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회장님의 특별한 외출

황병성 칼럼 - 회장님의 특별한 외출

  • 철강
  • 승인 2023.04.2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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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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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남남이었던 남녀가 만나 혼인하고 가정을 꾸렸다. 새롭게 출발하는 부부는 꿈도 크고 앞으로 할 일도 많다. 집 장만과 자녀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필수다. 그러나 그 꿈이 영글기도 전에 절망이 먼저 찾아온다. 당장 닥친 현실의 벽을 넘기가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의 절실함은 허황된 꿈으로 변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살기도 빠듯한 살림에 자식을 낳아 키운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신혼의 달콤한 꿈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인 듯 허망하다. 

특히 맞벌이가 일반화되면서 출산이 더욱 어려워졌다. 아이를 낳고자 회사를 그만두면 가정 경제는 파탄 직전이 된다. 집이라도 장만했다면 대출이자 갚기에 뼛골이 빠질 정도다. 올라버린 물가로 콩나물 하나, 두부 하나 사기가 부담스럽다. 이러한 팍팍한 현실이 아이를 갖지 못하는 큰 원인이다.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비혼 주의가 등장한 원인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노래가사가 나왔겠는가. 우리나라 출산율이 OECD 꼴찌를 달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것은 곧 미래의 기업에 닥쳐올 위기이도 하다.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기업에는 재앙과 같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출산장려정책을 펼치는 것은 이 재앙을 막기 위해서다. 결혼축하금과 출산장려금 등이 좋은 예이다. 이 제도가 아직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효과가 크지 않다. 그러나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끊임없이 제도를 개선하다 보면 종국에는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철강업계 큰 형님 격인 포스코 그룹 회장님이 외출을 했다. 오랜만의 경영에서 일탈(逸脫)이다. 언론들이 그의 행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인자한 할아버지 표정을 지으며 그가 방문한 곳은 네 쌍둥이를 낳은 직원의 집이었다. 포항제철소 화성부 소속 김환 씨 집을 찾은 것이다. 네 쌍둥이 자연분만은 국내 최초라고 한다. 나라에 애국(愛國)하고 회사 이름을 더 날린 가정에 회장님의 방문은 특별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취지의 방문이었다면 결코 흥미롭지 않다. 

회장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유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네 쌍둥이 중 첫째에게 “씩씩하게 이겨내고 건강해져서 장하다. 포스코에 꼭 와라”며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첫째 아이는 태어난 이후 장 수술로 6개월 가까이 병원 신세를 졌다. 그 병을 굳건히 이겨낸 아기를 보며 그룹 전통인 불굴의 의지를 생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힌남노 피해를 극복하며 새로운 역사를 쓴 포스코의 집념을 그 아기를 보며 떠올린 것인지 모른다. 지나친 논리 비약일지 모르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렇다. 

또 다른 메시지는 국내 대기업 중 저출산 해결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라는 자부심의 발로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아이 출산 시 출산장려금과 임직원들의 축하 의미를 담은 육아용품을 지급한다고 한다. 네 쌍둥이가 그 혜택을 받은 주인공이다. 첫돌이 될 때까지 도우미 비용도 지원한다고 하니 획기적인 복지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회장님까지 격려 방문을 했으니 김 씨 부부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할 만 했다. 이처럼 회장님의 일탈이 보기 좋았다는 평가는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옛날에는 자식이 많은 가정을 다복(多福)하다고 했다. 복이 많다는 것은 농경사회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식이 많은 것은 일손이 늘어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가정은 시끌벅적해야 사람 사는 맛이 난다. 그러나 요즘은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현실에 회장님의 가정 방문은 옛 가정 풍경을 떠올린다. 손자를 어르며 흐뭇해하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회장님의 모습에서 투영된다. 이 모습을 보며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은 절대 옳은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육이 힘들다고 자식 낳기를 포기하는 것은 극단적인 이기주의다. 하지만 세태가 변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기업 측면에서 보면 아직 많은 기업이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 특히 출산은 휴직이 아니라 일자리 상실과 직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국가의 더 많은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인 해결책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회장님의 특별한 외출이 기업의 출산장려정책 활성화에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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