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10주기) 세아그룹 故 이운형 회장, ‘감사와 겸허의 리더십’으로 철강사에 큰 족적을 남기다

(추모 10주기) 세아그룹 故 이운형 회장, ‘감사와 겸허의 리더십’으로 철강사에 큰 족적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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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3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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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재철 기자 parkjc@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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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철의 삶을 살았던 따뜻한 인품의 소유자 故 이운형 회장

세아의 핵심가치를 정립한 이운형 회장의 철학

세아그룹 故 이운형 선대 회장이 영면에 들어간 지도 10년을 맞았다. 국내 철강산업의 발전은 물론 문화예술 지원 등 사회적 책임까지 솔선수범했던 생전 그의 삶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

세아그룹은 지난 3월 10일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세아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유가족과 세아그룹 임직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면 10주기 추모행사를 내부적으로 진행했다. 행사에서는 유가족, 지인들의 추모사와 예술가들의 연주, 영상등을 통해 감사와 겸허의 삶을 실천하며 진실된 삶을 살았던 故 이운형 회장을 추억하고 함께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3월 10일부터 약 한달간 세아타워 기업 역사관 '세아관'에서는 "죽는날까지 철강업을 하고 싶다"던 생전바람대로 철강업에 평생을 바치며 대한민국 산업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故 이운형 회장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온화한 성품을 조명한 <心如鐵(심여철)-철과 같은 마음으로> 추모사진전을 개최했다.

이어 3월 15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국립 오페라단 초대 이사장 및 후원회장을 13년간 역임하며 오페라의 저변 확대 및 발전을 위해 노력한‘오페라 전도사’ 故이운형 회장의 뜻을 기리는 ‘세아이운형문화재단 10주기갈라콘서트’를 열었다. <편집자주>

세아그룹 故 이운형 회장

■ 심여철의 삶을 살았던 따뜻한 인품의 소유자 故 이운형 회장

"철은 세상에 수 많은 헤택을 주면서도 변하지 않습니다. 겸손하면서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철과 같은 마음이다" 故 이운형 회장은 늘 겸허하고 감사하는 마음,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철과 같은 마음을' 경영 철학으로 강조해왔다.

실제 신입사원들과 세아에 새롭게 합류한 경력사원들에게 항상 감사와 겸허의 마음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감사하고 우리의 협력사와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세아가 일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했다. 경영 철학으로 결코 거창하거나 어려운 단어가 아닌 ‘감사와 겸허’의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강조한 누구보다 따뜻한 인품을 소유한 경영자가 이운형 회장이었다.

이운형 회장은 큰 조직을 이끌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과 더불어 마치 자상한 아버지처럼 부드러운 면모로 주변 사람들의 신임을 얻었다. 실제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운형 회장이 평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탈 땐 직접 문을 잡아주고, 신입사원에게 “세아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귀한 손님처럼 맞이하며, 그들이 그간 겪었을 취업의 고충을 위로해 줬다. 마주치는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만나면 먼저 안부를 묻고,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현장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려 했던 그의 모습은 임직원들에게 회사에 충정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한 커다란 동기부여가 됐다.

이운형 회장의 따뜻한 인품은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빛이 났다. 비즈니스에서는 이해타산 전략이 당연하지만, 이운형 회장은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협상 기술보다는 신뢰를 쌓았다.

이는 오히려 현재의 세아베스틸인 기아특수강 인수 등 규모가 큰 비즈니스에서 거래 성사의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하며, 늘 강조한 ‘감사와 겸허’가 경영의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일깨워준 대표적 사례다.

1980년 2월 이운형 대표이사 사장 취임 현장 

많은 사람들이 기아특수강(현 ‘세아베스틸’)을 회생 불가능한 기업이라고 여겼을 때, 그는 특수강 사업이 국가 기간산업에 반드시 필요하며, 철강사업자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업이라 판단하여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그의 노력으로 세아는 2003년 기아특수강을 성공적으로 인수하였으며, 인수 후에도 ‘기본과 원칙’, ‘감사와 겸허’를 지키는 경영을 고수하여 만년 적자 기업을 불과 1년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1996년 그룹의 사명을 부산파이프에서 ‘세아’로 바꾸면서 기업이념을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기업’으로 재정의 한 것도 이운형 회장의 따뜻한 인품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운형 회장은 세아의 가치가 곧 국가 산업과 경제 발전을 이끈다는 사명감으로 세아가 만들어 내는 철강 소재와 부품이 자동차, 조선, 항공, 기계, 발전, 에너지, 건설 등 국가 산업 전반에서 든든한 기초가 되어 철강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기여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기업이 되길 바랬다.

