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유통·가공업체를 찾아서>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 무학로16길 도로 양옆에는 옹기종기 철강 유통 및 가공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아직 거리는 매서운 칼바람이 뼛속까지 한기를 불어넣었다. 이곳은 철강 유통 및 가공업체들이 소매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군으로 치자면 최전방 지역과도 같은 곳이다. 바닥 시장 경기를 제대로 알려면 이곳의 목소리와 숨소리, 발걸음을 파악하면 답이 나올 정도로 역사 또한 깊은 곳이다.

  겨울 언 강처럼 녹을 줄 모르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이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문을 열었지만, 뚝 끊긴 일감에 손을 놓거나 드문드문 철시를 한 업체들을 보며 경기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실감이 갔다. 특히 업체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탄핵정국의 정치 소용돌이가 경제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며 불안한 미래에 대해 더욱 큰 우려를 나타냈다.

  서진스텐 정용운 대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일 수 있지만, 철강 장사가 잘되려면 우선 백화점이나 시장 등 시중 일반경기가 잘 돌아가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내수가 부진하고 경기가 좋지 않다는 분위기 속에서는 철강 장사도 덩달아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국내 정치 상황이 하루빨리 안정화 되어 내수가 제대로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다 보니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가도 “별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가격이 상승하면 제조업체나 큰 업체들이 이득을 볼지 모르겠지만, 소매를 하는 바닥 시장은 오히려 손해라고 했다. 제조사들이 물건을 주지 않을까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물건을 받고 있지만, 이 또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상된 가격을 반영해 판매하려고 하면 수요가들의 손사래가 심하다. 오히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장사가 더 나았다고 했다.

  결국, 수익을 내고자 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중국산 등 저가 철강재를 취급하는 것이다. 봉형강류를 판매하는 한 업체 대표는 “국산은 가격이 비싸니까 수요가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면서 “분명히 국산과 수입품은 품질 차이가 있는 데 가격이 저렴한 수입품을 선택한다. 솔직히 말해서 사업을 하는 목적이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함인데 수요가들의 선택도 한편으로 이해가 간다”라고 말했다.

  불법·부적합 철강재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바닥 현실과 거리가 먼 듯한 얘기라는 것을 실감했다. KS 인증을 받은 중국산과 일본산 유통은 법적인 하자가 없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도 무조건 떠넘기기식 제품 판매보다는 약자를 배려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비록 소매로 사업을 영위하지만, 전국에 있는 소매상들을 지금처럼 배려하지 않는다면 시장에는 수입 철강재가 넘쳐날 수밖에 없다.

  용두동 철강 유통 및 가공업체 대표들은 이런저런 고민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빛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미래 때문이다. 신규 고객은커녕 오랜 업력으로 의리 있게 찾아주던 기존 고객의 발길마저 하나둘 끊어지고 있다. 하지만 포기는 아직 이르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글귀를 내걸고 새봄에 희망을 다시 품는 그들의 바람이 헛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