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공깃밥이 이천 원으로 올랐다

황병성 칼럼 - 공깃밥이 이천 원으로 올랐다

  • 철강
  • 승인 2023.10.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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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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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공기에 인심을 얻고 잃는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부족하면 더 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추가한 밥 한 공기에 대해 돈을 받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그냥 서비스로 주는 식당도 있다. ‘공깃밥 무제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식당을 보면 후한 인심을 느낀다. 하지만 추가 요금을 받는 식당을 보면 왠지 야박한 인심이 느껴진다. 밥 한 공기에 이처럼 우리의 생각이 다르다. 사실 밥을 무제한 제공하는 식당이 망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단골손님이 더 늘어나는 것을 본다. 이처럼 후한 인심은 사람 사는 세상에 꼭 필요한 조미료와 같다. 

공깃밥이 가격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격 천 원은 불문율과도 같았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이 불문율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공깃밥이 이천 원이 되었다고 야단이다. 마치 물가의 최후 보루가 무너진 것처럼 사회적 충격이 크다. 밥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밥의 양이 곧 힘을 쓸 수 있는 양이니 이해가 간다. 공깃밥 천 원은 수년간 콘크리트 물가처럼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각종 식자재와 인건비 등이 급등하자 더는 버티지 못한 식당 사장님들이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쌀값도 원인 중 하나다. 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쌀값은 오히려 오르는 상황이다. 1년 전 20킬로그램에 4만 원 대였던 가격이 지금은 6만 원 중반을 훌쩍 넘겼다. 이와 함께 외식 물가가 오르는 것도 가파르다. 서울에서 비빔밥 한 그릇 사 먹으려면 만 원 가지고는 엄두도 못 낸다. 천 원 한 장이면 술과 안주와 밥을 양껏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천 원의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 10∼30배가 뛴 물가와 마주하면서 공깃밥이 이천 원으로 오르는 것에 대해 국민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식당은 영세한 곳이 많다. 대부분 생활밀착형이다. 셈법을 따져서 이문을 남겨야 공깃밥 서비스도 가능하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본전 장사도 쉽지 않은데 후한 인심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따라서 임대료나 재료값과 연동해 음식가격을 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는 셈법이다. 이것은 식당만이 아니다. 다른 경제 주체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공깃밥 가격이 물가에 따라가지 못하고 서민들 얇은 지갑의 희생양이 된 것은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타 물가의 변동을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다.

오랫동안 공깃밥이 천 원을 유지할 때 타 물가는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올랐다. 50년 간 주요 품목 가격 변화를 보면 1976년 평균 한 그릇에 195원하던 짜장면은 지금은 6,900원으로 35배나 뛰었다. 냉면도 한 그릇에 680원하던 것이 지금은 1만900원으로 16배 올랐다. 소주도 1974년 한 병에 95원하던 것이 지금은 1,370원으로 14배 올랐다. 고추장은 1978년 500g 한 봉지 200원 하던 것이 무려 5,490원으로 27배 올랐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공깃밥 인상에 대해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한숨을 쉬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철강 가격도 공깃밥 값과 무척 닮았다. 철강 가격은 찔끔 인상의 표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전(2013년) 유통가격을 현재 가격과 비교해 보면 이것이 입증된다. 10년 전 열연강판 가격이 톤당 76만원이었는데 지금은 톤당 92만원에 판매된다. 냉연강판도 톤당 94만원에서 100만원이고, 철근은 톤당 67만5천원에서 85만원에 판매 된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최소 6%에서 최대 26%가 올랐다. 원재료 가격 인상과 연동해 가격을 올려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수요가들과 힘겨운 줄다리기가 늘 큰 장애물이었고 이 상황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진행형이다. 

공깃밥 인상에 대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고 아우성이다. 이것은 철강도 같은 상황이다. 철강업계가 가격을 인상하려 하자 수요업계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에 가격협상은 평행선을 달리는 기차의 레일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이 진통은 되풀이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경제 논리로 따지자면 원자재 가격과 연동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맞다. 재료값은 올라가는데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물건을 팔지 않는 것이 낫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소비자 즉 수요가들의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냉랭하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는 것이 문제다. 공깃밥이 천 원에서 이천 원으로 올리기까지 당사자들의 고충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먼저 헤아렸어야 했다. 장사는 먹고사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장사 의미는 그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공깃밥에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철강도 마찬가지다. 수요가들의 넓은 이해가 필요한 것은 이것이 명분이고 도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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