실제로, 세아는 이운형 회장이 재정의 한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1996년 연간매출 4,694억원, 영업이익 255억원에서, 이운형 회장 타계 직전해인 2012년 그룹매출 6조1,692억원, 영업이익 4,019억원을 기록하며 13배 규모로 성장했으며, 2021년 기준 그룹매출 8조8,472억원, 영업이익 6,072억원의 재계 30위권으로 도약하며 지속성장하고 있다.

2013년 3월 이운형 회장의 장례식에는 오일장 기간 동안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수많은 조문객 중 뜻밖의 사람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지방 사업장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아주머니, 오래전 퇴사한 경비인, 청소부 아주머니 등 직접 인연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찾아와 ‘참 좋은 분이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친정아버지 같은 분이셨다’고 이운형 회장을 추억했다.

마지막까지 인간 이운형 회장의 따뜻한 인품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특히, 2011년 1월1일 새해 첫 아이의 이름이 ‘세아’인 것을 보고 수소문해 작은 선물과 축하인사가 담긴 손편지를 이운형 회장은 손수 보냈다. 이듬해 ‘세아’가 첫 돌을 맞이했을 때도 잊지 않고 아이의 옷과 신발 등 선물을 보내고 직접 축하전화를 한 일화는, 이운형 회장의 타계 소식을 신문으로 접한 세아 어머니가 회사로 감사와 위로의 편지를 보내오며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조용히 드러내지 않았지만 늘 따뜻한 성품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했던 이운형 회장이었다.

이운형 회장은 문화예술계 및 지역사회에 기부와 후원을 이어가면서 경영인으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표본이 되기도 했다. ‘정직하게 벌어 사회를 위해 올바르게 쓰라’는 창업주 해암의 정신을 이어 받은 故 이운형 회장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조용히 앞장섰다.

국립오페라단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단체 후원,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 국내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기부 활동을 펼치며 ‘철과 같은 마음’, 즉 많은 혜택을 주면서도 항상 변치 않는 겸손함을 보여주기 위해 솔선했다. 2013년 8월에는 문화예술을 사랑했던 이운형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이운형문화재단이 출범되어 오페라 인재 육성과 저변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2010년 이운형 선대회장의 세아베스틸 종합 준공 기념식에서의 사진

■ 세아의 핵심가치를 정립한 이운형 회장의 철학

이운형 선대회장은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을 찾아 실천하는 데 지혜를 모으자고 주문하며 ‘정직, 열정, 실력’을 핵심가치로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그의 업적을 통해서도 이러한 가치를 몸소 실천한 이운형 회장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한편, 그가 남긴 메시지에도 이러한 가치들이 구석구석 녹아있다.

세아의 첫번째 핵심가치인 ‘정직’에 관하여 이운형 회장은 2011년 모 매체와의 인터뷰 당시IMF 때에도 세아가 생존하며 선전할 수 있었던 비결을 ‘회사 설립 때부터 원칙을 지키는 정도경영을 해온 덕분’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본격적으로 세아의 핵심가치를 재정립한 2012년에는 ‘정직’이 세아의 근간임을 강조하며 ‘과거 고속 성장 시대에도 정직을 근간으로 살아왔고, 미래 대변환의 시대에도 정직을 근간으로 살아갈 것’을 독려했다. 또한, 2013년 신년사에서는 세아의 임직원들에게 ‘정해진 기준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윤리경영에 충실한 세아인의 참모습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운형 회장은 세아의 또 다른 핵심가치인 ‘열정’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세아의한 내부행사에서는 담화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서 애쓴 창업세대 여러분, 선배 경영인, 기술 관계자 여러분들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포용정신과 개척정신으로 무장한 땀과 수고가 있었기 때문에, 세아가 50년 역사를 쓴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2013년에는 세아그룹 행사에서 장기간 저성장에서 오는 시장의 침체, 심화된 경쟁 등에 대처하려면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열정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세아의 마지막 핵심가치인 ‘실력’에 대해서도 이운형 회장은 남다른 안목과 비전으로 혜안을 제시했다. 그는 2012년 핵심가치 재정립을 위한 인터뷰 자리에서 "실력은 ‘역량과 능력’"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운영을 위한 시설 투자 외에 효율, 효과를 높이는 전략 투자에 자원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품격 있는 사람, 효율과 효과적 일처리 능력을 높이고 소통과 경청의 문화로 조직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이운형 회장이 세아인들에게 유산으로 남긴 경영철학과 정신은 ‘정직’, ‘열정’, ‘실력’이라는 세아의 유일무이한 핵심가치로 승화되어 ‘100년 세아의 밑거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 장학증서 수여식
2011년 SeAH Steel UAE 공장 준공식
2012년 11월 이운형 선대 회장은 언스트앤영 최고 경영자상(철강제조부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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