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소주가 생각나지 않기를

제로소주가 생각나지 않기를

  • 철강
  • 승인 2023.11.22 06:05
  • 댓글 0
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 년 전부터 제로칼로리 음료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크게 늘었다. 당 섭취는 줄이면서 맛있는 음료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제로칼로리 음료 분야의 성장을 크게 이끌었다. 기자도 평소 탄산음료에 대한 관심이 적었으나 제로콜라를 접한 뒤, 즐겨 마시게 됐다. 

제로칼로리 음료 시장이 성장하자 국내 주류업계는 앞다퉈 제로슈가 소주를 개발하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제로슈가 소주는 기존 소주보다 당 함량도 적으며, 보다 건강에 덜 해로울 것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패키징도 참 멋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생각하는 초록병에 담긴 소주가 아닌 예쁜 캐릭터와 함께 투명한 병에 담긴 소주는 깔끔하고 트렌디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다만 모든 것은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마시는 소주와 제로슈가 소주의 차이는 과당에 있다. 소주의 칼로리는 대부분 알콜이며, 이는 제로슈가 소주가 0kcal가 아니라는 뜻이다. 1병으로 따지면 두 제품의 칼로리 차이는 1~2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산업계를 보며 제로슈가 소주가 떠오르지 않기를 바란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해 대부분 산업계는 그린과 스마트를 외치며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그린산업과 스마트팩토리를 해야 한다며 아우성친다. 물론 방향은 옳다고 생각한다. 탄소 배출량을 낮춰 자연을 보존하고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는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다만 본질은 변하지 않고 겉보기에만 중점을 둔다면 모든 것은 허상이 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친환경 산업으로 변화와 스마트팩토리를 외치며 변화를 자랑한다. 반면 지방에 자리 잡은 많은 현장에서는 무엇이 그린산업이고 스마트팩토리인지 공감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공장은 여전히 쾌쾌한 매연을 내뿜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지만, 투자를 할 여력도 의지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장 작업자들 또한 스마트팩토리에 핵심인 데이터 확보에는 관심이 없다. 오죽하면 포스코 출신 전직 임원은 “쓸만한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국내에 단 한 곳도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기자는 몇 주전 한 세미나에 참석해 취재를 했다. 세미나 진행에 앞서 사회자가 인사말을 하는 도중, 중소기업 대표 한 명이 소란을 피웠다. 그는 “매번 탄소중립 관련해서 뜬구름 잡는 소리 말고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내놓아라”라고 외치고는 퇴장당했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