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근로자의 날 소망

황병성 칼럼 - 근로자의 날 소망

  • 철강
  • 승인 2023.05.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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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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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길게 살면 백 년을 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반면 짧은 인생을 살다 가는 사람도 있다. 생명의 숭고한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허망한 죽음으로 고귀한 생명을 끝내야 하는 순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길게 살아야 할 인생을 짧게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고사가 대부분이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계절과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둔 채 그들은 왜 이 세상을 떠나야 했을까? 예고된 것이 아니기에 당사자에게는 너무 억울한 죽음이었을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근로조건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일터에서 예상치 않게 삶을 내려놓는 근로자들이 많은 이유다. 첫 동료는 있었어도 마지막 길동무는 없었던 그들의 삶이 안타까운 것은 억울함이 사무치기 때문이다.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끝내 퇴근하지 못한 근로자들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평균적으로 해마다 2,105명에 이른다고 한다. 매일 5명이 퇴근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것이 충격적이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이날은 전 세계 수많은 근로자들이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념한다. 세상 모든 근로자의 지위를 향상하고 연대 의식을 높이기 위해 이날이 제정되었다. 근로자는 노동으로 가치를 찾는다. 노동은 인간의 정신적, 물리적 능력을 생산 수단으로 이용해 소득을 창출한다. 동시에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기회이다. 이것에 더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 주체인 근로자의 권리는 보장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의 노등 현실을 들여다보면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노동의 사각지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이 받는 처우는 부당한 것이 많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조건이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얘기다. 영세한 업체가 많은 우리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근로자의 날에도 쉬지 못하는 것이 이들 업체의 현실이다. 업무량이 많아서 연차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노동자가 다반사다. 임금체불로 기본적인 삶조차 어려운 근로자가 아직 우리 주위에 있다. 이처럼 억울하고 기막힌 현실을 수시로 마주하는 사각지대 근로자들의 권리 보장이 시급하다. 

영세 업체가 직면한 문제 못지않게 기업의 안전불감증도 큰 문제다. 국가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엄중히 관리하고 있지만 사망사고는 여전하다. 최근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우리 업체 대표가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됐다. 법 집행 이후 원청 대표이사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이 업체는 사망사고 전 공장 화재와 직원의 백골시신 발견 등 공포 회사로 시중에서 유명했다. 결국 이번 사망사고로 대표는 영어(囹圄)의 몸이 됐고, 회사는 돌이킬 수 없는 불명예를 안았다. 

근로자의 권리 보장은 중요한 것이다. 우리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근로자의 권리를 가지고 있고,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과 인권의 보호를 위한 법령을 지켜야 함을 강조한다. 만약 근로자의 권리가 침해당하면 다양한 기관과 절차를 통해 침해된 권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 현장 이면에는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권리를 침해받아도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고스란히 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이 더욱 심하다.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없이, 노조도 없이 외롭게 투쟁하는 근로자들이 많다.  ‘5인 이상’이라는 법의 테두리는 근로자들을 절망하게 한다. 때로는 죄 없는 근로자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노사 법치주의’이고 근로자들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는 법이 될 것이다. 법은 힘없는 약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5인 이하 근로자를 외면하는 법은 이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기에 모든 근로자가 행복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소망하는 것이다. 수많은 근로자의 절절한 이 바람을 입법 기관은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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