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호떡집에 불났다

황병성 칼럼 - 호떡집에 불났다

  • 철강
  • 승인 2022.02.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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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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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집에 불났다’라는 말이 있다. 호떡은 임오군란을 계기로 조선에 진출한 청나라 군인과 함께 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 음식으로 알았는데 아쉽지만 그렇지 않다. 당시 호떡이 인기가 좋아 중국 상인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중국인과 호떡집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중국말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시끄러움에 놀랐다. 말의 높이를 넣어 구분하는 중국어의 특징 때문이었다. 상대방 말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호떡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의 중국어는 이상하면서도 시끄러운 말로 들렸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우리에게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호떡 가게는 마치 불이 난 것처럼 시끄럽게 인식 됐다. 

이 말은 낯선 문화가 만나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표현이다. 논리 비약일지 모르지만 대한건설자재협의회의 최근 행태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시끄럽다. 특히 잦은 성명서가 우리 업계를 거슬리게 한다.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성명서를 발표하며 철근 가격 이원화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 성명서를 들여다보면 이른바 구매파워를 앞세운 급박이나 다름없다. 특히 거친 단어가 못마땅하다. 

‘규탄(糾彈)한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두 업계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共生) 관계이다. 이러한 돈독한 관계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여 규탄이라는 단어로 상대방을 힐난하고 있다. 이 규탄의 뜻은 잘못이나 죄상 따위를 들추어내어 엄격하게 따지고 비난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자회는 지금 상황이 이 단어의 뜻에 부합하는지 자성(自省)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성명서가 마치 건설사 전체 의견인 양 호도(糊塗)하는 것도 문제다. 통일된 목소리가 아닌 중견 건설사의 주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철근의 기준가격과 유통가격 이원화는 시장 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특히 원료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가격 체계는 절대로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유통가격 체계를 조정을 통해 기준가격과 중간 수준에 맞춘다고 해도 불만이 잠재워지지 않는다. 기준가격으로 공급받는 대형 건설사가 찬성할리 만무하다.

철근 가격을 이원화 한 책임은 건설사에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생산비용이 높아져 제강사의 경영이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 건설사에 기준가격 조정을 수없이 요청했다. 하지만 건설사는 이 요구를 묵살했다. 그러자 제강사가 손실 보전을 위해 할 수 없이 이원화 체제를 도입했다. 생산업계의 고충을 무시하고 최저가격만 고집하던 건설사의 아집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과거 건자회의 국산과 중국산 철근의 인식도 우리 업계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자리에 물러난 한 회장은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산이 한국산 제품보다 더 좋은 것이 많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철강협회의 원산지 표시 운동을 빗대어 하는 말이었다. 중국산 철근은 철광석을 활용한 고로에서 생산하고 한국산은 철스크랩을 사용한 전기로에서 생산하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 업계는 논리적이지 않는 이 우매(愚昧)한 주장에 실망감이 컸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말이 있다 공교롭게도 건설사와 제강사가 다툼이 있는 이 순간에 공정위가 1월 철근 담합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가 절대 그렇지 않겠지만 어느 한쪽 주장을 받아들여 조사를 벌인다면 그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 철강 산업 특성상 비슷한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담합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누가보아도 억울하다. 지난해 철스크랩 담합 과징금에 이어 또다시 송사를 벌여야할 제강사의 한숨이 깊다. 현명한 대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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