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황병성 칼럼 -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철강
  • 승인 2020.1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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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관리자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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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유통업을 하는 지인과 술잔을 나누었다. 한 잔을 들이킬 때마다 나오는 그의 한숨은 강물처럼 깊었다. 몇십 년 함께 일했던 직원을 마지막으로 내보내고 잠시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그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뇌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무슨 말이 위로되는지 몰라 말없이 술잔만 부딪쳤다. 순간 코로나가 많은 사람을 궁지(窮地)로 몰아넣는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더욱 암울했다.

신문에서 4중고(重苦)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기사를 읽었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인건비·법인세 비용 증가, 내수와 수출 부진, 자금난에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복병을 만나 복합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고 했는데 위기는 끝이 없어 보인다. 그 위기를 넘지 못해 잠시 회사 문을 닫은 지인은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위기의 한국 경제 반등도 요원하다.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철강 중소기업 한 대표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제일 무서운 것이 인건비라고 했다. 더구나 내년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가 큰 부담이다. 현재 중소기업 공장가동률이 70% 이하이다. 제품 생산과 판매가 줄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다면 결국 문을 닫는 공장이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때에 정부 정책도 유예할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공멸(攻滅)의 늪으로 빠트리지 않기 위한 최후 수단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한국GM의 파업으로 철강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동차 연계 판매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자칫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다. 한국GM은 2018년 8,100억 원의 국고를 투입해 겨우 살려놓은 회사다. 올해 초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미국에서 대박이 났다고 한다. 이에 사측은 11∼12월 주말 특근과 잔업을 하려고 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물거품이 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문이 밀려드는데도 물량을 맞춰주지 못하고 있다. 파업으로 한 달 새 2만여 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굴러 들어온 복을 제 발로 걷어차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보며 말문이 막힌다. 더군다나 상생(相生)이 강조되는 요즘 기업 풍조를 역행하는 것이 더 안타깝다. 완성 자동차사에는 수많은 협업기업이 목숨 줄을 대고 있다. 다수 철강 유통 및 가공업체도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칫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영향은 도미노처럼 협업 업체에 미친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노조지만 그들에게는 협업기업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회사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는데도 노조는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6년 연속 적자기업 노조가 할 주장이 아닌데도 막무가내다. 결국 한국GM 사장은 노사 갈등이 악화되면 한국 철수를 검토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이것이 현실이 되면 국가적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협업기업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려야 한다.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GM 노조에 있다. 국고를 투입해 망해가는 회사를 살려 놓았다면 책임감 있게 회사 운영에 협력하는 것이 도리인데도 이것을 역행하기 때문이다. 

9월 기준으로 중소기업 근로자 71만2,000여 명이 휴직 중이다. 이 중 절반이 사업 부진이나 조업 중단이 이유다. 만약 한국GM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국내 사정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다. 내년을 기약하며 잠시 문을 닫았던 지인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이런 일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노조의 심사숙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슴 졸이며 이 상황을 지켜보는 협업기업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고래 싸움에 중소기업이 더는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이 살아나지 않으면 고용 문제 해결에도 답이 없다. 더불어 국가 경제 기반이 흔들리면 경제 회복도 어려워진다. 코로나로 중소기업 일감이 30% 이상 줄어드는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이런 때일수록 상생의 큰 그림에서 생각해야 한다. 한국GM 노조도 이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살고, 대기업이 살고 나라가 산다. 이것은 불멸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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