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과이불개(過而不改)’

황병성 칼럼 - ‘과이불개(過而不改)’

  • 철강
  • 승인 2022.12.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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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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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이는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공자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라고 말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라는 뜻이다. 교수들이 이 사자성어를 선택한 이유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우리 정치의 민낯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여야를 막론하고 ‘나의 탓’이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이 도를 넘어섰다. 협치는 없다. 정당의 아집(我執)만이 존재하는 것이 지금 우리 정치권의 현실이다. 그러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당리당략(黨利黨略)만 있을 뿐이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들의 의견을 조정해 사회를 유지,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정치권이 이것을 등한시한다면 한심한 무리배 집단과 다르지 않다.    

한 교수는 이 사자성어를 선택한 이유를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 정치를 표현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잘못하고도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우리 정치권을 보면 비통함마저 느낀다고 했다. 이 말은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국민들은 3고(高)로 더욱 살기가 어려워졌다. 기업은 줄도산하고 있다. 수출 길마저 막혀 진퇴양난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이것을 외면하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정치가 이것을 좌우한다. 기업의 앞길을 막는 각종 제도는 하루빨리 손보아야 경제가 숨통이 트인다. 그러나 정치권은 직무 유기를 숨 쉬듯 한다. 직장인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이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정치권은 ‘과이불개’의 표본이 맞다. 여야 어느 한 곳도 이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나마 애 써는 기업인들의 노고로 경제가 힘겹게 버티고 있다.

이런 후진적인 정치를 보며 국민들의 찌푸린 인상이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자기들만의 세상이라면 오히려 포기하면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법을 만들고, 잘못된 제도를 고치고, 국민들을 화합시키는 중요한 임무가 있기에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자신들의 잘못은 인지하지 못한 채 남의 잘못만 크게 보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간섭도 심하다. 국감 때면 바쁜 기업인들을 오라 가라 망신 주는 것이 좋은 예이다. 마치 숯이 검정 나무라듯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우리 업계는 어떠했는지 되돌아본다. 그리고 현실을 본다. 기업마다 윤리경영이 강조됐다. 이것을 실천하고자 애썼지만 아직 사회로부터 비판받는 기업이 있다. 윤리경영은 잘못된 과거 관행을 바로잡고자 하는 기업의 자정노력이다. 하지만 이 관행이 다 사라지지 않은 것은 불행이다. 지금처럼 잘못이 되풀이된다면 윤리경영은 구호에만 그친다. 또 다른 ‘과이불개’일뿐이다. 이것을 바로잡아 더는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도록 더 깊은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만 아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문제다. 기업이 많은 돈을 투자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노력을 헛되게 하는 것은 수시로 발생하는 안전사고다. 국가가 무거운 중벌로 다스리고, 경영자들이 아무리 예방을 강조해도 근로자들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허탕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원인 파악이 우선이다. 개선을 위한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필요하다. 

성군 세종대왕의 치적을 기록한 세종실록이 있다. 이 기록에는 잘못해서 후회한다고 말한 기록만 10여 차례 이상 나온다고 한다. 세종은 후회에 그치지 않고 반성을 통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다고 한다. 잘못을 고치거나 인정하지도 않으려는 요즘과 비교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 지는 확연하다. 이것을 모른 채 하는 현실도피와 책임 회피가 문제다. 이 세태와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고치는 일이 시급하다.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가 절실히 가슴에 와 닿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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