부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속적이지 않고 상황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A사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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