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미량 박테리아 1시간 이내 검출·항생제 반응 2시간 이내 평가 가능, 패혈증 신속 진단 기반 마련
국내 연구진이 금속 나노구조를 활용한 미량의 박테리아 검출과 항생제 반응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재료연구원(KIMS, 원장 최철진)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 이민영, 박성규 박사 연구팀이 박테리아의 표면과 주변에 플라즈모닉 금속 나노구조를 직접 성장시켜, 극미량의 살아있는 세균을 신속하게 검출하는 비표지 표면증강라만산란(SERS, Surface-Enhanced Raman Scattering)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별도의 배양 과정 없이 극미량의 박테리아를 1시간 이내 검출하고 항생제 반응도 2시간 이내 평가가 가능해, 향후 패혈증과 같은 중증 감염질환의 신속한 진단과 정밀 항생제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패혈증은 감염에 대한 인체의 과도한 반응으로 장기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중증 질환이다. 원인균을 빠르게 찾아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감염 초기에는 혈액 속 박테리아가 극소량이어서 직접 검출하기 어렵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혈액배양 검사는 혈액 속 박테리아를 증식시킨 후 원인균과 적절한 항생제를 확인해야 해 최종 결과를 얻기까지 수십 시간에서 수일이 걸릴 수 있다. 이에 살아있는 원인균을 빨리 검출하고 효과적인 항생제를 신속하게 판단하는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KIMS는 앞서 3차원 플라즈모닉 나노구조를 활용해 혈액 속 패혈증 관련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고감도로 검출하는 바이오센서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나아가 질병 관련 바이오마커가 아닌 살아있는 원인균 자체를 직접 검출하고, 항생제에 대한 반응까지 신속하게 평가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박테리아 자체를 나노구조 성장의 중심으로 활용해 표면과 주변에 플라즈모닉 금속 나노구조를 직접 형성하고 신호를 증폭하는 SERS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박테리아 주변의 나노구조 성장에서 시작해 표면 직접 도금, 분리·농축과 추가 성장까지 세 단계에 걸쳐 기술을 고도화해 극미량 세균의 검출 성능을 높였다.
SERS는 금이나 은과 같은 금속 나노구조 사이에 형성되는 강한 전자기장인 ‘플라즈모닉 핫스팟(Hot Spot)’을 이용해 물질 고유의 미세한 라만 신호를 증폭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수~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핫스팟과 약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박테리아 사이에 크기 차이가 있어 박테리아 표면 일부만 신호 증폭 영역과 접촉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박테리아를 작은 핫스팟에 맞추는 대신 박테리아가 있는 곳에 핫스팟을 직접 형성해 별도의 표지물질 없이도 박테리아 고유의 라만 신호를 크게 증폭시켰다.
연구팀은 먼저 용액 속 박테리아 주변에 금속 나노구조를 성장시킨 후에 전기를 이용해 박테리아 표면에 직접 금속 나노구조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점차 발전시켰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분석을 접목해 서로 다른 8종의 박테리아를 식별했다. 나아가 여과 기능을 갖춘 SERS 기판에서 박테리아를 걸러 한 곳에 모으고, 그 주변의 신호를 증폭해 분리·농축부터 검출까지 하나의 기판에서 수행하도록 했으며, 1~10 CFU/mL 수준의 극미량 박테리아를 1시간 이내에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혈청과 소변에 살아있는 박테리아를 첨가한 모사 시료에서도 검출 성능을 확인했으며, 살아있는 박테리아에 항생제를 처리한 뒤 나타나는 SERS 신호 변화를 분석해 2시간 이내에 항생제 반응을 평가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향후 실제 혈류 감염 및 패혈증 환자의 혈액을 대상으로 임상 검증을 추진하고, 원인균 검출과 항생제 감수성 평가를 통합한 패혈증 신속 정밀진단 플랫폼으로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연구책임자인 KIMS 이민영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박테리아가 있는 곳에서 나노구조를 직접 성장시키고, 분리·농축 기술을 결합해 극미량 세균 검출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핵심”이라며, “향후 실제 감염 환자의 혈액에서 원인균을 신속하게 검출하고 항생제 반응까지 평가해 패혈증의 빠른 치료 결정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KIMS 박성규 책임연구원은 “플라즈모닉 나노소재의 신호 증폭 특성을 박테리아의 표면과 주변에 직접 구현해, 기존 SERS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한 게 이번 성과의 핵심”이라며 “실제 임상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초고감도 감염 진단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IMS 최철진 원장은 “이번 성과는 첨단 재료기술을 활용해 감염성 질환의 신속 진단이라는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라며, “재료 기술과 바이오 기술의 융합으로 국민 건강과 국내 바이오·의료기기 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