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선 혁산압연 회장 “업종별 특성 고려한 현장 맞춤형 뿌리기업 지원 필요”

이경선 혁산압연 회장 “업종별 특성 고려한 현장 맞춤형 뿌리기업 지원 필요”

  • 뿌리산업
  • 승인 2022.11.0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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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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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우수 뿌리기술 1건도 없는 것, 부끄러운 일”
“글로벌 시장 수출 경쟁력 갖춰야 뿌리산업 살아날 것, 종합적 정책 지원 필요”

국내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9월 국정감사를 위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구자근 의원(국민의힘, 경북구미시갑)에게 제출한 ‘2022년 뿌리산업 기술수준 추가 조사’ 자료에 따르면 14개 뿌리기술 분야에서 국가별 최고 기술수준은 일본 9개, 미국 5개인 반면 한국은 최고 기술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고기술국 일본과의 기술격차에서도 한국은 1.3년의 차이가 나고 있으며, 지난 2021년 0.7년으로 조사된 것과 비교해 보면 1년 사이에 오히려 0.6년 더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뿌리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성가공업계의 글로벌화를 선도해 온 혁산압연의 이경선 회장은 “정부가 뿌리산업의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여 현장 맞춤형 지원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산압연 이경선 회장. (사진=철강금속신문)
혁산압연 이경선 회장. (사진=철강금속신문)

본지에서는 이경선 회장을 만나 국내 소성가공산업의 상황과 함께 뿌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경선 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최근 대내외 악재가 많은데 선재 가공업계 경영 여건은 어떤가?

A.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상반기 STS선재와 특수강 및 합금강 선재 등 주요 소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제조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됐다. 6월부터 일시적으로 소재 가격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9월 이후 가격이 다시 반등하여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그리고 당사의 경우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데 전쟁 여파로 유럽의 경기가 둔화된 데다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환차손이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다.

Q. 러-우 전쟁 영향에 따른 유럽의 경기 둔화가 심한데 이는 어떤가?

A. 상반기에는 지난해 수주한 물량이 많아 별 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의 경기 침체가 심화됐고, 이로 인해 3분기 이후로는 수주 물량도 급감하고 있다.

당사의 수출품인 소성가공 프로파일(profile)은 R&D에서 필요한 신소재로 수요가 창출되기 때문에 더욱 체감 경기에 민감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Q. 수요산업별 경기 동향은 어떤가?

A. 제지산업용 필터 비중이 가장 높은데 해당 부문의 매출이 전년도의 30% 수준으로 감소했고, 기계와 건설, 생활용품 등 다른 부문의 수요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올해 남은 기간은 물론 내년까지 수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자의 주문이 소량 다품종인데다 엄격한 형상 도면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국제 수준의 품질 경쟁에서 수출 시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기술 향상으로 2002년부터 수출하고 있다.

Q. 국내 뿌리산업 기술수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결과를 어떻게 보나?

A. 한 마디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국내 제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으로 뿌리기술이 발전하지 않는다면 현재 국내의 주력산업은 품질 경쟁력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대기업들의 경우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뿌리기업들의 경우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워 기술 개발에도 한계가 있다.

혁산압연의 생산라인. (사진=철강금속신문)
혁산압연의 생산라인. (사진=철강금속신문)

Q. 이번 조사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고 보는가?

A. 물론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 뿌리산업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조사를 통해 현재 뿌리기업들의 기술 수준에 대한 더욱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해야 할 점을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뿌리산업의 경쟁력 향상도 가능하다.

한편 우리 민족의 우수한 DNA와 끈질긴 정신력으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세계 일류에 접근해 왔고 우리 뿌리산업도 기업의 생사를 뛰어넘는 노력으로 열심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Q. 정부의 뿌리산업 정책이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A. 정책 담당자들이 현장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지원 정책은 많아도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뿌리기업들의 경우 업종은 물론 개별 기업 단위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기술적 지원 방법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주로 국내 대기업들이 개발한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구축하라고 하는데 이것이 해당 뿌리기업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획일적인 솔루션 지원보다는 현장에 적용하여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스마트공장 구축과 함께 생산설비 지원도 활발한데 설비 또한 업종은 물론 기업별로 필요한 설비가 다른 경우가 많다. 막연하게 자동화설비나 로봇을 지원한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기업의 실제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설비 도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Q. 소성가공업계의 경쟁력 향상에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A. 용접이나 금형, 주조 등 다른 뿌리산업 분야의 경우 체계적인 학문적 연구와 현장의 경험이 잘 융합된 교육 시스템이 있다. 실제로 관련 교육기관도 많고 학회와 협회, 조합 등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도 잘 운영되고 있다. 반면 소성가공 분야의 경우 국내 연구성과가 많지 않고,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은 커녕 기술 서적도 매우 부족하다. 우선 고등학교와 대학 교육 과정에 필요한 기술 서적을 보급해야 하고, 기업 차원에서도 직원 교육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당사의 경우 전문대 재학생들을 위해 자체 교육서적을 만들어 직접 이론과 실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Q. 혁산압연은 내국인 노동자만을 고용하고 있다. 인력 수급에 문제는 없는가?

A. 예전에 외국인 노동자를 쓴 적이 있는데 현재는 의사소통과 기술 교육을 위해 내국인들만 고용하고 있다. 대기업 퇴직자들을 데려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전문대 학생들을 교육하여 기술인력으로 충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뿌리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가?

A. 뿌리기업들의 영세함으로 인해 임금 격차 등이 발생한다. 이는 기업의 자체적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 해결해야 한다. 당사에서는 독일의 DIN 규격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의 프로파일을 양산하고, 소재별로 맞춤형 생산 기술을 개발하여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했다.

한국의 경우 내수 시장 규모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뿌리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수출을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발전한다면 인력난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Q. 뿌리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가?

A. 우선 정책 담당자들이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정밀한 실태 조사를 통해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획일적인 방식이 아니라 업종별 특성과 개별 기업의 특성을 동시에 고려하여 현장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현재 수준의 연구개발 및 설비 지원으로는 제대로 효과를 보기 어려우므로 지원 규모 또한 대폭 확대해야 한다.

다시 첨가하면 뿌리산업 기술은 아주 광범위하고 전산업의 모체가 되기 때문에 그 특성이 기술적 이론과 설비 그리고 연구 개발 방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성가공 분야만 하더라도 roll 가공방법에서 열간가공, 냉간가공으로 대별한다.

당사의 소형 이형제 프로파일(irregular shape)의 경우 지정된 특수 강재와 엄격한 형상 도면(치수, 각도, 기계적 성질)의 스펙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소성 가공 중 고차원적인 고난도 가공법이다.

특수 압연 설비에서 냉간 가공하는 프로파일 생산에서는 아직 어떤 통계 자료도 표준화된 것을 찾아볼 수 없다.

당사는 각 공정의 모니터링 시스템템으로 전산화 방법을 추진하면서 특수 엔지니어 양성으로 금속특수이형소재 공급으로 수출 시장은 물론 향후 국내 R&D 및 엔지니어링에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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