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이차전지, 新성장 아닌 旣성장 동력자리매김

(창간 특집) 이차전지, 新성장 아닌 旣성장 동력자리매김

  • 비철금속
  • 승인 2023.06.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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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기자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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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밸류체인 무한 확장 중 … 잇따른 공격적 투자

SK·LG·포스코·롯데·고려아연 등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사업 다각화 추진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IT·전자, 철강, 조선, 석유화학, 비철금속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최근 들어 이차전지 산업이 급성장 하면서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이차전지) 산업에 주목하고 있고 기술패권을 쥐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기술패권 시대에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열강들이 배터리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우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증대되는 과정에서 배터리 시장이 주목받게 되었다는 점, 특히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면서 배터리 시장의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게 된 점, 미래산업의 발전 방향성인 전동화·무선화를 달성하기 위해 배터리가 핵심 동력원으로 사용된다는 점 등에서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 향후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길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각 국가에서 전기차 산업을 육성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수요는 2019년 232만 대에서 연평균 33%씩 성장하여 2030년에는 약 5,568만 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역시 늘어나, 2019년 118GWh 수준의 수요량이 연평균 37%로 증가하여 2030년에 3,647GWh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는 전기자동차 외에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스마트폰, 인공위성, 태양광 전지 등 충방전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시장 성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활용 범위가 넓다는 점은 향후 배터리 산업이 창출해 낼 부가가치가 막대함을 의미한다. 특히, 기후 위기가 단기간 내 해결되지 않는 문제임을 감안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전동화 경향성이 사회 전반에서 강화될 것이므로 배터리 산업의 패권을 쥐는 국가가 향후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경쟁 우위를 가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전기자동차 시장이 커지고 이차전지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도 눈부시게 성장 중이다.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3사의 점유율은 53%를 넘었다. 이른바 K배터리의 위용이 점차 커지고 있고 배터리 셀을 넘어 소재와 장비 등 이차전지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배터리 산업의 밸류체인은 크게 업스트림, 미드스트림, 다운스트림 및 폐기 단계로 이루어진다. 업스트림은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를 확보하는 단계다. 원자재를 생산하기 위해서 광산이나 염호에서 채굴, 채취하거나 특정 물질의 제조 과정에서 광물 추출이 가능한 부산물을 모은다. 미드스트림은 크게 원자재 제련(세정 및 정제), 핵심소재 및 셀 제조로 구분된다. 원광물이나 폐배터리를 통해 확보한 희유금속들을 정제하여 고순도 원료를 생산한다. 이러한 원료를 기반으로 배터리 소재를 만들고 소재를 토대로 배터리 셀을 제조한다. 제조된 배터리 셀을 모듈화, 패킹(Packing)하는 작업은 다운스트림 단계로 구분된다.

배터리의 최종 수요처의 요구사항에 따라 최종재의 형태가 달라진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의 경우 폐기 단계에서 배터리 셀을 재제조하여 기존과는 다른 목적으로 재사용되거나, 희유금속을 추출하기 위한 재활용 작업을 거치게 된다 

■배터리 밸류체인 중 업스트림 시장 확대

기존 유럽과 중국의 급격한 전기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미드스트림에 해당하는 배터리 셀 기업 및 장비 기업이 중심이었던 이차전지 시장이 점차 핵심소재를 만드는 업스트림의 무게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원가의 약 40%가 배터리이고, 배터리 소재의 원료가 되는 리튬, 니켈 등의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업스트림에 해당하는 시장이 점차 고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셀 업체에 가격 인하 압박을 하고 있고 비용 절감을 위해 배터리 셀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셀 업체들은 핵심소재의 내재화를, 배터리 소재기업은 핵심원료 확보네 힘쓰는 상황이다. 또한 폐배터리를 분해, 제련해서 다시 원자재를 추출하는 재활용 및 재사용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고 있다. 

이처럼 이차전지 시장이 성장하면서 밸류체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차전지 밸류체인 내 모든 관련 기업들은 수직계열화 및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SK그룹, LG화학, 포스코그룹, 고려아연, 에코프로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업 가운데 배터리 4대 핵심소재와 관련한 밸류체인은 다음과 같다. 양극재(양극활물질)는 LG화학·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코스모신소재 등이 대표기업이다. 양극박(알루미늄박)은 동일알미늄·롯데알미늄·동원시스템즈·삼아알미늄이 해당된다. 음극재(음극활물질)은 포스코퓨처엠·SK머티리얼즈·한솔케미칼 등이며, 음극박(전해동박)은 SK넥실리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솔루스첨단소재·고려아연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분리막은 SKIET와 WCP, 도전재는 LG화학·동진세미켐·나노신소재, 전해액 분야는 솔브레인·천보·후성·엔켐·켐트로스·덕산테코피아 등이 주요기업이다. 

