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per Column]세계가 주시하는 한국의 동(銅) 산업

[Copper Column]세계가 주시하는 한국의 동(銅) 산업

  • 비철금속
  • 승인 2023.10.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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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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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전 공학박사 /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韓 동합금 산업 위상 높아…日 학회는 공공연히 경계심 드러내
연구예산 지원 등 아쉬워…인력 유인책 필요해

한국재료연구원 한승전 박사
한국재료연구원 한승전 박사

10년은 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일본 동 및 동합금 강연대회에 참석하여 특별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강연의 주제는 일본의 동 산업이 가야 할 길이었다. 동합금 연구를 수행하는 현직 과학자라 그 의미심장함을 알기에 맨 앞좌석에 앉아서 강연을 들었다. 동합금 개발에 대한 일본 정부 그리고 민간 기업들이 어떠한 것을 연구 또는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안이 제시되어 매우 유익한 강연이었다. 

그런데 강연 중반쯤 필자가 좌불안석에 처하는 상황이 생겼다. 강연내용 중 일부가 일본 동가공 산업을 위협하는 한국의 추격에 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풍산, 대창, 이구산업등 한국을 대표하는 동합금 전문기업이 생산하는 합금의 종류, 설비, 연간 생산량, 수요처 그리고 기술 수준에 대한 얘기가 망라된 내용이 발표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 기업의 기술이 절대 유출되지 않도록 각 기업과 연구자들은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끔 강연자의 눈과 마주친 필자는 혹시 한국인이라는 것을 강연자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어 애써 눈을 돌렸던 기억이 났다. 

일본 동합금 강연대회는 매년 1회 개최되며, 합금, 배관, 파괴, 용접 그리고 최근에는 항균분야까지 망라된 전문학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동합금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국내에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이다. 일본은 200여명의 교수, 연구소 그리고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구리합금을 연구하여 매년 강연대회에 모이고 그 들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사실 필자는 20년이 넘도록 이 강연대회에 참석하여 우리 연구 결과를 발표해왔다. 참석 초창기는 한국에서 온 구리합금 연구결과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어느 새 한국의 연구소와 기업의 연구 결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경계의 대상까지 된 것이다. 

구리 합금 산업과 연구, 개발에 있어서 세계 최고 기술보유국이 한국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일본을 비롯하여 독일을 포함한 유럽도 한국의 동합금 기술을 주시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미 일본의 철강 산업은 일반 제품에서 탈피하여 고부가가치 제품만을 생산하고 판매하려 한다는 사정을 들은 적이 있다. 국내 동합금 산업의 저력을 확인한 일본 기업들은 한국의 추격을 따돌리려 하고 있다.

동합금 제조 기술의 수준을 비교할 때 그리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분명 있다.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직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에 비해 다소 우위에 있는 점은 다양한 합금을 설계하는 능력과 그 합금을 실현하는 주조, 열처리 기술이다.

매우 간단한 공정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성분의 조합과 다양한 제조공정은 미세구조 변화를 야기하고 여러 특성치를 아울러 변화시킨다. 현재까지 일본은 동합금 연구 분야에 기업, 연구소 그리고 대학의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하였고, 그들이 산출한 막대한 연구결과와 데이터가 기업에 이전되었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하여 지금까지는 다양한 종류와 특성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한국과 일본의 기술 수준이 같은 선상에 서게 됐다는 가정 아래 지속가능한 국가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일본의 기술을 추월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세계 톱 수준의 동합금 판재 및 황동봉재 생산기업을 보유한 한국은 새로운 동합금을 출시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본처럼 동합금의 다양한 연구 분야를 발굴해야하고 연구자를 유인하는 정책을 사용해야만 한다. 

우리 정부도 많은 연구예산을 소재분야에 할애하고 있지만 국내 동 및 동합금 산업규모에 비해 지원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모든 사업 분야를 망라하여 지원하는 국가지원시스템에 동합금 분야만을 다른 분야에 비하여 크게 요구하는 것은 공평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세계적인 동합금 생산업체를 보유한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대학과 연구소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민간 주도로 완비했으면 한다. 

일본의 예를 들어, 일본 동 및 동합금 강연대회에 참가하는 연구자들은 일본 동합금 협회가 기업으로부터 출자 받아 조성한 기금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1년에 500만원부터 1,000만원 정도의 직접연구비를 지원하고 그 결과를 강연회에 발표하는 조건으로 제공되는 일본 동합금 연구 조성기금은 자국의 동합금 연구 분야를 확신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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