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CORE부터 물탱크까지’…튀르키예 지진에 재소환

‘H CORE부터 물탱크까지’…튀르키예 지진에 재소환

  • 철강
  • 승인 2023.03.0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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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손유진 기자 yjs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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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지진 인재 비판 설득력
국내 건축물 내진보강 선제 대응 필요

7.8 규모의 대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폭격을 맞은 듯한 붕괴된 건물 현장 사진

튀르키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이번 지진을 두고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비판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의 부실공사 관련 수사가 시작되면서 국내에서도 건축물 내진보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제주와 경남 거창에서도 잇달아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내진 건축자재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지진 발생 빈도가 잦아지는 등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내진용 자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편집자주>
  
■ 지진 전문가 현대제철, 내진용 강재 브랜드 ‘H CORE’ 확대
 

현대제철 내진형강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내진형강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은 2017년 국내 철강사 최초로 내진용 강재 브랜드 ‘H CORE’를 선보였다. 그동안 H CORE 제품군도 내진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철근, 형강 등 일부 강재로 한정됐다.

현대제철은 H CORE를 토목과 건축, 플랜트 등 모든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기로 했다. 제품군도 일반 강재보다 용접성, 내식성, 내충격성, 고연성, 친환경성이 우수한 후판, 강관, 열연 강판, 냉연 강판 등으로 넓힌다. 

현대제철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내진 건축자재 제품으로는 내화내진 H형강과 대형규격 형강 RH 등이 있다. 

회사는 지난 2019년 2월 내진 성능뿐만 아니라 고온 등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건축물의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내화내진 복합강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대제철이 개발에 성공한 내화내진 H형강은 1㎟ 면적당 36kg 이상의 무게를 견디고, 강재 온도가 600℃까지 상승해도 상온 대비 67% 이상의 항복강도를 유지해 건물이 붕괴되지 않고 견딜 수 있다. 반면 일반 강재는 350℃에서 항복강도가 상온 대비 30% 이하로 감소한다.

내화내진 복합강재를 사용할 경우 건물의 안전도 향상, 내화피복제 사용량 절감 및 공정 감소 등이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공기 단축과 건축비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H형강 제품 규격을 확대한 대형 규격 형강인 RH+도 같은해 10월 본격적으로 출시했다. 기존 82개의 H형강 제품규격에 55개의 대형 규격, 39개의 중소형 규격 등 총 94개를 새롭게 추가해 안전성과 강재 사용의 효율성을 높였다.

현대제철은 규격 확대를 통해 강재 사용량 절감은 물론 이음새 없는 대형 규격 공급으로 안전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RH+를 사용한 VE(Value Engineering)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현대제철은 RH+ 공급을 통해 수입 H형강 대한 대응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KS의 H형강 규격은 일본의 JIS규격 356종, 미국의 ASTM규격 283종, 영국의 BS규격 111종 등 해외의 H형강 규격 수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KS에 등재된 적은 수의 H형강 규격으로는 각종 구조물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단면치수와 성능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이번 현대제철의 규격 확대로 고객 맞춤형 제품 공급이 가능해져 수입산에 대한 대응 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中 내진강재 시장 뚫은 포스코 ‘PosMAC’

▲ 포스코의 스태빌라이저 (사진=포스코)
▲ 포스코의 스태빌라이저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지난 2021년 약 2년간의 노력 끝에 중국 건축용 스태빌라이저 시장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포스코는 중국공정건설표준화협회가 ‘3원계고내식도금강판’을 건설용 스태빌라이저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적합 소재’로 인증받아 연간 30만톤에 달하는 중국 스태빌라이저 시장 진출 길을 열었다. 

스태빌라이저는 지진 발생 시 건축구조물 내 설비 및 배관 탈락을 방지해주는 철강 지지재다. 3연계고내식도금강판은 포스코의 건자재 브랜드 포스맥 제품으로 일반 ‘용융아연후도금강판’ 대비 내식성이 5~10배 이상 높다. 중국은 쓰촨 대지진 이후 지난 2019년부터 건축물에 스태빌라이저 적용을 의무화했다.

기존에는 스태빌라이저 소재로 용융아연후도금강판을 써왔다. 그러나 건축물 수명 연한 증가와 내식성 향상 요구, 환경 문제 등으로 대체 소재 수요가 증가했다. 포스코는 이에 대응 가능한 3원계고내식도금강판을 갖고 있었지만 중국 건축 인증 표준에 반영되지 않아 판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는 2019년 중국 인증 표준 제정 발의 단체로 등록하고 포스코차이나·포스코인터내셔널 등과 협업해 중국건축과학연구원유한회사와 기술 교류를 실시했다. 온·오프라인 공청회에 참여하는 등 3원계고내식도금강판 표준 인증을 추진해왔다. 내식성 평가 방법, 최소 도금량 설정 등 품질 기준 강화를 유도해 타 철강사 대비 경쟁력 높은 포스맥 제품 채용이 용이한 여건을 조성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 타스파일, 세안, 에스와이텍 등 포스코 소재로 내진말뚝 개발
 

