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물가 관리 속에 가려진 철강산업 비용 현실

[대장간] 물가 관리 속에 가려진 철강산업 비용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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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5.0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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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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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철강업계를 둘러싼 분위기는 이례적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정책 환경은 오히려 가격 인상 자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형식상 요청이지만, 업계가 체감하는 무게는 사실상 정책적 압박에 가까울 것이다.

정부는 철강을 최근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건설·조선 등 전방 산업에서 자재 가격이 오르면 그 원인이 철강 가격 인상에 있다는 식의 프레임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들이 제출한 원가 상승 자료와 적자 구조 설명은 사실상 고려되지 않는 듯 하다. 가격을 올리려는 배경이 ‘이익 확대’가 아니라 ‘손실 축소’라는 주장도 정부에는 씨알이 먹히지 않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압박이 단순한 구두 요청 수준을 넘어, 가격 상한제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취했던 방식을 철강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다는 것은, 가격 인상 자체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만약 이 같은 제도가 현실화된다면, 제조사는 원가가 어떻게 움직이든 시장 가격을 통해 이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사실상 잃게 된다.

물가 안정이 정부의 책무라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철강은 건설, 조선, 자동차, 가전 등 광범위한 산업의 기초 소재다. 철강 가격이 오르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정부가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현재 철강업계가 직면한 현실은 단순한 변동 국면이 아니다. 지난 4월 기준 단순 추정한 제선원가는 톤 당 316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하반기 평균이었던 280~300달러 구간보다 20~30달러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철광석은 100달러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고, 원료탄은 220달러 내외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특히 원료탄은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어렵다.

이 같은 원가 구조는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크다. 호주 생산 차질,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물류비 상승 등은 개별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게다가 환율까지 크게 올랐다. 그럼에도 정부가 가격 인상 자체를 ‘자제 대상’으로만 취급한다면, 이는 기업에게 원가 상승을 영업 손실로 흡수하라는 요구와 다를 바 없다.

가격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수급과 비용, 리스크를 반영한 정보다. 가격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이를 말하지 못하고, 전망을 언급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진다면 시장은 점점 실상을 드러내지 못한다. 특정 기업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 개별 회사의 의사결정은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고, 전체 산업의 대응 속도는 둔화된다.

정부가 진정으로 물가 안정을 원한다면, 국내 기업의 가격 정책을 압박하는 것보다 수입 구조와 통상 환경을 함께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가격은 억제되지만 산업 기반은 약화되고, 결국 중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정부의 문제 제기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책적 압박과 통제의 방식으로만 나타날 때, 기업은 투자 대신 방어에 몰두하고, 산업은 활력을 잃는다. 산업 정책은 기업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보다, 어떤 조건에서 가격이 움직이는지 투명하게 설명하고, 그 부담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지 설계하는 역할에 가까워야 한다. 정부가 가격을 누르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원가·통상·수입·전방 산업을 함께 바라보는 입체적 시각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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