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원로에게 듣는다) 박종원 전 동양철관 CEO 신년메시지

(신년기획-원로에게 듣는다) 박종원 전 동양철관 CEO 신년메시지

  • 철강
  • 승인 2016.0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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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문수호 shmo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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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철강 업계는 후방 산업들의 전반적인 침체와 함께 불황기를 맞고 있다. 대부분의 철강제품 가격들이 오랜 기간 하락세를 보이며 바닥을 치고 있어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종헌 전 동양철관 대표
  철강 산업이 워낙 어렵다보니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등 2016년 철강 시장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한 편이다. 제품가격이 바닥을 쳐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이 같은 기대마저도 1년이 넘도록 나오던 얘기여서 2016년 철강 시장을 밝게만 바라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오랜 기간 철강업계에 종사했던 전직 CEO들이 바라보는 현 철강 시장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에 대한 제언을 듣고, 밖으로는 중국 안에서는 경쟁업체들과 겨뤄야 하는 국내 철강 업체들이 갖춰야 할 경쟁력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동양철관 박종원 전 대표에게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철강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얘기가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경제인들과 정치인들의 경제관념이 다르다. 지역구 하나 더 차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경제인들과 경제 위기에 대한 체감이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는 기초 산업에 너무 소홀한 경향이 없지 않다. 그만큼 기반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경제가 오랜 시간 동안 어려웠지만 최근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1차 산업에 대한 정치권의 생각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산업이라는 게 완만하게 상승을 해야 하는데 급성장을 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철강은 보수적인 산업이다. 몇 년 새 몇 배 늘어나거나 하면 산업 인프라가 같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취약한 면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너무 급속도로 성장했다. 국내만 보더라도 최근 같은 시황에선 보수적인 회사들이 오히려 타격이 적다. 포스코만 보더라도 문어발식 확장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과도한 투자를 벌인 업체들일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조정에 대해 말하자면 국가단위로 구조조정을 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그러한 구조조정은 쉽지 않다. 철강 업계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은 부분이다. 구조조정은 결국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큰 곳에서 작은 곳을 인수하는 방식이 옳다.

  과거에는 창업한 오너들끼리 조정을 하고 협의를 하면서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진행돼 왔다. 현재는 구조조정을 하기에 업체 수도 너무 많다. 결국 큰 업체들이 작은 업체들을 흡수합병 하는 것이 올바르다. 대형 업체들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부 희생을 감수하면서 설비를 인수해 불필요한 것들은 없애야 한다. 대기업에서 총대를 메야 하는데 자신들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구조조정을 하려는 업체를 찾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내수 기반이 1억도 안되기 때문에 내수 수요가 약하다. 이런 나라에서 무차별적인 설비 투자는 문제가 있다. 새로운 제품 설비도 아니고 기존 설비를 가지고 물량싸움으로 서로 치고받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Q. 국내 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안은?
  A. 최근 국내 철강 시장은 중국산 제품들의 범람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산 문제는 국가에서 장벽이 돼주기는 어렵다. 결국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중국이 100원에 팔면 우리도 100원에 팔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가격을 내리지 못하면 결국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철광석 등 원료가 있고 없고 차이를 불만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나라와 비교해선 안 된다.

  국가의 세금 문제, 한중FTA 등은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누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때 살아남을 수 있다. 만약 철강 산업이 가장 꼭대기에 있는 업체들만 이익을 보고 하공정으로 갈수록 이익이 줄어든다면 이는 잘못된 구조다. 서로가 먹고 살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 결국 자사만의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오너라면 크고 많은 것보다 적더라도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세계 1위 제품 있어야 한다. 작은 제품 하나가 전부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 5급 바둑기사 5명이 덤벼도 1급 기사 한명을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구든지 설비만 놓으면 팔 수 있는 제품으로는 승산이 없다. 오너라면 자신만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Q. 국내 철강업체들의 경쟁력에 대해 한 마디 해 달라.
  A. 국내 철강업계는 수출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다. 그동안 시장이 좋아서 그렇지 일부 업체들을 제외하면 품질 및 기술 축적이 어려웠다. 우리는 가격은 중국에 뒤지고 품질은 일본과 비견된다. 우리가 품질에서 일본에 이길 수 있냐고 생각하기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결국 아까 말한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한 부분에서 좀 취약한 면이 없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업체에서 단 한 가지 아이템만이라도 1등하는 제품이 있어야 한다. 10가지 제품이 중에서 한 가지만이라도 다른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제품이 있다면 나머지 9개도 자연스레 팔 수 있다. 누구도 하지 못하는 한 가지 아이템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소품종 다량 생산 위주의 산업으로 육성돼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도 장치산업에서 중요하지만 그 누구도 하지 못하는 하나의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해외 수입제품을 대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수요가 얼마 되지 않더라도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력이 갖춰질 때 평범한 부분에서도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Q. 후배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A. 개개인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라. 지식은 인터넷에서 나오지만 지혜는 나오지 않는다. 내 머리 속에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닌 지혜다. 지혜 있는 사람이 되려면 스스로 지식을 갖추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인터넷에 지식과 정보가 많이 있지만 그것이 내 것은 아니다. 수많은 법률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그것을 조합할 수 있는 것은 법조인이듯이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내 자리에 만족하지 말고 내가 어디까지 가겠다는 목표를 정하라. 거시적으로 봐라. 결과를 어떻게 하려 하지 말고 원인을 고치라. 원인에 따른 결과는 동일하다. 공부를 통해 고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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