▲ 타스파일의 삼축내진말뚝
▲ 타스파일의 삼축내진말뚝

국토부는 지난 2021년 12월 건축인허가 도서와 관련한 내진설계 및 구조계산서를 포함하고 이를 엄밀히 평가한 뒤 인허가를 진행하도록 시·구청의 건축인허가 담당에게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내진설계란 일반적으로 구조물의 동적 특징, 지진의 특성 및 지반의 특성을 고려해 지진에 안전할 수 있도록 구조물을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내진설계의 기본 목적은 국민의 안전 및 생명보호, 재산보호에 있고 이를 법령 및 설계기준(KDS)을 통해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기초말뚝으로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PHC말뚝은 수평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내진설계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KDS 14 20 64(구조용 무근콘크리트 설계기준) 규정에 따르면 PHC말뚝과 같은 무근콘크리트는 기초부재로 설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법과 설계기준에 따라 기초말뚝은 내진설계가 되어야 한다. 2021년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초말뚝으로 사용되는 PHC말뚝의 규모가 대략 연간 1조원, 강관말뚝 및 기타말뚝의 규모가 5천억원으로 기초말뚝 시장의 연간 규모는 약 1.5조원이다. 현재 PHC말뚝의 경우 별도로 내진 보강을 해야하며 기초말뚝으로 설계할 수 있으며 내진말뚝으로 출시된 제품들의 가격은 기존 PHC말뚝의 가격 대비 3~3.5배로 내진말뚝 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의 시장으로 예측할 수 있다.

포스코의 이노빌트 인증회사 가운데 내진말뚝 제품을 출시한 회사는 타스파일, 세안, 에스와이텍 등 세 개의 회사가 있다. 이 3개의 회사는 포스코의 원소재를 사용해 내진말뚝으로 특허를 받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먼저 타스파일이 출시한 삼축내진말뚝은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우수제품으로 선정 받은 바 있다. 또 국토부스마트건설과제로 채택된 바 있으며 시험시공 후 안양시 안양동에 소재한 오피스텔 현장에서 본 시공까지 마쳐 내진말뚝으로서 검증을 끝냈다.

이어 세안이 출시한 래티스 내진말뚝의 경우 2021년 안양동 현장과 2022년 5월 용인시 양지면 현장에 시공되어 내진성능 및 시공성을 입증했다. 포스코의 STP550으로 만든 강관을 사용해 최대 50층 건물까지 내진설계가 가능한 제품이다. 마지막으로 에스와이텍이 출시한 제품은 기존 PHC말뚝에 내진보강을 한 제품이다.

3곳의 회사는 내진말뚝 제품개발, 생산, 판매 등에서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건축 시장의 니즈를 대비한 신제품 출시 뿐만 아니라 내진말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도출하기 위해 일반 소비자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마련했다. 바로 ‘기초안전지도’와 ‘말뚝관리시스템’이다.

‘기초안전지도’는 공공의 영역에 속한다. 특정주소를 입력하면 그 주소지 건물에 대한 기초내진능력을 수치로 표시함으로써 그 건물의 내진에 대한 안전도를 시각화하는 지리정보시스템이다. 내진말뚝이 설계·시공된 건물의 경우에는 정밀하게 계산된 내진능력 값으로 표시하고, 일반건축물의 경우 건축물대장상의 기본정보를 추출·입력하여 약식계산값을 표기하게 된다.

‘말뚝관리시스템’은 기초말뚝이 시공이 되는 순간, 말뚝의 위치가 정확하게 지도에 표시하는 시스템이다. 지도에 표시된 말뚝의 좌표를 클릭하면 해당말뚝의 시리얼번호, 제원, 소재, 제조사 등이 분에 보이게 된다. 다른 건물에 사용한 기초말뚝과 비교가 가능해지며, 내진말뚝의 여부는 향후 건축물의 가치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외부충격에 의해 건물이 손상된 경우, 기초말뚝의 제원 및 위치를 확인하여 건축물보수 과정에 주요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 웰딩커플러, 내진성능 철근연결 커플러 개발 

▲ 웰딩커플러의 철근연결 커플러
▲ 웰딩커플러의 철근연결 커플러

내진 성능을 갖춘 철근연결 커플러를 개발한 웰딩커플러(대표이사 황영태)가 본격적인 영업 확장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신기술 인증(NET, New Excellent Technology)에 도전했다. 웰딩커플러는 2월 3일,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진행한 1차 심사를 시작으로 신기술 인증 절차에 들어갔다. 

