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에 재반박, 다시 또 반박”…고려아연-영풍 갈등 극대화

“반박에 재반박, 다시 또 반박”…고려아연-영풍 갈등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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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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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기자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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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고려아연 주주총회 안건 두고 의견 엇갈려

의결권 표 모으기 본격화…양사 동업 관계 종지부 예상돼

외부 기관도 찬반 엇갈려…8% 지분 보유 국민연금 판단 촉각

고려아연과 영풍이 고려아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표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양사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최근 영풍이 입장문을 내자 고려아연이 즉각 이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양사는 반박과 재반박을 오가는 입장문을 내놓으며 갈등 양상을 표면화하고 있다. 결산 배당과 정관 일부 변경안에 대해 영풍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시작된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70년 넘게 이어지던 동업 관계가 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영풍이다. 지난해보다 결산 배당액이 줄어들어 주주의 이익이 떨어졌고,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관한 정관 변경으로 주주의 가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고려아연의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하고 수정 안건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리인을 선정하여 의결권 모으기에 나섰다. 주주명부에 등재되어 있는 주주 전체를 대상으로 영풍의 수정안에 대해 표를 몰아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국내 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영풍의 배당 요구가 과하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배당결의안에 대해 "2023년 기말배당 5,000원에 더해 중간배당 1만 원과 1,000억 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76.3%로 지난해(50.9%)에 비해서도 훨씬 높아졌고, 총 주주 환원액은 2022년 3,979억원에서 2023년 4,027억 원으로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좌)과 장형진 영풍 고문(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좌)과 장형진 영풍 고문(우)

특히 영풍의 주장대로 기말배당금을 주당 1만 원으로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데, 이는 기업이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 환원에만 쓰는 것이나 다름 없어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와 주주 권익을 떨어뜨린다고 반박했다. 영풍의 주장이 마치 주주 권익을 대변하는 듯 하지만 매년 고려아연에서 지급하는 상당한 배당금이 줄면서 최근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영풍의 경영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영풍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간의 영업손익은 1,371억 원 적자였지만, 고려아연 배당금으로 3,576억 원을 수령했다. 배당수익으로만 5년 누계 2,20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영풍은 다시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주주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최근 수익성 감소 및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배당해야 할 주식 수가 늘어 주주환원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고 맞불을 놨다. 주주환원률이 높고 배당성향도 높아졌지만 시가배당률로 따지면 2021년부터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당성향이 높아진 이유가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나빠진데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 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최근 2년 사이에 크게 줄었고, 기업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반 토막이 났는데, 이런 상황에서 마치 배당성향이 높아진 듯한 착시효과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정관 일부 변경에 대해서는 경영진 개인의 사익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표준정관’에 따른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영풍은 표준 정관은 표면적 이유일 뿐이고 실제로는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입장이다. 특히 영풍과 고려아연은 동업 관계로 정관 작성 당시 양사의 경영진이 합의 하에 만든 정관을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 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약속과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고려아연은 영풍이 독립경영 불문율을 깨고 경영 간섭과 방해가 심각하다고 재반박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72년간 최씨와 장씨 두 가문의 동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영풍은 장씨일가가 각자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주주권익 보호가 아니라 영풍 경영진이 ‘독립경영 체제’라는 동업자간 불문율을 깨뜨리고 경영에 간섭하는 등 신의를 져버린 것”이라 일갈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배당성향이 높아진 듯한 착시효과가 있다는 영풍의 주장에 대해서는 제련업의 특성 상 글로벌 원자재 수급 및 제련수수료 변동에 따라 특정 기업이 아닌 제련업계 전체가 함께 영향을 받는 구조인데, 최근 2년 간 글로벌 시황 부진 속에서도 고려아연은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성적인 적자구조에 허덕이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실적을 지적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양사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고려아연 매출액(별도재무 기준)은 2022년 8조814억원으로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한 반면, 영풍 매출액은 2022년 1조7,936억으로 고려아연의 22%에 불과했다. 양사의 영업이익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고려아연의 최근 5년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해 2022년에 1조 원에 육박한 반면, 영풍은 2021년 728억 원 적자에 이어 2022년에는 무려 1천억대의 적자를 기록했고 2023년에도 막대한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양사의 입장에 대해 외부 기관의 평가도 다르다. 기업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는 고려아연의 주주환원률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례적으로 지지에 나섰다.

액트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주주환원률은 개별 기준 68.8%, 연결 기준 76.3%로 지난 10년간 선진국 평균인 68%와 같은 수치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이 5,800억원을 벌어 4,000억원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상장사 주주환원률 평균 28%(KB증권 분석)에 비해 분명히 높은 수치라는 것이다.  지난 10년 평균을 봤을 때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은 68%, 개발도상국 38%, 중국 31%를 기록했는데, 고려아연의 주주환원률은 선진국 수준을 상회하는 것이다. 액트 운영사 컨두잇 이상목 대표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 2019년부터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에 힘써왔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하며, 우리가 찾던 그 모범사례가 여기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KCGI자산운용은 자신들의 의결권 행사기준을 적용하여 영풍의 편을 들겠다고 27일 밝혔다. 정관 변경으로 인해 일반주주 가치 희석이 우려되고, 배당금도 영풍의 안이 일반 주주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려아연과 영풍의 주총 표 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증권가에서 파악한 지분율은 우호지분을 모두 포함해서 고려아연과 영풍 모두 30%대 초반으로 비슷하다. 결국 표 대결은 기관 및 일반 투자자들의 판단에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약 8%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주총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장형진 영풍 고문의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 안도 처리될 예정인데, 배당과 정관 변경 안건 처리 이후에 이사 선임안도 표 대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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