최근 들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빅3를 비롯해 SK그룹, 포스코그룹, 롯데그룹, 고려아연, 에코프로 등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조(兆) 단위 투자를 쏟아내면서 배터리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5년 812조원으로 올해보다 5배 이상 성장이 예상되면서 반도체를 이을 국내 대표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배터리 업계는 선제적인 투자와 초격차 연구개발을 통해 2030년까지 전세계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상상을 초월하는 공격적 투자 

배터리 업계의 투자 속도는 전기차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2020년 222만 대였던 전기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802만대로 3.6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연간 완성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9%에서 9.9%로 커졌다. 이런 수요을 뒷받침하기 위해 배터리 업계도 여러 개의 공장 건설과 증설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배터리 3사들의 미국 공장 건설에 약 40조~45조 원으로 추정될 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진행 중이다. 배터리 제조사들의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로 소재 업체들의 투자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는 2차 전지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핵심소재다. 전기차 급증으로 양극재 수요가 늘면서, 캐파 확보를 위한 공장 건설이 잇따르고 있다. 양극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구체와 리튬이 필요하고 전구체의 원료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으로 다 연결고리가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약 1조원을 들여 캐나다에서 GM과의 양극재 합작공장을 증설하고 중국에는 전구체 공장도 건설키로 했다. 이에 앞서 올해부터 2029년까지 7년간 LG에너지솔루션에 약 30조2595억원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엘앤에프는 합작 및 단독 투자를 병행하여 현재 13만 톤인 생산규모를 2026년까지 43만 톤을 늘릴 계획이다. 

양극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 재료인 전구체가 필요하다. 양극재 원가에서 전구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다. 그만큼 중요한 소재라는 의미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 등을 녹인 금속 용액에 화학반응을 일으킨 뒤 침전·세척·건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미세한 분말 형태의 전구체에 수산화 리튬을 섞어 소성(불에 굽기)하면 양극재로 탄생한다.

LG화학과 SK온은 각각 1조2000억원, 1조21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도 경북 포항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고려아연은 LG화학과 합작으로 울산에 전구체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며, 최근 배터리 관련사업을 구체화 하고 있는 LS MnM도 황산니켈 생산에 이어 전구체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전구체 생산을 위해 필요한 광물의 90%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내에서는 주로 하이니켈 전구체 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니켈 제련이나 황산니켈, 니켈매트 등의 원료 생산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속도와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음극재는 양극에서 나온 리튬 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전류를 흐르게 한다.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다. 음극재는 크게 탄소, 비탄소 음극재로 나뉜다. 탄소 음극재는 다시 천연흑연, 인조흑연으로 구분되고 차세대 음극재로 불리는 실리콘, 리튬 메탈은 비탄소다. 흑연 음극재는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하게 만들고 있고, 실리콘 음극재는 대주전자재료에 이어 SK머티리얼즈도 올해 하반기에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010년 LS엠트론으로부터 음극재 사업조직인 카보닉스를 인수하며 다른 회사보다 빨리 흑연 음극재 사업을 시작했다. 또 인조흑연은 원료가 코크스인데, 포스코 제철공정 부산물 콜타르를 가공해서 만들고 있어 밸류체인 내재화가 수월했다. 포스코퓨처엠은 흑연계 생산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실리콘 음극재에도 투자한다. 

동(구리)도 이차전지용 핵심 광물로 떠올랐다. 구리를 이용해 2차전지 음극재를 감싸는 전지박(동박)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전지박은 전기 화학반응에서 발생한 전자를 모으거나 공급하는 집전체 역할을 한다. 이차전지 성능을 위해 가벼우면서 높은 균일도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전도성이 높고 무른 성질을 지닌 구리를 이용해 전지박를 만든다. 

이차전지 생산량 확대에 발맞춰 동박 생산 능력도 경쟁적으로 키우고 있다. 세계 최대 업체인 SK넥실리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말레이시아에, 2024년에는 폴란드에 동박 공장을 건설한다. 국내 정읍공장을 포함해 2025년까지 연산 25만 톤 생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이 일진머티리얼즈을 인수한 롯데에너지커티리얼즈는 2027년까지 말레이시아, 스페인, 미국 거점을 통해 연산 23만 톤 생산능력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솔루스첨단소재는 2026년까지 유럽과 캐나다에 11만8,000톤을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가장 늦게 동박시장에 뛰어든 고려아연은 자회사 케이잼(KZAM)의 동박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6만 톤으로 확대키로 하고 후속투자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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