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철강이 살고 국가도 사는 길

황병성 칼럼 - 철강이 살고 국가도 사는 길

  • 철강
  • 승인 2026.06.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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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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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이 한국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한 ‘산소 호흡기’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요구한 전기요금 폭탄 해결책과 저탄소 보조금 지원 등의 중대 사안은 빠졌다. 방향성은 맞지만, 실질적인 재정 지원 같은 알맹이는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심 있는 여야 의원들 노고와 우리 업계의 주장은 무시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특히 경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전기료 감면을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우리 업계의 바람과 기대와 달리 돌아온 것은 큰 실망이다.


전기료 문제는 급한 나머지 정치권이 해결을 위해 먼저 나섰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지난 4월 산업용 전기료 감면을 위한 철강산업법 개정안과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이상휘 국회의원도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따른 산업용 전기료 감면을 내용으로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의 국회 통과는 오리무중이다. 전력비는 철강 제조원가의 10∼15%를 차지한다. 시행령 마련 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통상마찰 우려와 업종 간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주목했던 부분은 법 제11조(저탄소 철강기술 등에 대한 지원) 1항으로 ‘산업통상부장관은 저탄소철강기술의 연구개발·사업화·사용확대 및 관련 설비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규정은 천문학적 규모의 그린전환(GX) 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소환원제철 등 그린철강 생산체제 전환의 최대 걸림돌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기대가 컸다. 이 문제는 국내 양대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안고 있는 절박한 과제이기도 하다.


현대제철은 수소환원제철 전환비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포스코의 경우 오는 2050년까지 전환(HyREX공법)에 약 40조 원(포항·광양 각 20조)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수소공급을 위한 밸류체인 구축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나마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포스코가 추진 중인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사업’ 총사업비 8천여억 원 중 3천여억 원 지원을 약속한 것은 다행이다. 그렇지만 글로벌 철강사들과 비교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일본·EU 등 세계 주요 국가는 일찌감치 수십조∼수백조의 GX전환기금 마련 등을 통해 정부 차원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칫 그린철강 전환에 뒤처질 것이 우려되는 것은 이 부문이다. 이런 가운데 법이 마련됐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마련한 시행령 속에 규정된 그린철강 전환비용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빠졌다. 결국,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을 제정하고 시행령을 만들었지만, 철강업계의 최대 현안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법 개정 필요성의 목소리도 높다.


산업용 전기료의 경우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무려 75%가 상승하면서 2024년 기준 ㎾h당 181.8원이었다. 인도네시아(96.8원)·미국(112원)·중국(116.2원) 등 철강 경쟁국들과 큰 차이가 난다. OECD의 최신 보고서와 글로벌 통상 지표들은 한국 철강산업의 냉혹한 현실을 경고했다. 한국 철강산업이 어째서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지, 그 거대한 폭풍의 실체를 지적했다. 그것은 높은 에너지 비용과 원자재 비용 그리고 각종 노동 규제로 말미암은 높은 생산 비용을 꼽았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정부가 무상으로 쥐여준 막대한 자금력이 경쟁력이다. 지난해 철강 보조금이 서구권 경쟁사보다 15배니 많았다.


중국 철강업계는 내수 침체에도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전 세계 유통망에 철강을 봇물로 쏟아냈다. 실제로 중국의 철강 수출은 몇 년 사이에 153%나 급증하며 연간 1억 3,100만 톤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유럽연합 전체의 한 해 생산량을 뛰어넘는 막대한 물량이다. 반면 한국은 국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철강 공룡 업체와 맨몸으로 싸워야 했다. 그 싸움 결과가 지금 위기에 직면한 우리 철강산업의 현실이다. 


철강은 단순 금속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근로자의 삶과 지역의 생존이 녹아있다. 위기가 장기화하면 대한민국 제조업도 위험하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정부는 즉시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우리 철강이 살고 국가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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