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멈춰 선 공장 너머, 한국 경제 신뢰가 흔들린다

[대장간] 멈춰 선 공장 너머, 한국 경제 신뢰가 흔들린다

  • 철강
  • 승인 2026.08.2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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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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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10년 만에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포스코에서도 노사 조정이 중지되면서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와 철강 현장에서 동시에 파업의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임금과 고용, 정년과 근로조건을 둘러싼 노동자의 요구를 파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몰아붙일 수는 없다. 기업 역시 실적과 생산성뿐 아니라 일터의 안전과 공정한 성과 배분, 고용 안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처럼 수많은 협력업체와 전후방 산업이 연결된 제조업에서는 한 기업의 생산 중단이 그 기업만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현대차 파업이 혹시 장기화되면 그 충격은 완성차 업체에 머물지 않고 생산 일정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와 2·3차 중소 협력업체로 확산된다. 완성차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가동률 하락과 납품 감소에 따른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철강은 파급 범위가 더욱 넓다. 철강재는 자동차와 조선, 건설, 기계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기초 소재이기 때문에 포스코의 파업이 현실화 된다면 철강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재고 운용과 납기 관리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불거진 성과급 갈등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성과급은 기업이 거둔 성과에 대한 구성원의 기여를 인정하고 우수 인력을 붙잡기 위한 중요한 보상 수단이다. 특히 호황기에 높은 이익을 낸 기업에서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성과 공유를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한 기업의 성과급 제도가 다른 기업에 지렛대로 작용하고, 다시 다른 업종으로 확산하는 양상은 경계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초과이익분배금 재원으로 삼는 체계를 마련한 이후 삼성전자 노조도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 통합노조 추진 측과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지급 방식과 임금체계 등 공통 현안에 관해 연대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성과 공유의 원칙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수준과 결정 방식이다. 기업마다 수익구조와 투자 주기, 재무 여건, 시장 전망이 다르다.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고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특정 연도의 영업이익만을 기준으로 성과급 비율을 고정하거나 동종 기업의 보상 수준을 기계적으로 비교한다면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과 불황 대응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

성과급 경쟁이 자동차와 철강 등 제조업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우려스럽다. 개별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 미래 투자 계획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회사가 이만큼 지급했으니 우리도 더 받아야 한다”는 비교 논리가 일반화하면 노사 교섭은 합리적 성과 배분보다 기업 간 보상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

대기업 노조가 높은 성과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 근로자 사이의 보상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살펴야 한다. 완성차와 반도체 대기업의 성과는 수많은 부품·소재·장비 업체의 생산 활동과 함께 만들어진다. 그런데 성과 배분 논의가 대기업 내부 구성원에게만 집중된다면 산업 생태계의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생산과 수출, 지역 일자리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그 기반이 파업과 성과급 갈등으로 반복해서 흔들린다면 피해는 교섭 당사자에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협력업체와 근로자 가족, 소비자와 투자자, 결국 국민경제 전체가 비용을 나눠 부담하게 될 것이다. 노사 모두 한 발씩 물러서는 것은 공장을 움직이고 산업의 경쟁력과 신뢰를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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