신기술(NET)인증은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되거나 기존 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제품 중 상용화 및 기술 거래를 촉진할 수 있는 우수 기술을 대상으로 부여한다. 국내 기업 및 연구기관, 대학 등에서 개발한 신기술을 조기에 발굴하여 그 우수성을 인증함으로써, 개발된 신기술의 상용화와 기술 거래를 촉진하고 신기술 적용 제품의 신뢰성을 제고해 구매력을 창출하는 등 초기 시장 기반 확보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다. 

특히 웰딩커플러의 내진 성능 커플러는 국내 건물의 고층화와 내진 성능 향상 욕구에 맞춘 고층 건물에 적합한 용접 방식의 커플러로 향후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웰딩커플러 황영태 대표이사는 “용접된 철근은 SD600 기준 인장강도가 780~820N/㎟ 수준에 달하고, 인장강도의 저하가 없으며 시공 속도는 D19 기준 1초 수준의 생산성을 갖췄다”면서 “기존 나사식과 끼움 방식의 커플러는 저층 건물에는 괜찮지만, 고층 건물에는 용접 방식의 커플러가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웰딩커플러의 혁신성은 자동용접장치를 응용하는 데서 두드러진다. 이를 통해 철강 대교, 원자력 공사, 철구조물, 철판 위 등에 웰딩스터드볼트를 사용할 필요 없이 철근을 절단해 직접 융접합할 수 있다. 웰딩스터드볼트 대비 30% 이하 단가로 시공할 수 있으며, 소재 길이는 10cm에서 12m까지, 소재 굵기는 D16~32까지 가능하다. SD600 철근 접합으로 스터드볼트 대비 인장강도가 200N/㎟ 이상 증가하며, 매끈한 스터드볼트 대비 철근의 돌출 리브로 콘크리트와의 접착을 증대시키는 점도 강점이다.  

웰딩커플러 황영태 대표는 내진 성능 철근연결 커플러 개발에 대해 “환태평양 불의 고리를 중심으로 지진의 강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라며 “내진 성능을 갖춘 커플러가 인류의 생명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게 구원해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국산 웨이브형 물탱크 소재 새삼 ‘재주목’
 

▲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소재 적용 사례
▲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소재 적용 사례

튀르키예의 대지진 피해 이후 국내에서도 내진 적용이 필요한 시설과 소재 적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스테인리스(STS) 전문기업이 다수 가입한 철강협회 스테인리스스틸클럽에선 ‘STS 웨이브형 물탱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 (WHO)는 리히터 규모 7.8 강진으로 수만 채 이상의 건물과 시설이 파괴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물 부족으로 인해 생존자와 이재민들에게 ‘2차 재난’이 발생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국내 물 시장서도 물을 관리 및 저장,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인 물탱크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 2016년 경주 지진 직후 일부 STS 물탱크 시설 파손으로 해당 시설 강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바가 있다.

대부분의 물탱크는 지진 발생 시 탱크 내부 물의 요동으로 인해 내부 파손이 발생하기가 쉽다. 아울러 최근 물탱크 시장에선 높은 내구성과 청결성, 스크랩 재활용 가능성 등으로 스테인리스 소재가 가장 ‘경제적(동일 면적 기준 콘크리트 물탱크 대비 86%)’ 소재라고 판단하며 주요 제조업체가 스테인리스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건축주와 실소비자들은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사용하면서도 내진성이 뛰어난 스테인리스 물탱크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수요에 철강협회 스테인리스스틸클럽에서는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스테인리스스틸클럽은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 등 국내 철강업계와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 시공 방법을 개발하고 우수한 내진 성능을 대외에 공개한 바 있다.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는 벽체가 사각 형태의 패널이 아닌, 물결 모양의 스테인리스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이 패널에는 스테인리스강 중에서도 우수한 내식성과 항복강도를 가진 고강도강(PossHN1, STS316HN3, STS329LD)이 적용된다. 패널 한 장당 높이가 최대 2.5m이기 때문에 1m 높이의 패널형 물탱크보다 용접을 최소화하여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는 물결 모양의 웨이브 패널 간 외부 보강재만 적용하고 내부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형과 달리 내부 보강 구조재를 적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청소 등 유지 관리가 편리하며 보강재가 부식될 우려를 줄일 수 있다.

구체적 수치로도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의 내진 우수성이 확인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19년 한국강구조학회는 부산대 지진방재 연구센터에서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PossHN1강 적용 패널 3m 정육면체 패널 적용)에 대한 내진 성능을 검증한 바 있다. 검증 결과, 웨이브형 물탱크는 설계 지진력(진도 약 6.5 수준)보다 2.5배 큰 지진에서도 주요한 구조적 손상 없이 충분한 내진 성능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브형 물탱크에 적용되는 PossHN1강은 통상적으로 전 산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스테인리스강인 STS304과 비슷한 수준의 내식성을 가지면서도 항복강도는 STS304보다 1.7배 높다. 특히 경제성과 청결성 면에서도 우수하지만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서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내진성이 강화된 물탱크 보급 확대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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