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있었지만 포기는 없었다"…중일 50년, 자원순환 산업의 길을 열다

"위기는 있었지만 포기는 없었다"…중일 50년, 자원순환 산업의 길을 열다

  • 비철금속
  • 승인 2026.06.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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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영은 기자 yeki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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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창사 이후 50년간 국내 재생 연 산업 선도
폐배터리 재활용에서 ESG 경영까지…중일의 지속가능 성장 전략
자원순환 기술 고도화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가속화

 

국내 대표 재생 연 제련 전문기업인 중일이 친환경 자원순환 산업의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중일은 지난 12일 기념식을 열고 지난 반세기 동안의 성장 과정을 돌아보며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행사에는 임직원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연 제련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중일의 발자취를 되짚고 자원순환과 친환경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약 의지를 다졌다.

중일 50주년 기념식
▲중일 50주년 기념식에서 (좌)김두현 회장과 (우)박용필 회장이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1976년 창사 이후 50년 가까이 납 제련 한 분야에 집중해온 중일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며 국내 비철금속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 경쟁력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친환경 설비 투자를 확대하며 글로벌 자원순환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중일의 사업장은 일반적인 제련소의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업장 곳곳에서는 폐배터리가 원료로 반입돼 자동화 설비를 거쳐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폐기물 처리라는 개념을 넘어 사용이 끝난 자원을 다시 산업 원료로 활용하는 순환경제의 현장이 구현되고 있다.

중일의 핵심 사업은 폐배터리를 활용한 2차 연 제련이다. 자동차용 배터리와 산업용 배터리(UPS, 지게차용 배터리) 등을 국내외에서 확보해 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순연과 조연, 안티모니 합금연, 칼슘 합금연 등 다양한 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Pb-Bullion 기준 7만5,000톤 규모에 달한다.

특히 중일은 원료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글로벌 연 산업 환경 속에서도 국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폐배터리 스크랩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폐배터리뿐만 아니라 폐연, 케이블 연, 그리드(Grid), 페이스트(Paste) 등 다양한 재활용 원료를 활용해 자원 회수율을 높이고 있다.

중일 경쟁력의 핵심은 환경 설비와 자동화 기술에 있다. 회사는 아시아 최초로 폐배터리 전처리 설비인 CX-System을 도입하고 제련 공정 전반을 자동화했다. 폐배터리의 저장부터 투입, 분쇄, 분리, 탈황, 탈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원스톱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작업 효율성과 환경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공장에서는 폐배터리가 자동화 설비를 따라 이동하며 납, 플라스틱, 전해액 등 구성 물질별로 정밀하게 분리된다. 이를 통해 재활용 가능한 자원의 회수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2차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폐배터리 내 유황 성분을 별도로 분리하는 탈황 공정을 통해 부산물인 황산나트륨 생산 체계까지 구축하고 있어 자원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도 눈에 띈다. 중일은 기존 제련 공정에서 사용하던 석탄과 다량의 화석연료를 청정연료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90% 이상 줄였으며 유해가스 발생 수준도 선진국 기준치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췄다. 원료 저장과 이송, 투입, 배출 등 모든 공정을 자동화함으로써 분진과 유해물질 발생 가능성도 최소화했다.

중일은 환경 규제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과 환경 규제 강화가 확대되면서 친환경 생산체계 구축 여부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환경경영과 품질경영을 기업 운영의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설비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

중일의 기술력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회사는 40여 년간 축적한 제련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2차 연 제련 및 정련 플랜트를 설계·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으며, 턴키(Turn-Key) 방식의 플랜트 수출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단순 판매를 넘어 자원순환 산업의 기술과 시스템까지 수출하는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품질 경쟁력 역시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중일은 2019년 순연 제품 ‘JIM 99.985’를 런던금속거래소(LME) 브랜드로 등록하며 국제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 이어 2021년에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 45001 인증을 획득했고, 2022년에는 제59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7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수출 경쟁력도 입증했다.

최근 글로벌 비철금속 산업은 원료 확보 경쟁과 환경 규제 강화, 자원 안보 이슈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 산업을 넘어 전략적 자원 확보 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중일이 보유한 자원순환 기술과 운영 역량의 가치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일은 국내 2차 연 제련 산업의 선도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자원순환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한한 자원을 무한히 활용할 수 있는 재자원화 시스템 구축이라는 기업 철학 아래 친환경 기술 개발과 환경 설비 투자를 지속하며 자원순환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폐배터리가 새로운 산업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현장 속에서 중일은 환경과 산업, 그리고 미래 세대를 연결하는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었다.

