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미담(美談)과 사건(事件) 사이

황병성 칼럼 - 미담(美談)과 사건(事件) 사이

  • 철강
  • 승인 2024.01.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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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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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조간신문을 읽으면서 두 가지 사연에 감동을 받았다. 칼바람이 매서운 한파 속 훈훈한 미담은 오랫동안 미소를 떠나지 않게 했다. 따뜻한 마음을 느껴본 적이 언제인지 아득하다. 이러한 때 초등학생들의 예쁜 행동과 군인에게 베푼 어느 요식업체 사장의 사연을 접하며 따뜻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고마운 것은 세상이 너무 각박해서 드는 생각일 것이다. 세상은 흉흉한 사건사고와 정치인들의 내로남불 행태로 깊은 병이 든 것처럼 아프다. 이것을 치유하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 밖에 없다.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순수하고 맑은 마음의 어린이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면서 “감사하다”라고 말을 하는데 무척 인색했던 것 같다.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에게 도움이 되거나 흐뭇하여 그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해도 이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쑥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다. 실제로 잘못된 본성(本性)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어른들에게 한수 가르쳐주었다. 감사하다는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작은 고사리 손으로 말이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을 운영하던 점주 A씨는 “개인 사정으로 무인매장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서 안내문을 매장에 붙였는데 매장에 드나들던 아이들이 편지를 놓고 갔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한 초등학생은 손 편지에 “문구점 덕분에 맛있는 간식도 사 먹고 예쁜 학용품도 사서 좋았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적었다. 다른 학생은 “마지막까지 많이 방문할게요. 처음에 왔을 때 인사했는데 간식 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너무 아쉽네요. 그동안 감사했어요.”라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점주는 무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도난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친구들이 놓고 간 현금이나 물건을 찾아주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어린이들의 너무 순수하고 착한 모습을 보며 자신이 오히려 배운 것이 많았다고 했다. 이 박 속살처럼 깨끗한 아이들의 마음은 어른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그 마음이 성장하면서 상처를 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이처럼 아이들의 착한 행동이 어른들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선한 울림은 각박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 주인공이 어린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 놓고 가슴 졸이던 때가 두 번 있었다. 지금은 추억이 되었지만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이해가 잘 안 될 것이다. 당시 군인들을 보면 모두 내 자식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제대가 언제냐고 물어보며 친근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래서 군부대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가 저녁 늦게 복귀하는 군인에게 돈을 받지 않고 식사를 제공했다는 사연을 접하며 내가 대접 받은 것처럼 흐뭇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사연은 감동적인 영화를 보는 듯 따뜻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다. 손님도 없고 마감 시간이어서 정리 중인데 군복을 입은 앳된 이등병이 들어왔다고 한다. 휴가 갔다가 복귀하던 중 밥시간을 놓친 모양이었다. 식당 사장은 군인에게 앉으라고 한 뒤 알과 곤이, 두부와 콩나물을 듬뿍 넣고 끓인 찌개를 내줬다고 한다. 탕은 2인분인데 1인 메뉴가 없어서 평소 딸아이가 좋아하던 특별 식을 요리해 내줬다. 군인은 배가 고팠는지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라면도 넣어서 잘  말아서 먹었다고 한다. 이어 식사를 마치고 음식 값을 계산하려 하자 사장은 “메뉴에 없어서 돈을 받을 수 없다”며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눈 오는데 조심해서 귀대하라”며 배웅했다는 것이다. 군인은 연신 “감사하다”라고 인사한 뒤 무사히 부대로 복귀했다. 

그 이등병에게는 이 가게와 사장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장사하며 인상 쓸 일이 많은데 이 같은 배려의 마음에서 부는 훈풍은 따뜻하다. 그 군인에게 선뜻 딸이 좋아하는 요리를 해 준 것은 자식처럼 생각해서일 것이다. 본인도 군 생활을 경험했으니 그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두 미담에서 느끼는 것은 이러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면 세상은 살만하게 변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두 미담을 읽고 흐뭇해하는 신문 한쪽에는 모 회사의 ‘호화 캐나다 이사회’와 관련해 업무상 배임, 청탁 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는 내용을 접하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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