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상생(相生) 그 아름다운 이야기

황병성 칼럼 - 상생(相生) 그 아름다운 이야기

  • 철강
  • 승인 2023.04.0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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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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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 가면 호미곶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한반도 최 동쪽에 위치한다. 한반도 지형 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고산자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이곳을 일곱 번이나 답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지역을 측정한 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동쪽임을 확인했다. 또한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 격암 남사고는 이곳을 우리나라 지형 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기술하면서 천하제일의 명당이라고 평가했다. 

호랑이는 꼬리의 힘으로 달리고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호랑이 꼬리는 국운상승과 국태민안을 상징한다. 이러한 이유로 일제는 호미곶에 쇠말뚝을 박아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으려고 했다. 특히 한반도를 나약한 토끼에 비유하며 이곳을 토끼꼬리로 비하해 부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호미곶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해돋이 명소로 명성을 날리면서부터다. 해마다 새해 첫날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일출을 보며 희망찬 새해를 기원한다. 더불어 상징물인 상생(相生)의 손과 조우하는 행운도 얻는다.   

이 상생의 손은 해맞이와 함께 유명한 상징물이 됐다. 육지에서는 왼손, 바다에서는 오른손인 이 두 손은 새천년을 맞아 인류가 화합하고 화해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조형물이다. 성화대의 화반은 해를 상징한다. 두 개의 원형 고리는 화합을 의미한다. 두 손은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담았다. 이 조형물은 조각가 영남대학교 김승국 교수에 의해 제작됐다. 이름은 대한민국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고(故) 이어령 박사가 지었다.

상생은 새천년이 되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話頭)가 됐다. 상징물로 그 의미를 높인 곳이 바로 호미곶 상생의 손이다. 풍수지리학 상 명당인 이곳에 이 같은 상징물을 설치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국운상승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국민의 염원을 오롯이 담았다. 상생은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던 지난 세기의 인류사를 새 천년에는 화합으로 전환시킬 열쇠로 생각했다. 더욱 발전된 미래를 열기 위한 새로운 지침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우리 사회는 지금 상생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이 물결이 순기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은 다행이다.

우리 산업에도 상생의 공기가 훈훈하다.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상생 협력 업무협약이 본보기다. 사실 철강과 조선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함께 발전한다. 하지만 그동안 후판 가격 문제로 협상 테이블에서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았다. 양보의 미덕은 오간데 없고 일방적인 주장만 난무했다. 이에 따라 협상은 기차 레일처럼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각자의 입장만 고집하며 애꿎은 시간만 낭비했다. 이 때문에 쌓인 감정의 골은 강물처럼 깊다. 하지만 두 산업이 이해득실을 내려놓고 상생과 협력을 선택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고 높이 살만 하다. 

한국철강협회 변영만 부회장의 말처럼 급변하고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 철강과 조선이 필수불가결한 전후방 산업으로 성장해 온 만큼 상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번 상생 협약식과 공동 세미나가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양 산업이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다. 다행히 정부도 두 산업의 협약에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한 것은 의미가 깊다. 이것은 국가적인 전략 수립에 부응한 결과이기도 하다. 앞으로 합심해 펼칠 사업과 정부의 지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살아야 모두가 행복하다. 이것은 상생의 큰 의미를 깨우치지 못한다면 불가능하다. 화합하고 화해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여야 가능하다. 양 협회 상생 협약이 타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양보와 미덕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야 한다. 변죽만 울리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업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이런 비판을 받지 않고 훌륭한 협약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호미곶 상생의 손이 좋은 기운으로 발현해 양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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