중일이 국내 대표 재생 연 제련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경영 철학과 끊임없는 변화 노력이 있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만난 김두현 회장과 박용필 대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영 원칙과 자원순환 산업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미래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을 공유했다.

 

중일 김두현 회장
중일 김두현 회장

■ 김두현 회장 인터뷰


Q. 50년 가까이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특별한 성공 비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배터리와 인연이 닿아서 제조업체에서 약 10년간 직장생활을 했고, 이후 5년 정도 자영업을 거친 뒤 중일을 설립했다. 한 분야에 집중해 꾸준히 사업을 이어오다 보니 어느덧 5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특별한 비법보다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꾸준히 걸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Q. 중일이 지켜온 경영 철학은 무엇인지?

나는 원래 고지식한 성격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거래처에서도 장사 체질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원가가 얼마이고, 세금과 운송비가 얼마이며 실제 마진이 어느 정도인지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도 충분히 이해한다. 결국 사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이다. 중일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Q. 회사명 '중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중일은 '가운데 중(中)'과 '편안할 일(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산업의 중심에서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본업에 충실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 단기적인 흐름에 휩쓸리기보다 중심을 지키며 묵묵히 가는 기업이 되고자 했다.

Q. 50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회사를 크게 키웠다는 것보다 50년 동안 한 업종을 지켜왔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배터리와 연 제련 분야에서 반세기 동안 사업을 이어오면서 수많은 거래처와 직원들을 만났고 그 과정에서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원칙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중일은 정직과 신뢰를 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거래를 이어오는 고객들이 많고, 회사 역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지나와보니 기업의 자산은 공장이나 설비만이 아니라 사람과의 신뢰라고 생각한다. 50년 동안 그 신뢰를 지켜온 것이 가장 큰 자부심이다.

Q. 50년 경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무엇인지?

사업을 하면서 위기는 수없이 있었다. 하지만 포기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가장 위험한 것은 위기보다 정체라고 생각한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끈질기게 방법을 찾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고 머무르는 것이 기업에게는 가장 큰 위험이다. 중일 역시 어려운 시기를 여러 번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으며 성장해왔다.

 

중일 박용필 대표

■ 박용필 대표 인터뷰


Q. 자원순환 산업 종사자로서의 자부심은 무엇인지?

과거에는 폐기물을 다루는 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위축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는 환경 보호와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산업의 최전선에 있다. 사용이 끝난 폐배터리를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국가 자원 경쟁력에도 기여하고 있다. 자원순환 산업은 미래 세대를 위한 중요한 산업이며 그 역할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

Q. 최근 연 제련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

현재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원료 확보다. 최근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에서 원료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 특히 중동 정세 변화 이후 업체들이 미국산 폐배터리를 대거 확보하면서 원료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원료를 구매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 자체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 계약에 따라 원료를 계속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상당하다.

Q. 폐배터리 원료 시장 경쟁에 대한 우려는 없는지?

폐배터리 원료는 한정돼 있다. 대형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원료를 대량 확보하게 되면 중소·중견 제련업체들은 원료 수급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원료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 가동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현재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Q. 최근 전기요금과 생산비 상승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전기요금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고 각종 부재료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결국 기업은 효율을 높여야 한다. 현재 중일은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 관련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조직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Q. 중일이 준비하고 있는 미래 신사업은 무엇인지?

신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SMR(소형모듈원전)과 원자력 관련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검토하고 있다. 원자력 분야에서 사용되는 분석·측정 장비를 제작하는 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환경설비와 전기설비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과 사업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Q. 향후 10~20년 중일이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기업은 단순히 돈만 쫓아서는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술 경쟁력과 인재 육성, 조직 관리가 중요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는 중견기업으로서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확대하고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나갈 계획이다.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다.

Q. 정부와 산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폐배터리에 대한 인식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 폐배터리는 단순 폐기물이 아니라 돈을 주고 확보해야 하는 유가금속 자원이다. 각국이 자원 안보 차원에서 관리하는 전략 자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전히 일반 폐기물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산업 발전에 제약이 많다. 자원순환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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